환경운동연합 최경숙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는 최근 “기후위기 불평등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경고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게 되었다. 2023년 지구 평균기온 14.98℃, 2024년 15.09℃로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던 지구는 2025년에도 기록을 계속 갈아치웠다. 기후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해온 ‘끓는 지구’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최 활동가는 주장했다.
북반구 평균기온이 22℃를 넘는 날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면서, 지구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912년 이후 한반도 평균기온은 3.6℃ 상승해 지구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으며, 2024년에는 역대 최고 평균기온인 14.5℃를 기록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2025년 여름 또한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화되고 있어, 지금처럼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불평등하게 쏟아지는 재난의 그림자
기후위기의 충격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쏟아지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훨씬 더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5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4천 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환자가 1.3배 증가한 이 피해의 대부분은 50~60대, 그리고 건설·농업·단순노무 종사자들이었다. 노동자에게 기후위기는 곧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었다. 올여름에도 아파트 공사 현장, 제초 작업장, 배관 수심 측량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쓰러져 숨졌다고 그는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82%가 50명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했고, 그 절반 가까이가 건설 현장이었다. 산재로 인정되지 않은 사망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 결과는 2050년 8월에는 ‘중등 작업이 불가능한 달’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그림자는 돌봄 위기였다. 아이, 노인, 장애인, 병약자는 폭염과 한파 같은 재난에 가장 취약하지만, 공공 돌봄 체계는 거의 부재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결국 가정, 특히 여성의 어깨로 돌봄 부담이 전가됐다. 팬데믹 시기 여성들의 무급 돌봄 노동 시간이 급증했던 것처럼, 기후재난 역시 여성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폭력·가정폭력 위험의 증가였다. 연구에 따르면 남아시아에서는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가정폭력이 6% 이상 증가했고, 스페인에서는 폭염기에 여성 살해 위험이 40% 높아졌다. 케냐 연구는 폭염 시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 보고 가능성이 60%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후정책 어디에도 이런 성별 기반 위험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는 꼬집었다.
■ 기후정의, 약자 보호에서 시작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고 최 선임활동가는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염, 홍수, 식량 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불공정하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여성 노동자는 노동환경 악화, 일자리 불안, 돌봄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후 대응은 여전히 기술·자본 중심의 ‘녹색성장’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기후정의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며, 전환 과정에서 모든 시민과 노동자가 공정하게 참여하고 이익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후정책의 원칙은 정의로운 전환, 성인지적 접근, 돌봄과 생계의 지속 가능성, 노동자 참여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집행·평가 전 과정에서 성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여성 노동자의 필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폭염·한파 대응 산업안전 기준 강화, 재난 시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기후재난 휴가제’, 비정규직·플랫폼·돌봄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탈탄소 산업전환 과정에서는 여성 고용 유지와 재교육·재배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돌봄·지역 회복력 분야에서 공공 주도의 기후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에너지 효율화, 커뮤니티 냉·난방 공간 운영, 에너지 복지 확대, 지역화폐와 커뮤니티 기반 기후적응 네트워크 확충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를 단순히 ‘에너지 문제’로만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경고했다. 특히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건설에만 10년 가까이 걸려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고,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미래 세대에 떠넘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폭염과 가뭄은 원전 가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사고 시 대피가 어려운 원전 인근 주민은 또 다른 불평등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발전은 중앙집중적이고 소수 자본·권력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후정의는 분산형, 지역기반, 시민참여 중심이어야 한다. 태양광, 풍력, 건물 효율화, 지역 순환경제 등 이미 검증된 대안은 존재한다. 진정한 녹색 전환은 경제성장 지표가 아니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결국 기후위기의 해법은 단순히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가장 취약한 사람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여성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불평등 해소를 핵심 축으로 삼는 정의로운 전환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끓는 지구를 건너는 유일한 길은, 약자가 무너지지 않는 사회를 세우는 일이라는 그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만의 문제가 아닌 ‘인권’과 ‘정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불평등의 해소를 기후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고, 정책 결정 과정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