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와 사회공공연구원이 통신 및 유료방송 산업의 공공성과 노동권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29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는 디지털 전환과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국회의원, 학계 전문가, 노동계 및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OTT 부상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면에는 노동권 후퇴와 고용 불안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 서비스가 국민의 기본권임을 강조하며, 노동자 권리 확대 없이는 공공성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신 3사가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통해 수많은 노동자를 불안정 고용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안정된 고용과 차별 없는 처우, 노동 친화적 기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 국민에게도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엄 위원장은 이번 토론회가 통신·방송 공공성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을 국민의 권리이자 노동자의 삶을 지켜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KT의 대규모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들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했다. 그는 통신·방송 공공성 회복을 위해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및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의원은 5G·6G 정책이 요금 인하 ‘쇼’에 그쳤다고 평가하며, 제4 이통사 추진과 알뜰폰 정책이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통신사가 데이터센터와 AI 투자로 전략을 전환하는 상황에서 공공성과 노동권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울산 동구 김태선 의원은 지난 정부 3년간 정책 표류로 공공성과 노동권이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5,700여 명이 자회사 전환·퇴직으로 내몰린 KT 사례와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을 언급하며 새 정부에 공공성 및 노동권 강화를 위한 변화를 촉구했다.
■ 통신·방송 산업 문제 진단과 정책 방향 제언
사회공공연구원 박재범 연구위원은 첫 번째 발제에서 통신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가의 책임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통신이 국민의 기본권적 성격을 가진 서비스임에도 시장 논리에만 맡겨져 공공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신 3사가 요금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가계 부담은 줄지 않았고, 취약계층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가가 보편적 서비스 보장자로서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 통신권을 헌법적 권리로 격상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새 정부가 통신·방송 정책을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권리 보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유료방송 산업의 공익성 및 지역성 훼손 문제를 다뤘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과정에서 지역 채널이 축소되고 공익적 콘텐츠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적 재원을 활용해 지역 채널과 독립제작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방송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민주적 권리와 직결된 공공재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가 산업 육성과 함께 공익성 보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석범 변호사는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가 내세운 요금 인하 정책의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통신 서비스의 보편적 확대와 요금 인하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저소득층, 농어촌, 고령층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보편적 서비스 기금 확대, 알뜰폰 지원, 요금 투명성 확보를 통해 통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정의동맹 한재각 집행위원은 통신산업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통신산업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IT 산업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확충과 5G·6G 전환이 에너지 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집행위원은 지속 가능한 통신산업 발전은 기후정의와 직결된다며, 새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정책을 연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최용 조직국장은 원·하청 고용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산업 전환기에 노동자들이 구조조정과 외주화로 인해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또한,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업체에 노동자를 떠넘기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노동 조건에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원청의 직접 고용 확대, 불법 파견 근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토론과 정부 입장,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 김미영 KT지부장, 신지은 LG헬로비전지부장이 현장 증언을 이어갔다. 김 지부장은 KT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생계와 안전 위협에 노출됐다고 증언했고, 신 지부장은 유료방송 산업 외주화로 인해 하청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부와 국회가 직접 고용 확대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 전환기 노동권 보호와 혁신 간 균형을 찾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노동자 안전망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플로어 질의응답에서는 통신비 부담 완화, 기후위기 대응, 외주화 근절 방안 등을 놓고 열띤 논의가 계속됐다.
이번 토론회는 통신·유료방송 산업의 공공성과 노동권 문제를 사회적 화두로 끌어올린 중요한 계기였다.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논리뿐 아니라 공공적 책임과 노동자 권리 보장이 필수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