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삼성생명의 유배당계약자 관련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삼성전자 주식 과다 보유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경제개혁연대 논평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계약자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취득했고, 이는 주식 처분 이익 발생 시 유배당계약자에게 일부 배당할 권리가 부여되는 구조다. 이번 회계 이슈는 단순히 미래 배당액의 회계적 인식을 넘어, 지배주주의 삼성전자 지배권 유지를 위한 과도한 계열사 주식 보유라는 본질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13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왔으나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산운용비율을 통한 계열사 주식 및 채권 보유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법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하위 규정인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주식·채권의 평가 기준을 공정가치 대신 취득원가로 삼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연대의 주장이다.
■ 논란의 핵심, ‘취득원가’와 ‘공정가치’의 괴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취득원가는 5,442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 장부가액은 27조 원에 달했다. 이처럼 취득원가 기준으로는 자산운용비율이 0.22%에 불과해 규제에 저촉되지 않지만, 공정가치를 적용하면 그 비율이 10.8%까지 치솟아 실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연대는 분석했다.
연대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의결권 제한 규정을 언급하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실제 행사 가능한 의결권은 크게 줄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의 금융당국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2014년 19대 국회 이후 현재 22대 국회까지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발의됐으나, 국회 역시 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 금융당국 독립성 상실 논란…‘일탈회계’ 방치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과다 보유가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유배당계약자의 정당한 배당권을 침해하는 금융소비자 문제라고 꼬집었다. 연대는 이중적인 자산운용 규제를 바로잡기 위해 감독규정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22년 12월 IFRS17 시행 이후에도 생명보험사의 유배당계약자 관련 배당금 회계처리를 기존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과의 정합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금감원은 지난 8월 21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료됐지만, 지난 25일 한 언론이 ‘참석자 과반수가 삼성생명 회계처리가 적합하다고 결론냈다’고 보도해 논란이 불거졌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당시 간담회에서는 삼성생명의 회계처리가 적합하다는 주장, 잘못됐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의 외부감사인인 주요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삼성생명 회계처리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을 들어, 이들의 의견을 중립적인 제3자의 의견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아 시장의 오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대는 금감원이 삼성생명 측에 유리한 인사를 중심으로 간담회 참석자를 선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금감원이 독립성을 상실하고 삼성생명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오해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묵은 논란은 결국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새로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될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