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제주도에서 사라졌던 영리병원의 망령이 이재명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행정통합 법안을 통해 다시 살아나려 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13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행정통합법안의 졸속 통과를 규탄하며 전면 재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추진 중인 통합 법안들이 지방분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의료·노동·교육 등 필수 공공서비스를 파괴하고 기업의 돈벌이를 보장하는 특례들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 ‘특구’ 명칭 아래 숨겨진 영리병원 설립과 의료 영리화의 우회로
시민단체들은 여야가 발의한 대구경북 및 광주전남 통합법안이 영리병원 설립을 용이하게 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고 폭로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각각 발의한 ‘대구경북 통합법안’은 통합 시장이 ‘글로벌미래특구’를 지정할 경우 경제자유구역과 동일한 효과를 부여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사실상 영리병원을 손쉽게 세울 수 있는 고속도로를 깔아준 것이며,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전남광주 법안’ 역시 지자체장이 경제자유구역 계획을 변경해 영리병원 설립 지역으로 전환할 권한을 부여하는 등 거의 동일한 내용을 포함했다.
이들은 영리병원이 단 하나라도 세워질 경우 주변 병원들을 영리화로 전염시키는 ‘뱀파이어 효과’를 통해 전국적인 의료 체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법안에는 영리기업이 공공기관과 합작 법인을 세워 종합병원을 개설할 수 있게 하거나, 의료법을 무시하고 시 조례로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무분별하게 넓혀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의료의 상업화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 지방의료원 폐원 위기와 민주적 의견 수렴 생략한 ‘졸속 입법’
지역 공공의료의 보루인 지방의료원을 지자체장이 독단적으로 폐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대구경북 통합법안에 따르면 공공병원인 지역의료원 폐원 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홍준표 시장이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원했던 사태가 전국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처럼 시민의 권익을 침해할 위험이 큰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사실상 생략했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 12일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저녁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2월 9일 한 차례 열린 공청회는 시민 참여가 배제된 요식 행위에 불과했으며, 법안 발의 불과 1~2개월 만에 2월 말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번갯불에 콩 볶듯’ 입법 절차가 강행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행정통합은 시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기업 선물세트나 다름없는 영리화 법안을 중단하고 공공의료 강화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