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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고객 돈으로 지배구조 유지하면서 ESG 경영?”

▶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배력 원천은 고객이 납입한 삼성생명 보험료
▶ 현행 보험업법은 주주·보험소비자보다 삼성 오너 일가의 이익을 대변
▶ 보험금 부지급률도 높은데 지배구조 개선 의지도 없어
▶ 삼성생명, 말뿐인 ESG 경영 대신 ‘삼성생명법’ 통과에 앞장서야

삼성생명이 고객이 낸 보험료로 삼성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달성하기 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6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의 31.3%, 삼성생명 지분의 19.1%, 삼성전자 지분의 4.8%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거미줄처럼 얽힌 전형적인 한국 재벌가의 그룹 지배구조를 보여준다.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 걸쳐 광범위한 경영권을 손에 쥔 것이다.

과거 순환출자로 이뤄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보다는 조금 나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방식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인데, 주주의 이익보다는 오너 일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는 삼성생명이다. 생명보험업은 그 특성상 장기보험 가입자가 많아, 축적된 거액의 수입보험료로 안정적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낸다. 삼성생명은 우리나라 최대 보험사로 자산규모가 314조 원에 달하고, 이 중 31조 원(약 10%)은 삼성전자 주식으로 소유하고 있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내(취득원가 기준)로 소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는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하 삼성생명법)을 논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대부분을 매도해야 한다. 이는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및 기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삼성 가에서 삼성생명법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오래전부터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해 왔다. 삼성생명은 2012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왔고, 2022년부터는 ESG 보고서로 명칭을 바꿨다. 지배구조의 건전성 확립은 매년 삼성생명이 실천하겠다고 스스로 제시한 목표이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매년 바뀌지 않았다.

「삼성생명 2022 ESG 보고서」에서는 ‘지배구조 건전성 확립’을 9개 약속 중 하나로 제시했다. 세부 실천과제로는 주주권리보호 강화, 주주·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등을 들었다.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충실히 지급하지 않으며 지배구조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생명의 작년 상반기 보험금 부지급률은 0.87%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0.79%보다 높다.

소비자주권 시민회의는 “보험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보험금이 삼성그룹의 불건전한 지배구조 유지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고 주장하며, “삼성생명은 말로만 ESG 경영, 투명금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경영진이 선제적으로 계열사, 임직원을 설득하고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협조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삼성생명이 매년 내놓는 ESG 보고서는 공허하고 의미 없는 말들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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