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이하 지부)가 지난 22일 대전 KT연수원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제5차 총파업 돌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정부와 공단이 공식 합의했던 정규직 전환 약속이 파기된 데 대한 강력한 항의이자, 다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지부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5차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멈춘 약속, 움직이는 분노”라는 구호 아래 향후 투쟁 계획과 전국 공동행동의 방향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 2021년 약속, 5년 만에 ‘공허한 선언’으로 전락
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지부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해 고객센터 업무를 공단 소속으로 전환하고 직접고용 원칙을 준수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상징적인 사례였던 이 합의는 건강과 복지를 다루는 핵심 업무를 외주화에서 회수하여 공공성의 품으로 되돌리겠다는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이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이다. 공단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실행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으며, 정부는 이행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기했다. 결과적으로 민간위탁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상담노동자들은 여전히 해마다 계약 만료의 불안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부 측은 비판했다.
■ AI 명분 삼아 정원 감축 시도…숙련 노동자 배제 우려
지부는 단순한 정규직 신분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노동의 공공적 가치와 안정된 일자리, 그리고 숙련된 노동을 통한 서비스 질 보장을 함께 요구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단은 AI 상담 시스템 도입을 명분으로 정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으며, 필기시험 가점 배제 등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벽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부 측은 “조합원들의 업무는 단순히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상황에서 감정노동을 감내하며 민원을 응대하고, 국민의 불안을 공감하며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는 고도의 전문 노동”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업무는 기술이나 AI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며, 오히려 현장의 경험과 통찰력, 인간적 공감 능력이 필수적인 분야라고 덧붙였다.
지부는 휴직자 약 50명을 포함한 현 근무자 1,633명의 정원 유지를 요구하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서류·필기·면접 전 항목에 경력 가산점 10점을 일률적으로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공단은 필기시험에는 가점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직제별 정원조차 확정하지 않으면서 정규직 전환 대상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부는 지적했다.
지부는 “상담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던 일터에서 해고의 불안 속에 일하고 있다”며, “합의는 했지만 책임은 없다”는 공단과 정부의 태도 아래 노동자의 생존이 협상의 대상이 아닌 비용 절감의 변수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총파업 결의는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숙련된 경험과 안정적인 고용이 필수적이라는 지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