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거제씨월드에서 지난 10년간 총 15마리의 고래류가 사망해 매년 1.5마리의 높은 폐사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고래류 감금시설 중 가장 많은 사망 개체 수이다. 최근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돌고래 체험 사업이 어려워지고 체험객 수가 줄어들자, 거제씨월드는 감금된 돌고래들을 제3국으로 반출하며 업종 변경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거제씨월드가 2014년 개장 당시 거제시와 맺은 ‘거제씨월드 조성 실시협약서’에 따르면 시설물 소유권은 거제시에 있어, 감금된 고래류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면 거제시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속한 고래류를 해외로 반출하려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 법적 제약에 직면한 해외 반출
환경부는 고래류 종의 생존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2018년부터 수입과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반입과 반출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거제씨월드가 보유한 큰돌고래는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기에, 다른 시설로 옮기려면 해양수산부의 허가 또한 필요하다. 더욱이 지난 3월 13일 대법원이 호반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의 해양보호생물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 무허가 이송 행위에 대해 유죄를 확정 판결하면서,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해외 반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에 하나 거제씨월드가 남은 돌고래들에 대한 돌봄을 포기하고 방치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2019년 일본 지바현 이누보사키 수족관 폐관 후 홀로 방치된 큰돌고래 ‘허니’가 2020년 3월에 죽었고, 고래류 사육이 금지된 캐나다 마린랜드 수족관에서도 2019년 이후 18마리의 흰고래(벨루가)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최소 120마리 이상의 감금 고래류가 폐사해 결국 행정당국으로부터 시설 폐쇄 명령을 받은 미국 마이애미 씨쿼리엄 사례도 시민단체들은 언급했다.
■ 해양동물생츄어리 조성이 유일한 해법
시민사회단체들은 싱가포르 자본이 소유한 거제씨월드가 국내 사육 인력을 철수하고 일방적으로 시설을 폐쇄하는 최악의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촉구하며, 남은 10마리의 고래류를 위해 거제시와 거제씨월드가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거제씨월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극해역에서 포획된 벨루가들을 해외 생츄어리로 보내고, 큰돌고래들을 위해 정부 기관과 협력하여 국내 해역에 해양동물생츄어리(바다쉼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양생츄어리 조성에는 비용과 시간이 들겠지만, 수족관과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가 협력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다양한 주체들이 바다쉼터 조성을 위해 힘을 모은 바 있으며, 이미 몇 군데 후보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해외 반출에 반대하며, 수족관과 정부가 협력하여 해양동물생츄어리를 건립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러한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거제씨월드의 현재 상황과 돌고래들의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단순히 사업적인 판단을 넘어, 생명 존중과 해양생물 보호라는 더 큰 가치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