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부실 대응과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한 가운데, 같은 날 발표된 SK텔레콤의 고객 보상안이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신청 기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고, 대상 고객에 대한 사전 안내도 부족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증권가에서는 실적 타격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SK텔레콤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적인 신뢰와 실적에 모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 SK텔레콤의 대규모 해킹 피해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SK텔레콤이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과 허술한 계정 관리, 주요 정보 암호화 미비 등으로 사태를 키운 책임이 있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SK텔레콤은 해커가 내부 시스템에 침투해 악성코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도 이를 정부나 외부에 즉시 알리지 않고 자체 대응에 그쳤으며, 해커가 활동하던 서버에 비밀번호 만료 설정조차 없고 변경도 이뤄지지 않은 등 계정 관리 부실로 해킹을 방치한 사실이 정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침입 시점이 당초 알려졌던 2022년 6월보다 무려 10개월 앞선 2021년 8월로 밝혀졌고, 그동안 유심 정보 2696만 건이 장기간 유출되는 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초기 인지 후 대응 지연이 피해를 키운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 SK텔레콤은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및 요금 할인’ 보상안을 전격 발표했다. 7월 14일까지 해지하는 고객에 한해 위약금을 전면 면제하고, 15일 이후에도 남아 있는 고객에게는 8월 한 달간 통신요금을 절반으로 할인하며, 추가로 매달 50GB의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신청 기한이 너무 짧고, 사전 안내가 부족했으며, 실질적 보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빠르게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보상안’ 발표가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뤄진 점, 그리고 그 내용이 충분한 설명 없이 단기적으로 기한을 설정한 점 등이 맞물리며 “정책적 책임 회피나 여론 무마용 대응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서울 수색동에 거주하는 SK텔레콤 가입자 A 씨는 “보상안에 대해 전혀 안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혀, 실제 고객에게는 보상안 내용이나 신청 방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동에 거주하는 B 씨 역시 “50GB 데이터 제공이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보상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형평성을 고려해 마련한 보상책”이라며, 오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문자 메시지로 관련 내용을 안내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위약금을 내고 해지한 가입자에 대해선 별도 환급 신청 절차가 필요한 방식이어서, 신청하지 못한 이들에겐 보상이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보상안’ 발표가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뤄진 점, 그리고 그 내용이 충분한 설명 없이 단기적으로 기한을 설정한 점 등이 맞물리며 “정책적 책임 회피나 여론 무마용 대응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는 이유다.
▷ 증권가도 부정적 전망… 실적·주가 모두 타격
SK텔레콤의 이번 사태는 실적 전망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7일 리포트를 통해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4% 감소한 331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수치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심 사태로 인한 대규모 가입자 이탈과 유심 재발급 비용, 그리고 위약금 면제 및 보상 패키지 제공에 따른 손실로 약 8000억 원의 실적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대신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6만7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약 16% 하향했다. 대신증권은 “정부의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에 따라 과징금이나 주파수 경매 불이익 가능성까지 반영해야 한다”며, SK텔레콤의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양사 모두 “추가 마케팅 경쟁이 과열되지 않겠지만, 당분간 가입자 수를 방어하는 데 급급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보상의 진정성 여부는 결국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에 달려 있다”며, “SK텔레콤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여론 관리가 아닌, 신뢰 회복을 위한 중장기적 정보보호 강화 방안과 투명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