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준법감시부서에 현업을 견제하고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내는 내부 ‘레드팀(Red Team)’ 역할을 주문하기 12일 전,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계좌에 ‘과당매매’ 점검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당매매는 고객의 투자목적이나 자산상황 등에 비춰 지나치게 빈번한 거래를 통해 불필요한 수수료 부담 등을 키울 수 있는 매매를 말한다.
23일 금융감독원의 메리츠증권 경영유의사항 등 공개안과 지난 21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9일 메리츠증권에 경영유의사항 4건과 개선사항 3건을 통보했다. 임직원에 대한 별도 조치는 없었다.
금감원은 12일 뒤인 21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과 중형사 11곳 등 21개 증권사 준법감시인을 불러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레드팀은 조직 내부에서 현업의 판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반대 입장에서 허점과 위험을 찾아내 견제하는 역할을 뜻한다.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상품 기획·심의 단계부터 준법감시부서가 레드팀으로서 통제·관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해외투자 분야에서도 KPI에 실효성 있는 투자자보호 지표를 반영하고 이벤트·투자광고, 해외 현지브로커 관리, 외화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절차 등을 재점검하도록 요구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에서 직접 문제가 된 것은 해외주식 과당매매 관리다.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따라 과당매매 의심계좌를 확인해 영업직원의 업무수행이 적정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은 국내주식 계좌만 과당매매 여부를 확인하고 해외주식 계좌에는 별도의 점검 프로세스를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해외주식 거래에서도 과당매매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점검 절차를 구축하도록 요구했다.
메리츠증권이 지난달 제출한 반기보고서에는 올해 상반기 리테일금융센터를 대상으로 ‘과당매매, 손실과다 점검’을 실시하고 ‘미흡사항 조치’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금감원 검사에서는 해외주식 계좌에 대한 별도 점검 프로세스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외화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방식도 지적됐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이 브랜드사용료 등 예탁금과 무관한 비용까지 반영해 투자자에게 비용이 과도하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KPI도 민원 건수 등을 반영하고 있었지만 실제 평가점수의 변별력이 부족해 금융소비자 보호 유인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메리츠증권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도 레버리지 투자 등 특정 상품에 과도한 쏠림이 생기지 않도록 성과보상(KPI) 체계를 재점검하고, 해외주식·파생상품의 과당매매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이벤트와 광고를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약 9개월 뒤 메리츠증권은 KPI와 해외주식 과당매매 관리에서 개별 개선 요구를 받은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간담회에서 일부 증권사 거점점포 검사 결과 위법 과당매매와 불법 임의·일임매매, 고객 신용정보 무단조회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위법 사례가 적발된 증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가 보통주 전량을 보유한 완전자회사로, 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분 58.41%를 가진 조정호 회장이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 3월에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와 손실보전 금지 위반 등으로 금감원 기관경고를 받았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0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8% 증가했고, 반기순이익은 5140억원으로 15.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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