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하며 ‘금융사고 제로화 기반 구축’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1~7월 농협금융에서는 금융사고 8건, 275억4200만원이 발생했다. 이 회장은 오는 11월 시작되는 경영승계 절차에서 연임 여부를 가리게 된다.
23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 달 6일 시작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 회장을 포함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5대 은행장을 신청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가계대출, 포용금융 등 금융권의 역할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거쳐 2021년부터 2022년 7월까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이후 2024년 12월 SH수협은행 사외이사로 옮겼다가 이듬해 1월 31일 사임했고, 사흘 만인 지난해 2월 3일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선임 당시 금융권 일각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됐다.
■ ‘사고 제로’ 내걸었지만…1~7월 8건·275억
취임 다음 날인 지난해 2월 4일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90건, 64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이 회장 취임 이전 기간을 포함한 검사 결과다.
이 회장 취임 첫해에도 금융사고는 이어졌다. 지난해 1~7월 농협금융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8건, 275억4200만원 규모다. 특히 이 회장 취임 두 달 뒤에는 대출상담사가 감정가를 부풀린 204억9310만원 규모 주택담보대출 사고가 알려졌다.
취임 당시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 기반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던 만큼 국감에서는 취임 이후 내부통제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최근 10억원 이상 여신사고는 없었으며 내부통제협의회와 전문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산하에는 내부통제위원회도 설치했다.
■ 중앙회에 사업비·배당 1조4100억…순이익의 56% 규모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가진 금융지주다. 일반 금융지주와 달리 최대주주인 중앙회에 배당뿐 아니라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농업지원사업비도 지급한다. 이 두 가지를 합친 지난해 지급액은 1조4100억원으로, 농협금융의 지배기업 소유주 귀속 순이익 2조5112억원의 56.1%에 해당하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농업지원사업비가 6500억원, 현금배당이 7600억원이다. 중앙회가 농협금융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 7600억원도 전액 중앙회가 받았다.

다만 두 돈의 성격은 다르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법에 따라 부담하는 비용이고, 배당은 주주인 중앙회에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따라서 순이익의 56.1%를 그대로 중앙회에 넘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두 지급액을 합친 규모가 순이익의 절반을 웃돈다는 의미다.
자금은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인다. 중앙회는 지난 5월 농협금융의 1조1709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을 확충했다.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사업비와 배당을 지급하는 동시에 중앙회가 필요할 때 금융지주에 자본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감에서는 단순히 ‘중앙회에 돈을 많이 줬다’는 것보다, 농협금융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중앙회에 지급되는 사업비와 배당의 규모가 적정한지, 금융지주의 자본 확충과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가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 당국 가계대출 목표 넘겨 페널티…대출은 기업보다 가계가 더 늘었다
정부는 금융권 자금을 부동산·가계에서 기업과 혁신 분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대출은 반대 방향으로 늘었다.
농협은행 감사보고서를 보면 원화대출금은 2024년 말 290.8조원에서 지난해 말 306.8조원으로 약 16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37.6조원에서 145.8조원으로 8.2조원(5.9%)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142.8조원에서 148.9조원으로 6.1조원(4.3%) 늘었다.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약 2.1조원 더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대출금 평균 이자율은 4.79%에서 4.26%로 0.53%포인트 떨어졌다. 금리가 내려가는 동안 대출 잔액은 16조원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규제 선을 넘었다. 지난 5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이 금융당국과 협의한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은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신청 한도를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 가입을 막았으며, 6월에는 고정형·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각각 0.20%포인트 올렸다.
대가도 따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가계대출 추가 한도 26조원을 은행별로 배분하면서 상반기 목표를 초과한 곳에는 적은 한도를 주는 방안을 논의했고, 농협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한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목표를 넘겼던 KB국민은행이 올해 0.59%의 낮은 배분율을 받은 전례가 있다.
‘금융사고 제로화’와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관리에서도 이 회장 취임 이후 성적표가 국감 도마에 오를 수 있는 대목이다.
■ 정부가 ‘조합장 편중’ 지적했는데…21일 뒤 조합장을 회장 뽑는 자리에 앉혔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2일까지다. 농협금융은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고 있어 이르면 11월 차기 회장 인선이 시작된다.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6명이다. 김병화 위원장과 길재욱·송민규·차진석 사외이사 외에 황종연 사내이사, 김원식 비상임이사가 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황종연 위원은 농협금융 전략기획부문장을 맡은 현직 부사장이고, 김원식 위원은 서영암농협 조합장이다. 회장이 이끄는 경영진과 일선 조합장이 그 회장의 연임 심사에 참여하는 구조다.
이 구조는 이 회장이 선임될 때도 같았다. 사업보고서에 실린 임추위 활동내역을 보면 이 회장을 회장 후보로 심사·선정한 지난해 2월 3일 회의에도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 2명이 참여했다. 당시 이재호 사내이사는 2024년 12월 30일 선임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었고, 박흥식 비상임이사는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이었다.
정부는 올해 이 방식을 문제로 지목했다. 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이 참여한 정부합동 특별감사팀은 지난 3월 9일 결과를 발표하며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산하 17개 계열사의 비상임이사 195명 가운데 회원 조합장 출신이 159명(81.5%), 농협 계열사 출신이 26명(13.3%)이고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는 10명(5.1%)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편중된 구성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봤다. 같은 감사에서 위법 소지가 큰 14건이 경찰에 수사 의뢰됐고 96건의 제도개선 과제가 제시됐다.
농협금융의 인선은 그 발표 21일 뒤에 이뤄졌다. 농협금융은 지난 3월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영암농협 조합장인 김원식 이사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임기는 4월 1일부터 2028년 3월 31일까지다. 김 이사는 임추위와 보수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구성도 이 회장 취임 이후 바뀌었다. 배용원·안윤주·차진석 이사는 지난해 4월, 송민규 이사는 올해 4월, 류준열 이사는 올해 5월 선임됐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이 회장 취임 이후 이사회에 들어온 셈이다. 다만 선임 시점만으로 개별 이사의 독립성을 판단할 수는 없고, 이사회 의장은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금융당국도 승계 절차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들이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형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자회사 대표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국감과 연임 심사에서는 이 회장의 ‘금융사고 제로화’ 성과와 가계대출 관리, 현직 경영진·조합장이 참여하는 임추위의 독립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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