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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뒷전인 대한항공 마일리지제도 ‘개악’… 오는 4월부터 ‘지역별’ 아닌 ‘거리별’로 세분화

▶ 인천-뉴욕 일반석으로 왕복 시, 마일리지 기존보다 28% 더 써야
▶ 중·장거리 노선 구입하려던 소비자들 ‘분통’
▶ 대한항공, 소비자 우롱하는 개편안 즉각 철회해야

대한항공이 4개 지역으로 나눠 적용하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오는 4월부터는 거리별로 세분화한다. 이에 따라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써야 한다. 인천∼뉴욕 구간(프레스티지석)을 마일리지로 구매하려면 기존에는 편도 62,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90,000마일이 필요해진다. 이에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파리 가려다가 발리도 못 갈 판”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승객이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거나 좌석 등급을 올릴 때 국내선 1개와 동북아시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국제선 4개 지역으로 나눠 차등 공제한다. 그러나 4월부터는 공제 기준을 운항 거리에 따라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제도 개편 전 인천~뉴욕 항공권(편도 기준)을 구매할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이코노미석 35,000마일, 프레스티지석 62,500마일, 일등석 80,000마일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같은 항공권을 구매할 때 각각 45,000마일, 90,000마일, 135,000마일이 필요하게 된다. 아울러 인천~뉴욕 이코노미석을 산 뒤 프레스티지석으로 등급을 높일 때, 이전보다 22,500마일이 증가한 62,500마일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편안이 이미 2019년에 발표됐지만, 코로나19로 시행만 미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기준으로 중장거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24%에 불과해 마일리지 제도가 개편되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중국, 일본 등 단거리 구간에서는 필요한 마일리지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르면 칭다오, 후쿠오카 노선은 일반석의 경우 현재 15,000마일이 필요하지만, 향후 10,000마일이면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미주 지역으로 분류돼 35,000마일을 공제했던 인천~하와이 항공권은 32,500마일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진입이 어려운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마일리지 공제율을 높아졌다는 것이다. 단거리 노선의 경우 마일리지 공제가 줄어들지만, 일반적으로 가까운 거리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면 더 싸게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효용이 크지 않다. 단거리는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고, 장거리와 좌석 승급을 위해 알뜰히 마일리지를 모아왔던 고객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마일리지 항공권을 쉽게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대한항공의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에도 여행 카페 게시판 등에서는 “마일리지로 좌석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좌석을 늘려달라” 등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금도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4월부터 단거리 구간의 마일리지 공제 폭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의 예약이 급증해 마일리지 항공권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사용처를 일부 늘렸지만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애초에 다른 용도로 마일리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적을뿐더러 호텔 숙박, 쇼핑 등에서 사용할 경우 마일리지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인 ‘스카이패스’에서 교보문고의 만 원짜리 책(1400마일)을 살 때 1마일리지의 가치는 7원에 불과하다. 제도 개편 전 ‘인천~뉴욕’ 일등석을 마일리지로 발권했을 때 1마일리지 가치가 91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위해 항공권 구매 시 대한항공 탑승은 물론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신용카드를 우선 사용해 왔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명백히 소비자 마일리지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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