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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수익성 악화 및 지배구조 논란…주가 하락 장기화에 소액주주 ‘분노’

(오)농심 신동원 회장 (왼)신상열 상무. 농심 사옥 전경.
(오)농심 신동원 회장 (왼)신상열 상무. 농심 사옥 전경.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심각한 수익성 저하와 비효율적인 지배구조 문제로 소액주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농심의 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농심의 경영 전략을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10년 전 대비 3분의 1 토막 난 주가…’의도적 방치’ 논란 확산

21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주가는 10년 전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10년 전, 농심은 삼양식품보다 월등히 높은 시가총액을 자랑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으나, 현재는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 일각에서는 농심의 “의도적 주가 방치” 전략이 주가 하락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농심이 적극적인 투자와 수익성 개선 노력 대신,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여 주가가 장기간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이러한 소극적인 행보가 3세 승계를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투자 지표에서도 농심은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ER, PBR 등 주요 지표에서 농심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삼양식품은 고성장과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실적 차이를 넘어, 농심이 시장과 주주를 얼마나 소홀히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분석이다.

■ 글로벌 경쟁력 ‘빨간불’…수익성 10분의 1 수준 ‘충격’

농심의 글로벌 경쟁력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 4분기 농심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2.4%, 별도 기준으로는 1.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본의 도요스이산(23.8%), 닛신(15.8%)은 물론, 국내 경쟁사인 삼양식품(18.2%)에도 크게 뒤처지는 수치이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소액주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삼양식품의 2024년 매출액은 약 4,789억 원으로, 농심의 8,551억 원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률은 7배 이상 높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무려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5배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삼양식품은 21배가 넘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이는 시장이 농심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양식품은 내부거래 비중이 낮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주주 친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농심은 수익성, 성장성, 주주환원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며, 경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승계’에 발목 잡힌 농심…주주 가치 외면 논란 심화

농심홀딩스의 저평가 문제와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농심홀딩스는 농심 지분 32.7%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2,857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농심 지분 가치(8,910억 원) 대비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일각에서는 이를 “저렴한 승계”를 위한 의도적인 주가 억압 전략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농심홀딩스의 배당성향은 17.27%에 그치고 있으며, 배당금은 농심과 율촌화학 등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 내에서만 지급하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주주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농심이 오너 일가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상무가 농심의 요직을 차지하며 3세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상열 상무는 이미 상당량의 농심과 농심홀딩스 주식을 증여받았으며, 이러한 승계 과정에서 농심홀딩스의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내부거래 ‘오너 일가’ 배 불리기?…’폐쇄 경영’ 논란 가중

농심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심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17.6%에 달하며, 이 중 75%가 비상장 계열사와의 거래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내부거래 회사로는 조미료 자회사인 농심태경(2,420억 원), 시스템 개발업체 엔디에스(237억 원), 운송업체 전일운수 등이 있다.

이들 비상장 계열사는 대부분 총수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농심의 자금이 오너 일가 계열사로 흘러 들어가는 “터널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농심의 이익이 주주들에게 제대로 환원되지 않고,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동원 회장은 2021년 회장 취임 이후 “뉴 농심”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성장과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농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이 1,901억 원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어떠한 주주환원 정책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 해외 선진 사례와 비교…’한국 자본시장 개혁’ 시급

해외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소액주주의 권리가 훨씬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고 있으며, 소액주주들도 연대하여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미국은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 제안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일본 역시 소액주주 보호 수준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아베노믹스 시기 도입된 기업지배구조개혁(CGP) 프레임워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소액주주가 단독으로 또는 연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미흡하다. 주주 제안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감사 선임 시 3% 룰 외에는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주주명부 열람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 자본시장이 진정한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더 이상 “소란”으로 치부하지 않고, “견제와 균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 연대 활성화를 위한 법적 요건 완화,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의결권 자문기관의 독립성 및 역할 강화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농심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농심홀딩스의 주가는 더 이상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주주의 이익을 반영하는 진정한 “기업 가치”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이제 농심은 “가문의 기업”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주주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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