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C삼립이 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와 그로 인한 생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사고 책임자인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식품산업협회 협회장 출마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책임 경영에 대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1,000만 개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던 ‘크보(KBO)빵’이 야구팬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하고, 정치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이어지며 SPC그룹은 연이은 악재에 휩싸였다.
■ 시화생산센터 사망 사고와 확산되는 책임론
지난 5월 19일, SPC삼립 시화생산센터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2022년 10월 이후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세 번째 노동자 사망 사고이자, 부상까지 포함하면 여덟 번째 인명 사고로 기록되며 SPC그룹의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SPC삼립은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에 따라 시화생산센터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으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12.5%에 해당하는 약 4300억 원 규모의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경기도 시흥경찰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장 센터장 등 7명을 안전 관리 소홀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윤활유 자동 살포 시스템을 갖추고도 수동 작업을 지시한 이유와 기계를 멈추지 않고 작업한 근무 형태가 안전 수칙에 위반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SPC그룹 전반의 산업 안전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 황종현 대표의 ‘부적절한 행보’, 협회장 출마 강행 논란
노동자 사망 사고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사고의 책임 경영자인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한국식품산업협회 협회장 출마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황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명한다”며 즉각적인 출마 포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26일 성명을 통해 황 대표의 출마가 “책임 의식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임기 연장을 추구하는 염치없는 행위”이자,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와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식품산업 전반의 현안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공공성과 산업 대표성을 갖춘 조직임을 강조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SPC의 대표가 협회장으로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협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황종현 대표의 출마 철회와 더불어,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수사 및 책임자 엄중 처벌, 그리고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 ‘크보빵’ 불매 운동 확산…기업 이미지 타격 가속화
프로야구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1,000만 개 이상 판매되었던 SPC삼립의 ‘크보빵’은 이제 노동자 사망 사고의 여파로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고 현장인 시화공장이 크보빵의 주요 생산 공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팬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산재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는 서명 운동을 시작하며 SPC그룹 제품 불매를 선언하고 나섰다.
일부 팬들은 “피 묻은 빵을 소비한 것이 부끄럽다”고 자책하며 기업의 이익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번 불매 운동은 SPC그룹 전반의 이미지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 논란, 정치권으로 확산
SPC삼립 시화공장 사고는 크보빵 불매 운동을 넘어 정치권의 쟁점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사고 나흘 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으로 지칭하며 “제가 결정권자가 될 때는 반드시 이런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발언한 것이 소환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김 후보는 사고 이후에도 “구속한다고 사망자가 없어지는 게 아닌 걸 우리가 다 안다”고 발언하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2023년 산업재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듬해인 2023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7.1% 감소하여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통계로,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SPC그룹은 앞선 두 차례의 계열사 공장 내 사망 사고에서 그룹 총수인 허영인 SPC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처벌을 피한 바 있어, 이번 사고에서도 허 회장의 책임 소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