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만성 적자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미국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를 사실상 헐값에 매각하며 북미 사업 포트폴리오 인적 쇄신에 나섰다.
수천억 원 규모의 대여금을 자본으로 전환해 채무를 면제해준 뒤 곧바로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누적된 경영 부담을 털어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미국 종속회사인 ‘LG H&H USA’는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의 지분 100%를 미국 ‘스트랫퍼드 월드와이드(Stratford Worldwide, LLC)’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금액은 약 83억5800만 원(600만 달러)으로, 이는 LG생활건강 연결 자산총액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오는 9월 1일이다. 정확한 매각 대금은 종결 시점에 확정된다. 캐나다 법인인 ‘더에이본컴퍼니 캐나다 리미티드’ 지분 100%도 같은 회사에 1달러에 양도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LG생활건강은 더에이본컴퍼니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LG H&H USA가 더에이본컴퍼니에 빌려준 약 2억5507만 달러(약 2863억 원)를 신주 발행 없이 자본금으로 전환해 채무를 상환 처리한 것이다.
별도의 현금 납입은 없으며 지분율도 변동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약 2863억 원의 빚을 탕감해준 뒤 단돈 83억 원을 받고 회사를 넘기는 셈이어서, 사실상 투자 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한 ‘뼈아픈 손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에이본컴퍼니의 심각한 경영난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공시와 관련 자료에 따르면 더에이본컴퍼니는 최근 수년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매출액 역시 방문판매(다이렉트 셀링) 모델의 한계로 감소세를 이어가며 성장 동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2019년 약 1450억 원(1억2500만 달러)에 인수한 이후 누적 투자와 지원을 합치면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LG생활건강 측은 이번 처분 목적에 대해 “북미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재편 및 핵심 사업 집중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북미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인수했던 에이본의 방문판매·소셜 셀링 모델이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자, 부실 자산을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는 닥터그루트, 빌리프, CNP 등 K-뷰티·웰니스 브랜드와 리테일·디지털 채널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스트랫퍼드 월드와이드는 글로벌 투자회사 리전트(Regent)의 관계사로, 리전트는 올해 1월 에이본 인터내셔널을 인수해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북미 외 지역 사업을 운영 중이다. 거래가 종결되면 에이본 북미 사업도 동일한 리더십 아래 운영되며 제품 개발·마케팅·소셜 셀링 등에서 협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북미 지역의 연결 실적 저하 요인이 제거됨에 따라 향후 수익성 개선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2019년 인수 당시 “북미 인프라를 활용한 글로벌 성장”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7년 만에 사실상 철수로 끝난 결과는 K-뷰티 기업의 해외 M&A 리스크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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