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신축공사를 둘러싸고 지역 전문건설업체 하도급 참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발주처와 시공사가 모두 롯데 계열사인 이 공사에서, 정작 지역업체는 실적과 신용도 기준에 막혀 입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 “실적 쌓을 기회 없는데 실적을 보나”… 지역업계 반발에 롯데건설 반박
7일 건설업계와 전북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지역업체는 이 사업의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실적과 신용도 등 내부 기준을 이유로 입찰 문턱에서 배제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지역업체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실적을 가진 대기업 협력업체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지역업체가 어떻게 참여하겠느냐”며 “지역업체는 실적을 쌓을 기회가 없어 영원히 공사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특별자치도회도 지난달 30일 전주시와 간담회를 열고 “관내 대형 건설현장에서의 지역 전문건설업체 하도급 참여 확대”를 공식 건의했다. 임근홍 전북도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문공사 직접시공을 위한 대형공사 분리·분할 발주 활성화도 함께 요구했다.
롯데건설은 배제 주장을 반박했다. 회사 측은 “분리발주 공사를 제외하고 지역건설업체와 공동수급 비율 20%를 준수해 롯데건설 80%, 지역 3개사 20%로 계약을 완료했다”며 “전주시 건축과와 상생 관련 미팅과 현황 보고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허·신기술 등 특수 공정을 제외하고는 공동수급사와 지역 관계사를 통해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업체 선정은 본사 외주팀이 실적, 규모, 신용도, 시공능력 등을 종합 검토해 투명하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상생 실적도 강조했다. 특수 기술직을 제외한 상용 인부와 청소·경비 등 현장 관리 인력은 지역 인력으로 채용하고, 특수 장비를 뺀 현장 장비와 기타 자재도 전주·전북 업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함바식당을 운영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주변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고, 유류 구매와 숙소 계약으로 골목상권 활성화에도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업계는 “고용·장비·소모품 사용과 핵심 하도급 참여는 별개의 문제”라고 재반박했다.
전주시는 협약 이행 여부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해당 공종이 200억원 규모의 골조공사인 만큼 견실한 업체 선정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협약 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발주도 롯데, 시공도 롯데… 계열 공사는 96%가 수의계약
이 공사는 전주 도심에서 진행 중인 최대 규모 민간 건설사업인 롯데의 종합경기장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의 핵심 시설이다. 지역업체에 적용된 기준이 논란이 되는 것은, 정작 롯데건설이 이 공사를 따낸 방식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롯데건설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롯데건설 투명경영위원회는 2026년 1월 28일 ‘전주 전시컨벤션센터 신축공사 계약 체결의 건’을 원안가결했다. 위원은 조도휘 사내이사와 정탁교·조성래 사외이사 3인으로, 사외이사 2명이 참석해 반대 없이 통과시켰다.
발주처인 롯데쇼핑의 투명경영위원회도 같은 해 2월 5일 ‘[백화점] 전주 컨벤션센터 공사도급계약 체결의 건’을 사외이사 3명 전원 찬성으로 원안가결했다. 한 건의 공사를 놓고 발주처와 시공사가 각각 자사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서 따로 의결한 셈이다.
이런 계열 간 거래는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2025년 롯데건설의 국내 계열회사 대상 매출은 8520억원으로, 별도 기준 전체 매출 7조9067억원의 10.8%를 차지했다.
계약 방식을 보면 성격이 더 뚜렷해진다. 공시에 개별 내역이 적시된 계열사 대형 거래 8460억원 가운데 8121억원, 96.0%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경쟁입찰은 롯데케미칼(105억원)과 롯데지에스화학(234억원) 두 곳의 제한경쟁입찰 339억원이 전부였다.
거래 상대는 롯데바이오로직스 4334억원, 롯데쇼핑 1789억원, 롯데웰푸드 873억원, 롯데쇼핑타운대구 677억원 순이었다. 모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롯데 기업집단 소속이다.
공교롭게도 롯데건설은 지난 5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하도급대금의 신속한 지급, 유보금 설정 관행 폐지, 부당특약 금지 등이 협약에 담겼다. 협회 중앙 조직과 상생을 약속한 지 두 달 만에 같은 협회 지방 조직이 전주 현장을 문제 삼은 셈이다.
■ 영업이익 1036억에 이자만 1638억… 원가를 죄는 재무 구조
하도급 문턱이 높아진 배경에는 롯데건설의 재무 사정이 자리한다.
공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2025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036억원인 데 반해,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1638억원이었다.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이자보상배율은 0.63배에 그친다. 대손상각비는 1649억원으로 영업이익을 웃돌았고, 당기순이익은 261억원에 머물렀다.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189.56%, 차입금은 2조5743억원이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5년 말 187%에서 2026년 3월 말 168%로 낮아졌지만, 여기에는 회계상 자본으로 잡히는 신종자본증권 증가분이 반영돼 있다. 롯데건설의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2025년 말 3434억원에서 2026년 3월 말 6868억원으로 석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이 6868억원을 부채로 되돌려 계산하면 2026년 3월 말 연결 부채비율은 233%로 올라간다.
우발채무 부담도 여전하다. 2026년 3월 말 기준 롯데건설이 제공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은 3조3909억원이다. 기타사업 PF 보증 69건과 관련해 신용등급 하락 등이 발생하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되는 금액은 9조7621억원에 이른다. 건설사업을 위해 발주처 등에 제공한 채무보증도 197건, 11조1393억원이다.
다만 실적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금융원가 437억원을 웃돌았고, 당기순이익은 1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오일근 대표이사가 내세운 수익성 중심 선별 수주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주 전시컨벤션센터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인접 부지에 총 1170억원을 들여 201실 규모 호텔도 짓는다. 지역업계가 요구하는 하도급 참여 확대가 서류상 협약에 그칠지, 실제 계약서에 반영될지는 남은 공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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