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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 일양약품 대표. /사진=일양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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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최대주주, 정도언 회장→장남 정유석 대표…해임권고 효력정지 속 3세 승계 강행

정유석 일양약품 대표. /사진=일양약품
정유석 일양약품 대표. (사진=일양약품)

일양약품의 최대주주가 정도언 회장(78)에서 장남인 정유석 대표이사 사장(49)으로 변경됐다.

일양약품은 1946년 설립됐으며, 정 회장은 창업주인 고 정형식 회장의 아들로 회사 회장을 맡아온 창업 2세다. 정 대표는 2023년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창업 3세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7월 30일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다. 변경 사유는 ‘기존 최대주주의 증여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이다. 정 회장과 정 대표가 체결한 증여 계약은 6월 30일 이뤄졌으며, 주식 결제와 명의개서는 7월 30일 완료됐다.

■ 정 회장 170만주 증여…오너 일가 지분은 그대로

정도언 회장은 장남 정유석 대표에게 일양약품 보통주 170만주를 증여했다. 발행주식총수 1천953만744주의 8.7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증여가 끝나면서 두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정 회장의 지분은 416만7천844주에서 246만7천844주로 줄었고, 지분율도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21.84%에서 12.93%로 낮아졌다. 반대로 정 대표는 기존 80만8천777주에서 250만8천777주로 늘면서 지분율이 4.24%에서 13.14%로 상승해 최대주주가 됐다.

두 사람의 지분 차이는 불과 4만933주, 0.21%포인트다. 정 대표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170만주가 그대로 최대주주 자리를 바꿔놓은 셈이다.

다만 오너 일가 전체의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오너 일가 8명이 보유한 주식은 증여 전후 모두 515만673주로, 지분율도 26.98%로 같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주식 일부를 아들에게 넘겼을 뿐, 오너 일가가 가진 전체 지분 자체가 늘거나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가족이 쥔 회사 지분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그중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사람만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뀐 것이다.

정 대표는 이 주식을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다.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는 취득 방법이 ‘수증’, 즉 증여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자기 돈이나 빌린 돈은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 공시에 적힌 취득금액은 139억9천100만원으로, 170만주로 나누면 1주당 약 8천230원 꼴이다.

같은 주식이 1년 전에는 훨씬 비쌌다. 일양약품이 사업보고서에 적어둔 2025년 7월 보통주 평균주가는 1만3천657원이다. 이 가격으로 170만주를 계산하면 약 232억원으로, 이번에 공시된 금액보다 90억원 이상 많다. 다만 이는 당시 평균주가를 단순 적용한 계산일 뿐 실제 거래가격은 아니다.

증여세는 물려받은 주식을 얼마짜리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하면 그만큼 세금 부담도 줄어든다.

■ 금융위 제재에 소송…해임권고 효력 멈춘 사이 최대주주 오른 정유석

이번 최대주주 변경은 정유석 대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법원 결정으로 일단 멈춰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1월 5일 일양약품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회사에 62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동대표이사 2명과 회계담당임원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해임권고와 6개월 직무정지, 검찰 통보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회사에는 3년간 감사인을 지정받는 조치도 함께 내려졌다.

일양약품은 금융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정 대표에 대한 해임권고와 6개월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판결이 선고된 뒤 30일이 되는 날까지 멈추도록 결정했다. 과징금 처분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금융당국은 경영진에서 물러나라고 했지만, 법원이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 조치의 집행을 일단 세워둔 상태인 셈이다. 검찰 수사에서는 같은 사안에 대해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나왔지만, 금융위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양약품의 지배구조도 바뀌었다. 한국거래소는 2025년 9월 주식 거래를 정지한 뒤 회사에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일양약품은 같은 해 10월 이사회에서 공동대표 규정을 없앴고, 거래소는 2026년 3월 25일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다. 다음 날인 3월 26일부터 주식 거래도 재개됐다.

정 대표는 거래 재개 당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찬성률 99.5%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결국 일양약품은 금융위의 해임권고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정 대표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최대주주 자리까지 넘겨받은 것이다.

■ 2024년 재무제표 재작성…1분기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

정 대표가 물려받은 회사의 실적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감사인이 한길회계법인에서 삼정회계법인으로 바뀐 뒤 일양약품은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2024년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했다고 밝혔다. 과거 회계처리 과정에서 일부 금액을 빠뜨리거나 잘못 반영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크게 4가지다. 과거 토지 가치를 다시 평가한 뒤 회계장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부분, 장기근속 직원에게 지급할 포상금 관련 부채를 빠뜨린 부분, 수출 과정에서 발생한 지급수수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부분, 거래처에 제공한 할인 금액을 적절한 기간에 반영하지 않은 부분 등이다.

재무제표를 다시 계산하면서 2024년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 110억원에서 96억2천220만원으로 13억8천만원가량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기존 105억766만원에서 92억8천219만원으로 12억2천만원가량 감소했다.

수정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면 일양약품의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49억6천257만원으로 전년보다 48.4% 줄었다. 일양약품만 따로 보면 영업이익은 83억4천700만원에서 34억4천23만원으로 58.8% 급감했다. 빚 부담도 커졌다. 2025년 말 일양약품의 부채비율은 107.4%로 1년 전 95.0%보다 높아졌고,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79.9%에서 89.4%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650억7천352만원으로 1년 전보다 5.0% 늘었지만, 영업손실 73억6천88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33억8천39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회사는 법률 자문비용과 2025년 생산한 백신 가운데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고를 비용으로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9억6천230만원으로 오히려 흑자를 냈다. 다만 본업에서 돈을 벌어서가 아니다. 중국 합작사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248억5천790만원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일양약품이 45.9%를 출자한 이 회사는 중국 측 주주와 함께 세운 곳으로, 금융위가 문제 삼은 ‘연결 범위 확대’의 핵심 대상이기도 하다. 영업에서는 적자를 냈지만 이 합작사를 정리하며 생긴 일회성 이익 덕분에 최종적으로는 순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런 실적 부진 속에서도 배당은 이어졌다. 일양약품은 2025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55원, 총 28억5천848만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41.39%다. 정 회장은 배당기준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일양약품 주식 416만7천844주를 보유하고 있어 약 6억4천6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일양약품은 지난 3월 16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다. 다만 세법상 고배당기업에 해당해 별도의 주주환원 계획은 첨부하지 않았다. 대신 놀텍 판매 확대, 슈펙트 중국 허가, 백신공장 완제관 가동 등 사업 목표를 제시했다.

정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시점에 일양약품은 최대주주 변경뿐 아니라 금융위 제재 관련 소송, 회계처리 수정, 수익성 악화, 부채비율 상승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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