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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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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리빙 5조’의 역설…승부수 지누스, 4년째 외형 뒷걸음에 美공장까지 매각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인수 당시 1조1596억이던 지누스 매출 2025년 9132억으로…리빙 3사 합산도 3조4423억 그쳐

지주사는 지분·자사주 매입에 수천억 실탄…적자 난 조지아 생산거점은 1353억에 처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그룹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으로 사들인 지누스가 인수 4년째 외형이 뒷걸음질치면서 ‘2030년 리빙 매출 5조원’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종합하면 지누스의 2025년 연결 매출은 9132억원으로, 정 회장이 경영권을 인수한 2022년의 1조1596억원에서 4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매트리스와 해외 판로를 앞세워 리빙 사업의 외형을 넓히라고 부여받은 핵심 인수 자산이 오히려 몸집을 줄인 셈이다.

■ 8790억 쏟은 지누스, 매출 4년 연속 후퇴

정 회장은 2022년 지누스 지분 30.0%와 경영권을 7747억원에 사들였고, 별도 신주 인수까지 더해 모두 879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매트리스 회사 인수를 넘어 현대리바트(가구)·현대L&C(건자재)와 함께 리빙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승부수였다.

당시 그룹은 리빙 사업부문 매출이 3조6천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고, ‘비전 2030’에서는 2021년 2조5천억원이던 리빙 매출을 2030년 5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누스는 이 구상에서 글로벌·온라인 확장의 핵심 축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리빙 3사의 2025년 연결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현대리바트 1조5462억원, 현대L&C 9829억원, 지누스 9132억원으로 3조4423억원에 그친다. 인수 당시 그룹이 내걸었던 3조6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4년이 지나도록 리빙 사업의 외형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누스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전년의 영업손실 54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는 반덤핑 소송 승소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당기순손익은 185억원 순손실로 적자를 이어갔다.

증권가는 2026년 들어 지누스가 다시 영업적자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누스의 2분기 영업손실을 250억원, 한화투자증권은 233억원으로 추산했다.

■ 美 조지아 생산거점 매각…’글로벌·온라인 축’ 흔들

정 회장이 지누스에 기대했던 역할은 그룹 유통망을 활용한 국내 확장과 온라인·해외 판로 확대였다. 하지만 지누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590억원으로 전체의 6.5%에 그쳤다. 2024년보다 33.2% 늘긴 했으나 인수 당시인 2022년(3.3%)과 비교하면 국내 비중은 3.2%포인트 오르는 데 머물렀다. 수출 비중은 여전히 93.5%에 달하고, 이 가운데 미국 매출만 6932억원으로 전체의 75.9%를 차지한다.

지누스는 설립 초기부터 아마존·월마트 등 미국 대형 소매·온라인 채널과의 거래망을 기반으로 성장해 사업 구조 자체가 미국에 쏠려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리스크로도 돌아오고 있다. 지누스가 해외 생산·판매 법인을 위해 제공한 채무보증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5695억원 규모로, 지누스 별도 자본총계(5116억원)를 웃돈다.

핵심 생산거점을 정리하는 결정도 나왔다. 지누스는 지난 5월 미국 자회사 ZINUS USA INC.의 조지아 공장 토지·건물을 1353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적자 생산시설 매각에 따른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공시했다. 처분예정일은 8월 23일, 예상 처분이익은 318억원이다. 인수 4년 만에 미국 생산 기반을 줄이는 셈으로, 지누스에 걸었던 ‘글로벌 리빙 확장’의 논리는 그만큼 힘이 빠졌다.

지누스 관계자는 “매트리스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을 지속해 안정적 이익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관세 환급과 조지아 공장 매각, 물류 효율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배구조엔 수천억 실탄, 리빙엔 물음표

리빙 성과 입증이 미뤄지는 사이 정 회장과 지주사는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에는 공격적으로 실탄을 투입하고 있다.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는 6월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거의 매 거래일 현대백화점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보유 지분을 지난해 10월 41.34%에서 이달 3일 43.95%까지 끌어올렸다. 취득 자금의 원천은 ‘배당금 수익 등 영업수익’으로 공시됐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와 별도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연내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대홈쇼핑 완전자회사 편입도 지난달 30일 마무리됐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현대홈쇼핑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교환신주 2749만여주를 오는 20일 상장할 예정이다. 리빙 계열사인 현대L&C는 이 현대홈쇼핑이 지분 100%를 쥔 회사다. 그룹은 중복상장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배구조 단순화와 주주환원에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움직이는 반면, 정작 리빙 5조원의 핵심 축으로 삼았던 지누스는 4년째 외형이 줄고 미국 생산거점까지 정리하는 처지에 놓였다. ‘리빙 5조’ 목표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을 정 회장이 어떻게 좁혀낼지가 남은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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