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자본 킥스 162%지만 핵심 자본은 58%…신종자본증권 3조로 떠받친 ‘착시’
해외 노부은행·벨로시티에 국내 애큐온까지…오너 차남 ‘종합금융’ 확장에 건전성 논란
한화생명의 자본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비율이 지난해 말 58%로 떨어져 금융당국이 도입을 검토 중인 규제 하한선(5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경고음이 커진 상황에서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주도하는 글로벌·비보험 인수합병(M&A)은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1조원대 베팅에 나섰다. 이에 자본 배분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 총자본은 162%인데 핵심자본은 58%…’빌린 자본’이 만든 착시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K-ICS비율은 2024년 말 73.81%에서 지난해 말 58.09%로 1년 새 15.72%포인트 급락했다. 요구자본 대비 실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진짜 자본’이 그만큼 얇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2곳 가운데 한화생명보다 기본자본비율이 낮은 곳은 4곳에 그쳤다.
겉으로 드러나는 총자본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오히려 반등했다. 올해 1분기(3월 말) 이 비율은 162.1%로 지난해 말(157.5%)보다 4.6%포인트 올랐다. 지급여력금액은 24조415억원, 요구자본은 14조8294억원이다.
문제는 이 반등을 ‘착시’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핵심자본이 아니라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 이자를 물어야 하는 ‘빌린 자본’으로 총자본 비율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3조819억원에 이른다. 회사채 잔액도 2조6040억원에 달한다. 특히 한화생명은 지난해 3월 신종자본증권 6000억원(금리 4.61%)을 발행한 데 이어, 6월에는 해외 신종자본증권 1조3819억원(금리 6.30%)을 잇달아 찍었다. 이런 자본성증권은 규모가 커질수록 이자 부담이 늘고 손실 흡수력은 떨어져, 기본자본비율 개선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금융당국은 2027년 1분기부터 기본자본 K-ICS 규제비율을 50%, 권고비율을 80%로 각각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규제선이 50~70%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어, 한화생명은 사실상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회사는 올해 초 예실차 관리와 공동재보험 활용, 내부모형 도입 등을 통해 연말까지 기본자본비율을 60~70%로 끌어올리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 김동원 CGO의 ‘종합금융’ 승부수…자본 배분 우선순위 논란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한화생명은 다시 조 단위 M&A에 뛰어들었다. 애큐온캐피탈은 국내 여신전문금융사, 애큐온저축은행은 업계 5위권 저축은행으로 모두 국내 금융사다. 매각 대상은 외국계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로, 애큐온캐피탈이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어 두 회사가 함께 넘어온다. 예상 인수가는 1조원 안팎이다.
이번 인수를 이끄는 인물은 1985년생인 김동원 CGO다. 김 CGO는 한화생명의 등기 대표이사가 아니다. 대표이사는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사장이 맡고 있다. 그의 공식 직함은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글로벌책임자지만, 한화그룹 3세 승계 구도에서 그는 금융 부문 전체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꼽힌다. 애큐온 같은 국내 비보험 금융사 인수까지 그의 ‘종합금융’ 구상으로 묶이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회사 임원 현황에 오너 일가(특수관계인)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미등기 사장이다. 회사가 장기성과 보상(RSU)에서 그를 ‘대표이사 및 미래후보군’으로 분류하고 지난해 3월 958,686주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부여하는 등, 김 CGO는 사실상 후계자이자 그룹 금융부문의 실질적 사령탑으로 꼽힌다.
김 CGO의 확장 행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내셔널노부은행 지분 40%를 취득했고, 7월에는 미국에서 벨로시티클리어링·넥서스클리어링 등 증권·청산 관련 계열사 6곳을 한꺼번에 편입했다. 이번 애큐온 인수는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아우르는 비보험 여신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종합금융’ 밑그림의 연장선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공시 예정일을 다음 달 30일로 제시해, 한 달 안에 인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자본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은 지 넉 달도 지나지 않아 1조원 규모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인수 자금을 또다시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보완자본 의존도는 심화되고 기본자본비율 개선 목표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K-ICS 비율 관리와 조 단위 비보험 M&A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자본 배분 전략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며 “하반기 공개될 기본자본 개선 계획과 애큐온 인수 자금 조달 구조가 건전성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