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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도레이첨단소재 사장. (출처=도레이첨단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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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發 분리막 쇼크’ 도레이첨단소재, 김영섭號 출범 후 첫 연간 순손실

김영섭 도레이첨단소재 사장. (출처=도레이첨단소재)
김영섭 도레이첨단소재 대표. (출처=도레이첨단소재)

분리막 자회사 완전 자본잠식·인수 지분 2천억대 전액 상각…그룹 차원 분리막 철수의 청구서

도레이첨단소재가 일본 모회사로부터 넘겨받은 배터리 분리막(세퍼레이터) 사업의 부실로 연간 1천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레이첨단소재는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제28기) 연결 기준 1천1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540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김영섭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 맞는 연간 순손실이다.

표면적인 영업 지표만 보면 위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연결 매출은 2조5천254억원으로 전년보다 7.7%, 영업이익은 1천256억원으로 3.4% 줄어드는 데 그쳤다. 문제는 영업이익 아래였다.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2천391억원으로 1년 새 6.5배로 불어나면서, 법인세 차감 전 손익이 1천386억원 적자로 주저앉았다.

■ 분리막 자회사, 매출 반토막에 완전 자본잠식

손실의 진앙은 배터리 분리막을 만드는 종속회사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한국(TBSK) 한 곳이었다. 회사는 감사보고서에서 “TBSK의 지속적인 영업손실과 영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이 회사 유형자산 2천376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연결 전체 손상차손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TBSK의 실적 악화 속도는 가파르다. 매출은 1천189억원으로 전년(2천300억원)에서 반토막(-48%)이 났고, 영업손실은 185억원에서 528억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손상차손까지 반영한 당기순손실은 2천977억원으로 전년(269억원)의 11배에 달했다.

거듭된 손실에 자본까지 바닥났다. TBSK의 자본총계는 전기말 2천715억원에서 마이너스(-) 261억원으로 돌아서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회사 손실이 비지배지분으로도 번지면서 연결 비지배지분은 2천197억원에서 1천184억원으로 1년 새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더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분리막 가격과 가동률이 동시에 무너진 결과다.

■ 인수 2년 만에 지분 2천억대 전액 상각…그룹 분리막 철수의 청구서

분리막 부실은 별도(개별) 재무제표에서 더 선명하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23년 8월 “2차전지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일본 도레이그룹 계열사이던 TBSK의 지분 70%를 사들였다. 이는 최상위 지배기업인 일본 도레이(Toray Industries)가 같은 그룹 안에서 사업을 옮긴 ‘동일지배 사업결합’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이번 결산에서 이 지분의 장부가액 2천113억원을 전액 손상차손으로 털어냈다. 인수 2년여 만에 장부상 지분 가치를 사실상 ‘0원’으로 처리한 것이다. 인수 당시 함께 넘겨받은 유형자산 2천959억원 가운데 이번에 2천376억원(약 80%)이 손상으로 사라졌다.

본업의 기초체력은 그래도 탄탄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천441억원으로 오히려 전년(1천101억원)보다 31% 늘었다. 다만 2천113억원의 지분 상각이 영업외비용으로 잡히면서 별도 세전 손익은 132억원 적자가 됐고, 법인세 환입(233억원) 덕에 가까스로 101억원의 순이익을 지켰다. 전년(1천77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본업이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이 자회사 부실을 메우는 데 거의 다 쓰인 셈이다.

이번 손상은 도레이그룹 전체의 분리막 후퇴와 맞닿아 있다. 일본 도레이는 지난해 전기차 시장 정체와 원가 상승을 들어 분리막 사업의 축소·철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했고, 헝가리 분리막 합작사 지분을 LG화학에 넘겼다.

도레이첨단소재가 보유한 분리막 사업도 매각 검토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그룹 차원에서 손을 떼려는 사업의 부담을 한국 상장 자회사가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 측은 앞서 “오래된 설비로 경쟁력이 떨어져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연결 순이익은 전임 전해상 대표 시절인 제25기(2022회계연도) 434억원, 제26기 385억원에서 김영섭 대표가 2024년 3월 취임한 뒤 첫 온전한 회계연도인 제27기 540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제28기 들어 1천131억원 순손실로 단번에 돌아섰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2023년 인수 당시 TBSK 사장을 맡아 분리막 사업을 직접 챙겼던 인물이다. 회사는 분리막 외에 FCCL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메타아라미드 섬유 같은 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분리막 자회사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김영섭호의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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