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이마트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자회사 신세계푸드의 ‘강제 상장폐지’를 추진하며 소액주주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기업 밸류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과 함께, 실적 개선보다 지배력 강화에 무게를 둔 정용진 회장의 경영 판단을 두고 오너 리스크 논란도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 ‘헐값 매수’ 95% 확보 실패하자 ‘강제 축출’ 카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마트(한채양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신세계푸드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 자사주 52만 4,319주(약 524억 원 규모)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신고서의 효력발생 예정일은 오는 3월 21일이며, 정정 사항이 발생할 경우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공시된 주요 일정에 따르면, 이번 주식교환 절차는 모회사인 이마트와 자회사인 신세계푸드 간에 서로 다르게 진행된다.
먼저 신세계푸드는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한 ‘일반 주식교환’ 절차를 밟는다. 오는 3월 25일을 주주확정일로 정하고, 4월 15일부터 29일까지 반대의사 통지를 접수한 뒤 4월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주식교환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신세계푸드 주주들은 4월 30일부터 5월 20일까지 1주당 4만 8,876원(회사 제시가)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금은 5월 26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이후 6월 4일부터 24일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6월 8일 주식교환을 거쳐 6월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또한, 신세계푸드가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 25만 7,029주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할 자기주식은 교환 대상에서 제외되며 주식교환일 이전에 전량 소각된다.
반면 이마트는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절차를 마무리하는 ‘소규모 주식교환’ 방식을 택했다. 이마트 주주들의 반대의사 통지 접수 기간은 3월 25일부터 4월 8일까지며, 4월 16일 이사회 승인으로 주주총회를 갈음한다.
소규모 주식교환인 만큼 이마트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다만, 상법에 따라 이마트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반대 의사를 통지할 경우 소규모 주식교환 방식으로는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진행한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데 따른 후속 수순으로,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을 활용해 소액주주를 사실상 시장에서 ‘강제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이마트는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 95%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참여율이 29%에 그치며 목표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4만8천120원)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주당순자산가치(BPS)가 8만 원을 웃도는 우량 기업을 장부 가치의 절반 수준(PBR 0.59배)인 ‘헐값’에 삼키려 했다는 지적이다.
공개매수에 실패한 이후 이마트가 선택한 방식은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푸드 주주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세계푸드 1주당 이마트 주식 0.5031313주를 교부받게 된다.
문제는 교환 대상인 이마트의 재무 여건과 사업 환경이 결코 우량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마트의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21조 6,587억 원을 기록하며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이마트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1조 9,567억 원, 순차입금은 10조 3,082억 원에 달한다. 자산 매각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 전년 말 대비 차입금 규모를 3% 가량 줄였지만,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순이자보상비율은 1.12배에 불과하다.
이는 2022년(0.53배), 2023년(-0.15배), 2024년(0.13배) 등 3년 연속 1배를 하회하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간신히 충당하는 아슬아슬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순이자보상비율이 1배를 하회한다는 것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만으로는 이자 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채무 상환 능력이 취약함을 뜻한다. -0.15배는, 영업활동에서 손실이 발생해 돈을 벌기는커녕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었다.
활동성 지표 역시 경고등이 켜졌다. 매출채권 회전율은 2024년 22.9배까지 악화되었다가 2025년 3분기 23.2배로 소폭 개선됐으나, 재고자산 회전율은 최근 3개 사업연도 동안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소비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재고 진부화에 따른 대규모 수익성 악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 환경 역시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에 그쳤으며, 2027년에는 1.8%로 더 하락할 전망이다. 여기에 2026년 최저임금이 10,32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유통·식음료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산업발전법과 가맹사업법 등 규제 강화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가맹점주의 권익을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이마트24를 비롯한 가맹 사업 전반의 운영 유연성이 크게 제약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 측은 “연간 1조 원 내외의 대규모 투자가 계획되어 있어 당분간 투자 규모가 자금 창출력을 상회할 것”이라며 “차입금 수준이 유지되거나 증가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인했다.
■ 건설 PF·대규모 부동산 투자…커지는 그룹 발(發) 재무 부담
종속회사들이 떠안은 각종 리스크 역시 모회사인 이마트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신세계프라퍼티는 동서울터미널 재개발, 화성 국제테마파크 등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다. 턴어라운드를 노리고 있지만 자체 자금 창출력을 상회하는 연간 1조 원 내외의 투자가 계획되어 있어 추가 차입 가능성이 열려있다.
특히 100%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재무·사업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태영건설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된 부동산 경기 속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스타필드 수원·대구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재무 부담뿐 아니라 법적 리스크까지 동시에 떠안은 상태다.
피편입 법인인 신세계푸드의 펀더멘털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푸드는 전체 매출의 44.67%가 그룹 계열사 간 내부 거래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과도한 내부 의존도가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이는 모회사 경영 부진이 자회사 실적에 즉각 전이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독립 상장사의 투자 매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과 상장폐지 추진이 정부가 강조해온 ‘기업 밸류업’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량 자회사인 신세계푸드를 저평가된 가치로 흡수한 뒤, 실적과 재무 부담이 누적된 모회사 주식을 소액주주에게 강제로 배정하는 방식이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재산권 침해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 공고해진 ‘정용진 왕국’… 지배력 강화 속 소액주주는 희생양
문제의 본질은 기업 가치 회복이라는 본연의 과제보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경영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그룹의 전략적 방향타는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공고화로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용진 회장은 2025년 2월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2,787,582주를 매수한 데 이어, 같은 해 4월 자사주 소각 효과까지 더해지며 이마트 지분율을 28.85%까지 끌어올렸다. 실질적인 추가 투자 없이도 지분율을 높이는 구조가 완성되면서, 이마트에 대한 정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졌다.
반면, 이마트가 최대주주로 있는 신세계푸드의 소액주주들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였다. 현재 신세계푸드의 지분 구조를 보면 이마트(46.87%)와 조선호텔앤리조트(8.60%) 등 범(汎)신세계 계열이 총 55.48%의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있다. 지배주주의 판단이 곧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된 셈이다.
최근 열린 거버넌스포럼 51차 세미나에 참석한 제임스 임 달튼인베스트먼트 코리아 파트너는 “아무리 공정가치를 산정한다고 해도, 소액주주를 축출할 때는 최소한 ‘청산가치(장부가치)’ 이하로는 교환비율을 정하지 못하게 하는 하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이 진두지휘해온 이마트는 2024년 사상 처음으로 근속 무급 희망퇴직을 실시할 정도로 경영 부담이 누적돼 왔으며, 이는 단기간의 실적 부진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전략 실패와 재무 압박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10% 할증 제안” 스스로 꺾은 신세계푸드 이사회…모회사 이마트 현금 지키기 ‘거수기’ 전락했나
이번 신세계푸드 상장폐지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자사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옹호하기는커녕, 모회사인 이마트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세계푸드 이사회가 당초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10%의 주식교환 가액 할증을 제안했으나, 이마트 측이 ‘추가 현금 투입 불가’를 내세우자 곧바로 3%대 할증으로 꼬리를 내린 정황이 의사록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스필드가 확보한 신세계푸드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회사 측은 포괄적 주식교환과 관련해 공개매수 종료 시점과 현재 산정된 교환비율 간 차이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며,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할증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이마트 측에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액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상장폐지를 위해 최대한의 프리미엄을 요구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마트의 이사회 및 특별위원회는 이러한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마트 측은 소수주주 설득을 위해 할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추가 현금 투입 없이 기존 주주에 대한 밸류업 공시사항 이행 범위 내에서만 할증하는 것이 이마트와 주주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마트의 현금 유출 방지와 이마트 기존 주주들의 이익 훼손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통보한 셈이다.
이에 신세계푸드 이사회(강승협 대표이사 등 6명 전원 참석)는 자사 주주들을 위해 제안했던 10% 할증을 포기하고, 이마트의 요구조건에 맞춰 기준시가에 ‘약 3%’의 할증만을 적용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결국 이마트는 주식교환 대상 주주들에게 신세계푸드 1주당 이마트 보통주식 0.5031313주의 비율로 자기주식을 배정하는 안을 확정했고, 신세계푸드 이사회는 ‘자기거래’ 및 ‘대규모내부거래’로서 이의 없이 승인했다. 이사회가 독립적인 견제 기능을 발휘하기보다 대주주의 의결을 수용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사회 직후인 3월 11일, 강승협 대표는 이마트 한채양 대표이사와 직접 주식교환계약을 체결하며 상장폐지를 위한 행정 절차를 속전속결로 마쳤다. 당초 소액주주를 위한 10% 프리미엄을 논의했던 이사회가 단 하루 만에 모회사의 입맛에 맞는 3% 비율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실제 이사회 의사결정의 핵심 인물인 강승협 대표(의장)는 ▲신세계건설 지원담당 ▲이마트 재무담당 및 지원본부장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거쳐 2025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로 취임한 인물이다. 회사 측은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경영 중요사항의 합리적인 심의가 가능하다”며 강 대표를 2025년 3월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지만, 애초에 대주주 이마트의 ‘현금 불가 방침’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였다는 평가다.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A, B 이사의 경우 각각 10년, 7년 가까이 신세계푸드에 몸담아 온 내부 출신 임원들이지만, 결국 인사권을 쥔 대주주와 대표이사의 결정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사내이사의 태생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들마저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 C 이사와 관세청 기획조정관·서울본부세관장·심사정책국장·차장을 거쳐 관세청장을 지낸 B 이사 등 관료 출신 전관들로 채워져 있다.
이와 관련해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지배주주가 관여된 거래에서 이사회와 외부 평가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거액을 들여 외부 보고서를 받아도 결국 의뢰인(기업) 입맛에 맞춰 답을 정해놓는 구조라 무의미하다”며 “이해관계가 없는 소수주주 다수결(MOM) 승인과 투명한 공시만이 유일하게 실효성 있는 주주 보호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이번 편입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용진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이로 인한 실적 악화의 책임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은 주식교환 과정 전반과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