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삼성SDI 기흥사업장 전경. 그래픽=뉴스필드
주요 기사 칼럼

삼성SDI, ‘귀족 영업’ 고집하다 9년 공든 탑 무너졌다

삼성SDI 기흥사업장 전경. 그래픽=뉴스필드
삼성SDI 기흥사업장 전경. 그래픽=뉴스필드

<편집자 주> 기업의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본지는 2016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삼성SDI의 경영 현주소를, 공개된 재무 지표와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숫자는 경영의 결과이자, 미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LG엔솔 ‘흑자 방어’, SK온 ‘적자 축소’ 속 나홀로 ‘1.7조 손실’ 쇼크
BMW·아우디만 바라본 ‘천수답 경영’… 보급형 전기차 외면의 대가
“돌다리 두들기다 다리 무너진 격”… 보수적 투자의 참담한 성적표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경영진이 아무리 “질적 성장”과 “미래 기술”이라는 수사로 포장해도, 재무제표와 주가라는 성적표는 냉정한 현실을 드러낸다. 삼성SDI가 받아든 지난해 성적표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지난 9년간 유지해 온 경영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 ’80만→18만→35만’ 롤러코스터 주가… 기술적 반등에도 밸류에이션 괴리는 ‘현재진행형’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2021년 80만 원대를 호가하던 주가는 지난해 3월 18만 원대까지 밀리며 PBR(주가순자산비율) 0.6배라는 역사적 저평가 구간을 통과했다. 최근 저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22일 기준 35만 5000원 선까지 기술적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는 고점 대비 여전히 55% 이상 할인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의 주가 상승을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과매도에 따른 반발 매수 성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3월 단행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여전히 투자 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자 국면에서 ‘미래 성장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강행된 증자는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경영진의 자본 배치(Capital Allocation)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 ‘수익성’에 머뭇대다 놓친 AMPC… 벌어진 격차

삼성SDI가 수익성을 이유로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고수하던 사이, 경쟁사들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통해 수조 원 규모의 실질적 이익 기반을 확보하며 재무 체력을 다졌다.

반면 iM증권에 따르면 삼성SDI가 지난해 4분기에 확보한 AMPC 규모는 수백억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들이 정책 인센티브를 활용해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을 축적하는 동안, 삼성SDI는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며 속도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배터리 산업이 ‘타이밍’과 ‘물량’의 싸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격차는 단기간에 좁히기 쉽지 않다.

삼성SDI 2025년 연간 실적 컨센서스 추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1조 727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에프앤가이드)
삼성SDI 실적 컨센서스 추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1조 727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에프앤가이드)

◇ 1.7조 적자의 배경… 프리미엄 집중의 그늘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되는 1조 724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은 외부 환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등 프리미엄·고성능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경기 둔화로 고가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자, 프리미엄 중심 포트폴리오는 곧바로 실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시장 흐름이 보급형 전기차와 가격 경쟁력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삼성SDI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중국 업체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사이, 삼성SDI는 기존 NCM(삼원계) 배터리 중심 전략을 고수해 왔다. 뒤늦은 LFP 진입과 2026년 양산 계획은 변화의 신호이지만, 이미 확대된 시장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전고체 배터리는 해답인가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중장기 양산 계획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기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는 현재의 수익성과 현금 흐름 문제를 즉각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중장기 비전과 단기 생존 전략을 동시에 제시하지 못한다면, 기술 청사진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지금 삼성SDI에 필요한 것은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만이 아니다. 프리미엄 일변도의 고객 구조를 어떻게 다변화할 것인지, 보급형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전략과 실행이 요구된다. 이제 남은 것은 삼성SDI가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으로 응답하느냐다.

※ 본 칼럼은 공개된 자료와 업계 평가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