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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불법 하도급 갑질에 사내하청업체 줄 도산

“국내 조선업체간 경영실적을 내기위해 무리하게 저가 과다 수주를 경쟁적으로 했다. 결국 하청업체들에게 줄 돈이 없게 된 것이다. 조선쪽 사내하청업체들은 계약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내하청업체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못받아 회사는 도산됐고 빚만 남았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이하 한국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경부산업의 한익길 대표는 한국조선해양에 70억원 가량의 공사대금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표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해양 플랜트 전기 공사를 담당했다. 조선업계 관례상 공사대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일했다.

이는 ‘선시공 후계약’으로 하도급법 위반이다. 하도급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 위탁내용, 위탁일 및 납품시기 등을 적은 계약서면을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발급해야 한다.

또 공사대금 규모 역시 한국조선해양이 작업에 소요되는 ‘공수’를 실제보다 적게 적용하는 수법으로 삭감했다.

한 대표는 당시 150여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임금과 퇴직금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에 직면했고 대출 등을 통해 빚만 20억 가량이 남았다. 회사는 도산됐다.

이런 불법 선시공 후계약 관행과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으로 100여개 한국조선해양 사내하청 업체가 폐업했다. 한 대표를 위원장으로 15개 업체가 모여 ‘대기업 조선3사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를 결성했다. 이들 업체의 피해액만 약 1038억원.

이들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 한국조선해양을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로 고발했다.

공정위는 조사에 들어갔고, 2달전인 지난해 12월 한국조선해양의 위법성을 확인했다.

공정위는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게 선박 · 해양 플랜트 · 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에 과징금(208억원) 부과했고, 동일한 위반 행위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에게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2019년 6월 기존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해 중간지주회사가 됐고, 분할 신설회사로서 동일한 이름의 현대중공업을 설립해 기존 사업을 영위하게 했다. 이 사건에서 과징금은 분할된 신설회사 현대중공업이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회사 아래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한국조선해양 아래에 현대중공업(신설)과 기존의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개사가 놓여있다.

문제는 위법 사실이 확인됐지만 피해업체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다. 한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가 과징금 208억원을 가지고 가면 머하나?”고 따졌다.

한 대표는 앞서 한국조선해양을 상대로 공사대금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후 패소했다. 공정위는 위법성을 확인했지만, 민사소송에서는 계약 자체는 서로 합의 하에 진행했기 때문에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한국조선해양 측의 위법성이 확인된 만큼 이를 근거로 피해업체들이 다시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 측이 행정소송에 들어갈 경우 최대 6년까지 긴 소송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조선해양 측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뉴스필드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서면 의결서(판결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공정위 판결 관련해 일부 사항의 입장 차이가 있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하청업체에게 공사 대금을 지급할 계획은 없나는 질문에는 “그것과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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