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홍콩 자회사 지분의 장부가액 688억8800만원을 지난해 전액 손상 처리해 0원으로 털어냈지만, 이 회사에 제공한 채무보증과 대여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18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말 자본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호텔신라는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과 자금 대여를 이사회 또는 경영위원회 결의를 거쳐 집행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경영위원회 위원장은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이다.
27일 호텔신라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와 지난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별도재무제표상 종속기업투자 7개사 가운데 Shilla Travel Retail Hong Kong Limited의 장부금액만 ‘-’로 기재됐다. 2025년 초 688억8800만원이던 장부금액을 지난해 결산에서 전액 손상차손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홍콩법인의 재무상태도 악화됐다. 연결 재무제표 주석의 종속기업 요약 재무현황에 따르면 자본은 2023년 말 696억241만원에서 2024년 말 132억1171만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에는 마이너스 498억31만원으로 떨어졌다. 자산 2699억7161만원보다 부채가 3197억7192만원으로 많아지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홍콩법인의 매출은 2023년 1872억7996만원에서 2024년 2272억3863만원, 2025년 3346억4890만원으로 3년 새 78.7% 증가했다. 반면 순손익은 2023년 35억3934만원 흑자에서 2024년 405억7385만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668억9773만원까지 커졌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결산에서 홍콩법인의 투자자산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 별도재무제표 주석에서 “Shilla Travel Retail Hong Kong Limited에 대한 손상 평가를 수행했다”며 장부금액과 회수가능액의 차이인 688억8800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회수가능액은 7.96%의 할인율을 적용한 사용가치로 산정했다.
손상 처리는 지난해 한꺼번에 이뤄졌다. 홍콩법인이 4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24년 결산 때만 해도 호텔신라가 보유한 투자자산의 장부가액은 688억8800만원 그대로였다.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별도재무제표 감사의 핵심감사사항으로 ‘종속기업,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의 손상평가’를 제시했고, 지난해 감사에서도 같은 항목을 핵심감사사항으로 다뤘다.
투자자산의 장부가액을 0원으로 낮췄지만 자금 지원은 이어졌다. 호텔신라 반기보고서의 ‘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홍콩법인에 제공한 채무보증은 3건이다. 보증금액은 총 1671억1000만원, 실제 채무잔액은 1394억4100만원이다.
보증은 United Overseas Bank 2건과 신한은행 1건으로 구성됐다. UOB 보증은 각각 1179억6000만원과 196억6000만원, 신한은행 보증은 294억9000만원이다. 만기는 2027년 5월부터 9월 사이에 몰려 있다. 신한은행 보증은 지난 5월 만기가 돌아오면서 2027년 5월까지 연장됐다.
여기에 2020년 실행한 운영자금 대여 2건, 418억7600만원도 남아 있다. 이율은 연 4.60%이며 두 대여금의 만기는 모두 2027년 9월 30일이다. 담보는 설정되지 않았다.
홍콩법인의 실제 채무잔액과 대여금을 합치면 호텔신라의 위험노출액은 1813억1700만원에 달한다. 이는 호텔신라 연결 자기자본 1조1401억3800만원의 15.9%에 해당한다. 보증한도가 모두 소진될 경우 위험노출 규모는 최대 2089억86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홍콩법인은 청산된 회사가 아니다. 홍콩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주요 종속회사로, 호텔신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채무보증 목적도 ‘홍콩공항 임차료 보증 및 여신한도 개설’로 기재돼 있다.
즉 호텔신라는 투자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을 받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홍콩법인 지분가치를 0원으로 처리했지만, 홍콩공항 면세점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증과 대여금까지 당장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싱가포르 법인인 Shilla Travel Retail Pte. Ltd.까지 포함하면 호텔신라가 해외 면세 자회사에 제공한 채무보증 총액은 6336억9300만원으로 연결 자기자본의 55.6%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United Overseas Bank 보증만 4350억9500만원이다. 이 보증은 2014년 8월 시작돼 2028년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홍콩법인에 대한 688억8800만원의 손상차손은 지난해 호텔신라 별도 당기순손실 2129억9328만원에도 반영됐다.
호텔신라는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과 자금 대여와 관련해 “회사 내부 규정에 의거, 이사회 또는 경영위원회의 결의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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