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24가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진출한 인도에서 현지 파트너사 대표가 사기 혐의로 입건돼 법원의 사전보석 신청까지 기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싱가포르 철수에 이은 두 번째 파트너 리스크다.
23일 인도 뿌네 지방법원 사건기록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이마트24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를 종합하면, 이마트24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현지 파트너사 A사 대표 B씨는 지난 3월 4일 사기·배임 혐의로 입건됐다. 사흘 뒤 낸 사전보석 신청은 4월 2일 기각됐다.
이마트24는 지난해 6월 A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8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뿌네에 1호점을 열었다. 이마트24 대표이사는 지난해 6월 19일 취임한 최진일 대표이며,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한채양 대표가 이끄는 ㈜이마트다. ㈜이마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28.85%를 가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 뿌네 법원 “사기·배임 소명”…파트너 대표 사전보석 기각
인도 뿌네시경찰이 3월 4일 접수해 경제범죄수사과가 수사 중인 고소장에 따르면, B씨는 공범인 현지인 K씨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상표권과 가맹사업권을 이중으로 처분한 혐의를 받는다.
고소인은 현지에서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S씨(35)다. S씨는 2022년 3월 이 브랜드를 총 5크로르 루피(약 8억원)에 넘겨받기로 하고 2천49만3천루피(약 3억2천600만원)를 분할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 측이 계약 이후에도 뿌네 일대 가맹점 29곳에서 로열티와 보증금을 무단 수취하고 니그디·와카드·코트루드 등에 무단 출점해 11크로르 루피(약 17억5천만원)를 챙겼다는 것이 고소 요지다. 혐의 기간은 202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인도 형법(BNS) 318조 4항(사기), 316조 2항(횡령·배임), 3조 5항(공동 범의)을 적용했다.
뿌네 지방법원은 4월 2일 B씨가 낸 사전보석 신청 두 건을 모두 기각했다. 처분 결과는 ‘보석 기각(BAIL REFUSED)’으로 기록됐다. 인도 법원 사건정보 사이트에 정리된 처분 요지에 따르면, 재판부는 사기와 횡령·배임 혐의가 일단 소명된다고 보고 B씨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브랜드를 공범에게 넘긴 행위가 고소인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부정한 의도를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금 상태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B씨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고 혐의는 확정되지 않았다.
■ 사업보고서엔 ‘업계 최초 인도 진출’ 강점…2호점은 여덟 달째 제자리
이마트24가 3월 18일 제출한 2025년 사업보고서는 인도 진출을 회사의 경쟁력으로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회사의 경쟁상의 강점과 단점’ 항목에서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인도 현지 기업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향후 아시아 지역 내 국가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파트너사 대표 입건 2주 뒤 제출된 공시다. 다만 라이선스 파트너 대표 개인의 형사 사건은 사업보고서 기재 의무 대상이 아니다.
출점 속도는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6월 계약 발표 당시 연내 2호점을 열고 2026년까지 4개 점포를 채운 뒤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말 인도 점포는 1개였다. 5월 14일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서도 인도는 1개점 그대로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는 104개에서 105개로, 캄보디아는 11개에서 15개로 늘었다.
국내 실적은 더 나빠졌다. 이마트24 점포는 2024년 말 6천140개에서 지난해 말 5천510개로 630개(10.3%) 줄었다. 회사가 자체 추정한 편의점 시장점유율도 11.1%에서 10.4%로 낮아졌다. 지난해 매출은 2조529억원으로 5.1% 감소했고 영업손실 463억원, 순손실 562억원을 냈다. 2023년 이후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992억원, 누적 순손실은 1천309억원이다. 결손금은 3천790억원까지 쌓였고 부채비율은 186.84%로 1년 새 15.36%포인트 올랐다.
■ 사외이사 0명…해외사업, 이사회 안건에 없었다
이마트24 이사회에는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다. 6월 1일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5월 1일 기준 등기임원은 최진일 대표이사와 최은용·안종욱 사내이사, 조기원 감사 등 4명으로 모두 이마트·신세계 계열 출신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됐다.
같은 공시에 담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사회 의안 30건 가운데 해외사업 관련 안건은 한 건도 없다. 이 기간 이마트24는 인도 브랜드 라이선스(지난해 6월)와 라오스 마스터프랜차이즈(지난해 9월)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안건은 여신거래약정 체결과 대규모 내부거래 승인, 임직원 격려금 지급 등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의 자평과 공시된 사실이 어긋난 사례는 또 있다. 이마트24는 사업보고서에서 “가맹점 수익 중심의 3무(無) 정책(無 로열티, 無 영업위약금, 無 24시간 영업강제)”으로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점포를 늘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2월 단순 명의변경 시 가맹금 수취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행위를 이유로 이마트24에 과징금 1억4천5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당사자인 계류 소송은 20건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가맹점주 등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다.
적자가 이어지는데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모회사 지원 덕이다. ㈜이마트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1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이마트24가 2024년 11월 발행한 1천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원리금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마트의 이마트24 채무보증 금액은 1천200억원, 채무금액 잔액은 1천억원이며 보증 기간은 2054년 11월까지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이 신종자본증권 배당금으로 49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인도 사업은 지분 투자 없는 브랜드 라이선스 방식이어서 현지 파트너의 형사 사건이 곧바로 회사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파트너 관리와 사업 안정성은 향후 경영진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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