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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무효… 정당·노동계·시민단체 “환영” 국민의힘 ‘색깔론 제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곧바로 자동으로 법외노조가 되는 것이 아니다”며 “결격사유의 발생을 이유로 한 법외노조 통보가 있을 때 비로소 법외노조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법에 따른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며 “노동조합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대법원이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지만,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부의 법외노조 처분 효력이 유지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3년 10월 전교조가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 교사들을 제외하라는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교원노조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이에 전교조는 “해직 교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에서 강제 탈퇴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단결권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전교조 합법화가 눈앞에 다가오자 정당과 노동계,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대법관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해직교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이후 7년여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합법노조로서 교원들의 처우개선과 교육환경 개선, 나아가 교육 개혁을 함께 이뤄나가길 기대한다”며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관련법과 제도정비를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가 행정독재로 기본권을 유린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이 모든 노동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전교조가 7년 만에 법내노조 지위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며 “우리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위법하게 본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박근혜 정부 때 저질러진 사법농단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고, 법외노조 철회를 위해 투쟁하다 해직된 34명의 해직자에 대한 원직복직 등 피해를 구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녹생당은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3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입법부의 법률이나 사법부 판결도 아닌 시행령에 근거한 정부의 일방적 통보로 했다는 것부터가 위헌적 노동 탄압이었다”며 “해고자,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살려 빠른 시일 안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회복시키고 이 과정에서 해직된 34명에 대한 원직 복직 등의 행정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며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을 폐기하고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일반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번 사건은 근거가 부족한 노조법 시행령으로 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가능하도록 한 관련 법령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노조법 시행령상 법외노조 통보를 가능하게 했던 조항들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음은 물론이고 헌법이 예정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며 “국회의 다수의 의석을 여당에게 준 국민의 뜻이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체없이 해당 법령에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초의 부당한 법외노조 통보가 고용노동부의 행정조치였으므로, 행정조치를 취소하면 되는 일이었다”며 “그러나 현정부는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결국 6년 10개월이 경과한 오늘에서야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히도록, 전정부의 잘못된 행정조치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교조 합법화 길이 열리자 대법관에 색깔론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대법원의 판결 과정과 그 결과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옛 새누리당)은 그동안 전교조를 “좌파교육”, “헌법파괴세력” 등으로 규정하며 합법화를 반대해왔다.

국민의힘은 “시기상으로도 대법원이 스스로 4년이나 결정을 미뤄온 이 사건을 오늘 갑자기 선고한 것은 그동안 대법원 재판부 구성이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 등 진보성향으로 바뀐 상황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연이은 대법관 코드인사가 자아낸 정치적 판결은 결국 사법부의 편향성을 드러내며, 사법부의 제일 중요한 근간인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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