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원전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 심의 절차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이 제기되었다. 원자력안전법상 보고서 제출 시한 위반 및 인근 거주민 안전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은 20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 운전 허가 심의 의결을 위한 회의 소집 행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원고로는 고리 원전으로부터 30Km 이내의 방사선비상대피계획구역 내 주민들이 참여했으며, 해당 구역에는 해운대구 등 주거밀집지역이 다수 포함돼있다.
고리2호기는 1978년에 건설허가를 받은 노후 원전으로, 지난 2023년 4월 8일 설계 수명을 만료하고 가동 중지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 없이 영구정지한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폐쇄를 준비했으나, 현 정부의 ‘원전 최강국 건설’ 목표에 따라 수명 연장 절차에 돌입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시점 위반 주장
소송대리인단의 단장인 법무법인 동화 이정일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사고 관리 계획서 승인 및 운영 변경 허가 심의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며, 이에 맞춰 소집 행위 효력정지 신청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원자력안전법상 주기적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시기는 설계 수명 만료 시점 5년에서 2년 전으로, 이는 충분하고 신중한 심사를 위한 강행 규정임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를 어겼음을 스스로 확인하고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이 변호사는 신청 기간 내 제출되지 않은 행위는 무효로 선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2022년 4월 4일 계속 운전을 위해 제출한 해당 보고서 제출 행위 자체가 무효이므로, 원안위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더는 서류를 심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리2호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거주 주민이자 소송 원고로 참여한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2017년 6월 18일 대한민국의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되었”고 “이는 세계최대 핵발전 밀집지역에 거주하는 부산, 울산, 경남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였으나 현 정부 들어 “부울경 시민의 바람과 합의는 무참히 짓밟혔다”며 분노를 표했다.
그는 원안위가 “엉망진창으로 시작된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규제 기관의 책무,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원안위에게 고리2호기 30km 반경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안전’,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 시민 안전 위협 우려 속 졸속 심사 비판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고리2호기는 수명 연장 신청 자체부터가 불법 행위였으며, 이런 불법을 넘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 사무총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정에서 한수원이 법을 어기고 수명 연장 신청을 했으며, “그 짧은 기간 안에 졸속적으로 신청한 주기적 안전성 평가서,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서 등이 다 안전과 거리가 먼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청회장에서 중대 사고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이 문제 제기되었음에도 한수원과 원안위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비판했다. 안 총장은 안전 증진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언급하며, 현재 정부가 심사 중단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심의 중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소송인단은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며 원안위의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심의 중지를 위한 행동을 이어갈 것을 명확히 했다. 제223회 원자력안전위원회의는 오는 23일에 열리며, 심의·의결 제1호 안건으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사고 관리 계획서 승인(안)’이, 제2호 안건으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 운전 허가(안)’이 재상정된다.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당일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수명 연장 심사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절차에 대한 법적 쟁점을 제기하며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한 중대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향후 법원의 판단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은 국내 원전 정책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