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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시행을 바라보며

장봉석(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사단법인 복지마을 대표이사, 치매케어학회 회장)

재가 복지라는 말이 있다. 1987년 처음 ‘가정 봉사원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어 지금까지도 사용돼 오고 있는 이 용어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수급자에게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주·야간보호와 같이 일정한 시간 동안 시설을 이용하는 형태와 단기간 동안 시설에서 식사와 숙박 등을 제공하는 단기보호도 포함된다. 하지만 역시 재가 복지의 핵심은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재가 복지는 흔히 회자되는 AIP(Aging in Place: 자신이 살던 가정이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재가 복지의 공통적인 핵심은 ‘가정’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 용어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시작은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고 할 것인데, 이 제도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장기요양 수급자에 대한 서비스로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단기보호를 비롯하여 방문목욕, 방문간호, 복지용구 등을 제시하였고, 특히 방문요양은 종래의 재가 복지와 개념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더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안전 확인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장기요양 인정 탈락자 중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 장기요양 수급자와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를 받고 있는 자 중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에게 장기요양 서비스나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 이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자원 연계 서비스 등도 나타났다. 모두 재가 복지로부터 파생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방문요양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상 수급자를,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는 독거노인을,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는 장기요양 인정 탈락자를, 지역사회 자원 연계 서비스는 장기요양 수급자와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 반면, 재가 복지는 이들 수급자뿐만 아니라 돌봄이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좀 더 포괄적이라는 차이만 있다. 하지만 역시 공통적인 핵심은 ‘가정’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와 커뮤니티 케어의 등장

한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치매 국가책임제와 커뮤니티 케어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는 것’으로,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인 사회 서비스 체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치매인·치매고위험군 또는 그 가족 등이 자신이 가진 욕구나 문제에 따라 예방부터 초기·중기·말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지방자치단체·지역사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개별적·독립적이며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계의 총체’로 정의한다. 그리고 커뮤니티 케어는 ‘소득·보건의료·요양·복지·주거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노인·장애인·아동 또는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이들이 자신이 살던 집이나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적·독립적·개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의 총체’로 정의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치매나 커뮤니티 케어 모두 대상자가 지니고 있는 기능 또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이들이 보다 개별적·독립적으로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 등 모두가 여기에 동참해야만 비로소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의 정의에서 나타나듯이 치매 국가책임제나 커뮤니티 케어 모두 ‘재가 복지’를 염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치매 국가책임제, 커뮤니티 케어, 방문요양,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 지역사회 자원 연계 서비스 등을 불문하고 이 용어들 안에는 개념상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재가 복지로서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는 새로운 어떤 것인가?

지난 10월 정부는 2020년부터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노인 돌봄 종합 서비스, 지역사회 자원 연계 서비스 등 6개의 유사 사업을 통합‧개편하여 노인의 욕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 체계에서는 금지되어 있던 중복 지원을 해소할 수 있어서 필요에 따라 안부 확인, 가사 지원, 병원 동행, 자원 연계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평생 교육 활동, 문화 여가 활동, 자조 모임, 신체‧정신 건강 프로그램 등과 같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둘째, 각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 대상 선정 조사 및 서비스 상담을 거쳐 서비스 제공 계획을 수립하고, 이들의 주요 욕구에 따라 대상군을 분류하고 제공 가능한 서비스의 범위를 정한 후, 돌봄 필요도에 따라 구체적인 서비스의 내용 및 서비스의 양을 정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셋째, ICT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응급 상황이나 이상 행동에 대응하는 한편 은둔형·우울형 노인에 대한 개인별 사례 관리와 집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사회적 교류 지원을 통해 고독사 및 자살 예방, 우울증 경감을 위한 상호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넷째, 이런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지자체 내에 1개 이상의 권역을 설정하고, 당해 권역의 서비스 제공 기관이 이들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안에 담겨 있는 여러 정책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굳이 이전과 달라진 점을 찾는다면, 생활 권역별로 책임 수행 기관이 정해졌다는 것과 ICT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 정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재가 복지로부터 시작하여 노인 돌봄 서비스, 치매 국가책임제, 커뮤니티 케어를 거쳐 이제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큰 변화이며 혜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수급자나 그 가족들을 위한 돌봄에 충실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이들이 자신이 살던 가정이나 지역사회 안에서 보다 안심하고 평안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어떤 한 사람 앞에 놓인 서비스의 가지 수만 늘려 놓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커뮤니티 케어가,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가 그렇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치매로 의심되는 독거노인이 자신이 사는 동사무소를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했는데, 동사무소의 담당자는 이 분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때 담당자는 상담을 통해 당연히 노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욕구를 파악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는 치매안심센터를 찾아가서 선별검사나 정밀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게 될 것이다. 검사는 원칙적으로 치매안심센터에서만 받을 수 있으므로, 노인은 다시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해야만 한다. 검사 결과, 치매로 진단을 받았지만 치매 국가책임제에서도, 커뮤니티 케어에서도,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즉, 예컨대 치매안심센터든, 동사무소의 담당자든,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기관이든 장기요양 신청과 관련된 업무를 대신 해주지 않는 이상, 해당 노인이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서 인정 신청을 하고, 수급 자격을 얻게 되더라도 자신이 직접 장기요양기관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치매 진단을 받지 못한 경우든,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경우든,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다른 서비스 또는 추가적 서비스를 받거나 사례관리 대상자가 되려면 다시 동사무소나 맞춤 돌봄 서비스 기관에 찾아가서 재 상담을 실시하고 안내나 서비스를 받게 된다.

만일 그 노인이 치매 판정을 받아 치매안심센터의 심층적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된 때에는 당연히 치매사례관리위원회의 사례관리 대상자가 된다. 그런데 독거이고 어려운 경제적 형편 때문에 어쩌면 지역케어회의나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기관에서도 노인에 대한 사례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관간의 연계나 통합적 관리 체계는 없어 보이기 때문에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따라서 중복 서비스 여부조차도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사람의 수급자에 대해(1대상) 치매 국가책임제, 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라는 3체계가 작동할 수도 있게 되는데 – 사실 재가 노인 지원이라는 서비스가 재가 복지의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1대상 4체계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도 문제는 그것이 체계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때문에 새로운 돌봄 정책의 등장을 무작정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정책의 핵심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저출산·고령화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중대한 상황에 와 있다. 특히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안겨줄 문제의 크기와 부담의 무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있다. 소득, 질병, 주거, 서비스 등 많은 영역에서의 다양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치매 국가책임제, 커뮤니티 케어,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와 같은 여러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제도는 모두가 가정과 지역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즉, 핵심은 돌봄과 수발이 필요한 노인들이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반과 환경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되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정책들이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잘 끼워져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전달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달 체계는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과 관리 체계의 효율성을 기본적 요소로 삼고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잘 짜인 전달 체계’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이 가능해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정’에서의 돌봄과 생활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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