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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화”라더니 중국 가전 의도된 고사 작전?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22조 끌어 미래 사업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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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중국 시장 내 삼성전자 모니터 공급망 정체 사태의 배경에는 단순한 ‘운영 효율화’를 넘어, 중국 내 저수익 가전·모니터 사업의 구조적 축소와 자금 재편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경영진은 “(중국 가전)철수설은 과장됐다”며 운영 효율화 차원의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TV·모니터 생산 핵심 법인인 천진 삼성전자(TSEC)가 2024년 말 청산됐고, 그룹 차원의 선택적 사업 재편이 진행 중인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최근 현지 유통사들의 재고 고갈과 신규 입고 제한 사태와 맞물려 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뉴스필드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인도 IT 기기 시장과 스마트폰·부품 공급망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글로벌 IT 매체 기즈모차이나(Gizmochina)는 최근 중국 내 삼성 모니터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4월 예정된 모든 디스플레이 주문이 취소됐으며, 신규 재고가 전혀 공급되지 않고 있다. 주요 유통 파트너사인 한린후이(翰林汇)와 삼성펑타이(三星鹏泰)는 대리점에 “더 이상 공급할 재고가 없다”고 공식 통보했으며, 한린후이는 4월 13일부터 제한적으로 출하를 재개했으나 기존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공급가가 약 100위안(약 15달러)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펑타이는 JD.com 채널을 통해 기존 재고만으로 공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필드가 삼성전자·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의 최근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중국 내 TV와 모니터 생산을 전담해 온 핵심 법인인 ‘천진 삼성전자(TSEC)’를 2024년 말 최종 청산(Liquidation)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TSEC는 2023년 말까지 삼성전자가 91.2%의 지분을 보유했던 주요 생산 기지였으나, 2024년 사업보고서부터 연결 대상 종속회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최근 현지 유통망의 재고 고갈과 신규 입고 제한 사태는 자체 생산 기지 폐쇄에 따른 공급 체계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룹 전체의 중국 가전·모니터 사업 축소 흐름과 맞물린다. 삼성전자의 가전·모니터 사업을 물류와 IT 시스템으로 지원해 온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중국 사업 규모도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삼성전자가 최대주주(지분율 22.6%)로 있는 SDS의 중국 지역 매출은 2022년 1조 6,626억 원에서 2025년 7,869억 원으로 3년 만에 52.7% 급감했다.

특히 2023년부터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중국 내 소프트웨어 개발 핵심 거점인 ‘시안 글로벌 개발센터(GDC Xi’an)’가 청산됐고, 베이징 물류 법인 축소와 홈 IoT 사업 매각(직방 양도) 등 인프라 정리도 진행됐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지분율 84.8%)로 지배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SDC)를 통한 대규모 자금 이동이다. SDC의 중국 내 매출은 2021년 약 6.7조 원에서 2025년 1.6조 원대로 74.7% 급감했다. 사업 규모가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SDC는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21조 9,900억 원을 장기 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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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3년 반기보고서 주석에 기재된 차입금 내역.

이 중 20조 원은 2025년 7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만기를 2028년 2월로 연장하고 이자율을 연 4.6%에서 3.9%로 인하했다.

또한 2024년 초 SDC는 총 6조 6,504억 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해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로 유입시켰다.

중국 가전 사업을 축소하며 확보한 수십조 원 규모의 현금은 결국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인수(2025년 3월), 미국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eMagin) 인수 등을 단행하며 기술 중심축을 북미와 AI 분야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나 엑소더스’는 실적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중국 내 가전 생산 법인(TSEC 등)은 정리됐으나, 시안 반도체 공장(SCS)을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매출이 폭증하면서 중국 지역 전체 매출은 오히려 2025년 말 71조 5,75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달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2조 원)은 저수익 가전 사업 정리와 고부가 AI 반도체 특수가 맞물린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공시 데이터와 최근 움직임을 보면 삼성이 중국에서 단순히 운영 효율화를 하는 수준을 넘어, 범용 가전 사업을 상당 부분 축소·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5월 중 나올 가능성이 있는 중국 사업 운영안에는 가전 부문의 전면 외주화나 대리점 모델 전환, 그리고 AI 솔루션 중심으로의 전략 전환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결국 삼성의 중국 내 모니터 공급망 정체 사태는 과거 ‘제조업 삼성’이 쇠퇴하고, AI와 미래 기술에 집중하는 ‘뉴 삼성’으로 전환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의도된 고사(枯死) 작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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