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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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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기업’ LG유플러스, 임신한 아내·자녀 있어도 원거리서 ‘혼자 살아라?’…노동위 “부당해고”

대표이사 홍범식, 이사회 ESG위원으로 활동…가족친화 경영과 엇갈린 징계 논란

원거리 발령 직원에 월 70만원 지원하면서 ‘단신 거주’ 요구…가족과 살면 지원 중단

‘인화·인간존중’ 강조해온 LG그룹…오너 일가는 상속·파양 소송

‘가족친화기업’을 내세우는 LG유플러스가 임신·육아 사정으로 가족과 함께 생활한 원거리 발령 직원들에게 지원금 부정수급을 이유로 ‘해고’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지만,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특히 원거리 발령 직원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면서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단신 거주’를 조건으로 둔 제도 자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8일 LG유플러스와 관련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2018년부터 기존 주거지에서 50㎞ 이상 떨어진 곳으로 발령돼 새 근무지 인근에 집을 구한 직원에게 월 7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조건은 ‘단신 거주’다.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등과 함께 살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액은 월 70만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같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지원받을 수 없는 구조다.

LG유플러스 홈페이지 ESG 소개 페이지. 회사는 '가족친화제도의 모범적 운영으로 2010년 최초 선정 이래 2024년 5번째'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됐다고 알리고 있다. 출처: LG유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LG유플러스 홈페이지 ESG 소개 페이지. 회사는 ‘가족친화제도의 모범적 운영으로 2010년 최초 선정 이래 2024년 5번째’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됐다고 알리고 있다. 출처: LG유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회사의 필요로 원거리에서 일하게 된 직원에게 월 70만원의 주거비를 정액 지원하면서도, 왜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도록 ‘단신 거주’를 조건으로 뒀는지가 이번 사건에서 제기되는 대목이다.

■ 매장 없애 원거리 발령…아내 출산 하루 전 해고

실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직원 2명에게는 각각 배우자의 임신과 어린 자녀의 육아라는 사정이 있었다.

A씨는 판매점 폐쇄로 원거리 발령된 뒤 새 근무지 인근에서 혼자 살다가 아내가 임신하자 병원 진료 등을 위해 함께 생활했다. 회사는 이 기간 5개월간 받은 지원금 350만원을 부정수급으로 보고 지난해 12월3일 A씨를 해고했다. 아내가 아이를 출산한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B씨도 원거리 발령 뒤 집을 따로 구했지만 어린 자녀의 육아를 위해 기존 집에서 주로 출퇴근했고, 같은 이유로 징계해고됐다.

지원금 부정수급이 확인된 직원은 모두 8명으로, 4명은 권고사직 처리되고 4명은 징계해고됐다. 징계해고된 4명은 모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A씨와 B씨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노동위는 두 사람의 지원 기준 위반 자체는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그러나 규정을 어긴 경위와 고의성, 부정수급액을 전액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해고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고용관계를 끊을 정도의 중대한 비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국 쟁점은 규정을 어겼느냐가 아니라 배우자의 임신과 자녀 육아라는 사정까지 고려했을 때 직장을 잃게 할 정도의 잘못이었느냐로 좁혀진다.

이는 대법원이 제시해온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지위와 업무, 기업질서에 미친 영향, 과거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해왔다.

LG유플러스는 과거 다른 부당해고·부당징계 사건에서도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곧바로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라 지난해 두 차례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

LG유플러스 2026년 반기보고서의 '제재 등과 관련된 사항'. 회사는 부당해고·부당징계 사건의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는 사이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2025년 2월과 3월 이행강제금 1912만5000원, 495만원을 냈다고 공시하면서 대책란에 '자사 과실 없음'이라고 적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갈무리
LG유플러스 2026년 반기보고서의 ‘제재 등과 관련된 사항’. 회사는 부당해고·부당징계 사건의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는 사이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2025년 2월과 3월 이행강제금 1912만5000원, 495만원을 냈다고 공시하면서 대책란에 ‘자사 과실 없음’이라고 적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갈무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해 2월 1912만5000원,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같은 해 3월 495만원을 부과해 총액은 2407만5000원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모두 납부했지만 공시상 두 사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모두 ‘자사 과실 없음’이었다.

A씨가 근무하던 판매점이 없어진 전후로 LG유플러스의 오프라인 영업망 재편도 이어졌다.

LG유플러스는 2025년 전국 95개 소매직영점 가운데 최대 47곳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영업직군 비조합원 가운데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영업망과 인력 재편이 이뤄지는 사이 회사 실적은 개선됐다. 연결 영업이익은 2024년 8631억원에서 지난해 8921억원으로 3.4% 증가했다.

■ ‘인화·인간존중’ 강조해온 LG그룹…계열사는 가족 동거 직원 해고

이 과정에서 LG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인화’와 ‘인간존중’의 경영철학도 다시 주목된다.

LG그룹은 창업주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인화단결’을 강조했고, 고 구자경 2대 회장은 이를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재정립했다. 현재 LG Way에도 ‘인간존중의 경영’은 회사 운영의 원칙인 경영이념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철학과 달리 현재 LG 총수 일가에서는 가족 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LG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004년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양자가 된 뒤 2018년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현재 양모인 김영식 여사 및 두 딸과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김 여사가 제기한 파양 소송은 이달 1심에서 기각됐다.

현재 LG유플러스는 ㈜LG가 지분 38.74%를 보유한 주요 계열사이며,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6.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유플러스가 지난 8월 공시한 2026년 반기보고서. 회사는 "결혼/출산/육아/은퇴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배려와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가족친화기업 선정 사실을 소개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갈무리
LG유플러스가 지난 8월 공시한 2026년 반기보고서. 회사는 “결혼/출산/육아/은퇴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배려와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가족친화기업 선정 사실을 소개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갈무리

이곳에서도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인사제도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LG유플러스는 ‘가족친화’를 ESG 경영의 주요 성과로 내세워왔다.

2010년 첫 선정 이후 2024년 다섯 번째 가족친화기업으로 선정됐으며, 공시에서는 “결혼·출산·육아·은퇴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배려와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를 이끄는 홍범식 대표이사 사장은 2025년 3월 취임했으며, 이사회 내 ESG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 사장 취임 이후 공시된 ESG위원회 안건에는 사회공헌,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ESG 평가 결과 등이 포함됐지만 ‘노동이나 가족친화 문제를 직접 다룬 안건’은 확인되지 않는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LGU+]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LGU+]

홍 사장은 지난해 총 14억44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급여 7억2600만원과 상여 10억8900만원 등 총 18억1600만원을 받았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보수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지급된 상여는 지난해 성과를 토대로 산정됐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15조5000억원, 영업이익 8921억원 등의 재무성과와 AX 기반 수익구조 효율화 등을 평가하면서 장기과제 평가에는 ‘인재육성을 위한 노력 및 실질적인 변화’도 반영했다고 공시했다.

그 평가 대상이 된 2025년은 직영점 축소와 특별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지원금 문제로 직원 8명이 권고사직 또는 징계해고된 시기와 겹친다. 회사가 ‘인재육성’을 성과평가에 반영해 최고경영자에게 상여를 지급한 같은 시기, 임신·육아 사정으로 ‘단신 거주’ 기준을 지키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해고라는 최고 수위 징계가 내려진 셈이다.

■ LG유플러스 “협의 기회 있었다”…해고 양정기준엔 답변 없어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해당 직원들이 징계규정상 ‘품위 손상 및 위법·부당 행위(회사 유·무형 자산의 불법·부당 사용)’를 위반했다며 “명백히 ‘단신’ 요건을 충족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언제든 문의·협의를 요청할 수 있었지만 해당 직원들은 이를 알리지 않았으며, 전사 공지와 자진신고 기간을 통해 신고·소명 기회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본지는 원거리 발령 및 주거비 지원 과정에서 임신·육아 등 직원의 가족 사정을 확인하고 가족 동반 거주 가능 여부를 사전에 협의했는지, 징계해고에 앞서 해당 직원들의 개별 사정을 확인·협의하는 절차를 거쳤는지 물었다.

또 ‘단신 거주’ 요건 위반이나 지원금 부정수급이 해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한 내규나 징계 양정기준이 있는지도 질의했지만 회사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실거주 조사 과정에서는 전기·가스요금과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기록, 택배·음식배달 이용내역 등이 요구되고 업무용 차량 GPS 기록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이 같은 자료 활용의 근거를 물었지만 별도 답변은 없었다.

과거 다른 부당해고·부당징계 사건에서 노동위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두 차례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전례와 관련해 이번 부당해고 판정에 따른 구제명령을 이행할 것인지도 물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관계기관 판정문을 수령한 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동위는 이미 두 직원에 대해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해고는 지나치다며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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