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뉴타운 복합시설 ‘플라이크 은평'(옛 현대 테라타워 은평)에서 계약서상 계약체결일보다 먼저 수분양자들이 돈을 낸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건축물분양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수분양자 측이 확인한 선납액만 40건, 8억9037만원에 달하지만 허가권자인 은평구는 현재까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18일 수분양자 73명이 은평구청에 제출한 ‘행정조치(과태료 부과) 요청서’와 은평구 건축과의 서면 답변 등에 따르면, 이들이 확보한 40건의 입금일은 계약서상 계약체결일보다 하루에서 최장 14일 앞섰다.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은 계약금을 '계약 체결 시'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플라이크 은평의 한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서상 계약체결일(2024년 5월 22일)보다 사흘 앞선 5월 19일, 분양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500만원을 먼저 이체했다. [사진=플라이크 은평 수분양자 비상대책위원회 제공]](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9/2026-09-17-22-15-20-433x600.png)
플라이크 은평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 63-1 은평뉴타운 10-2블록에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로 조성된 복합시설이다. 업무시설 637실과 상업시설 119실 등 분양 대상은 756실이며 숙박시설 288실도 들어섰다. 시행위탁사는 은평복합개발, 시행수탁사는 하나자산신탁,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이 사업은 2022년 8월 ‘현대 테라타워 은평’으로 분양을 시작한 뒤 ‘플라이크 은평’으로 이름을 바꿨다. 입주안내문상 입주지정기간은 올해 1월 30일부터 3월 31일까지였다. 은평복합개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면적은 7만5176㎡이고, 지난해 말 기준 총분양예정가액은 5123억6900만원, 분양률은 78.48%였다.
건축물분양법은 분양대금을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구분하고 시행령은 계약금을 ‘계약 체결 시’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제8조를 위반해 분양대금을 받은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플라이크 은평 수분양자들이 은평구청에 제출한 '행정조치(과태료 부과) 요청서'에 수분양자 측이 정리한 계약체결일·계약금 입금일 비교표. [사진=플라이크 은평 수분양자 비상대책위원회 제공]](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9/2026-09-17-22-20-43-600x538.png)
특히 2022년 8월 계약분 12건의 선납액은 8억637만원으로, 이 가운데 11건은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전액이 계약서 작성 전에 입금됐다. 최고액은 1억4013만4500원이었다. 2024~2025년에도 계약 전 100만~700만원을 입금한 사례가 이어졌다.
수분양자 측은 계약 전에 받은 돈이 이후 그대로 계약금에 충당된 만큼 사실상 계약금을 미리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양사업자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선납일과 별도의 ‘계약체결일’이 기재됐고, 납부안내장과 분양대금 납부명세서도 계약서상 계약체결일을 기준으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또 선납 당시에는 호실 확보를 위한 안내만 받았을 뿐 분양대금과 중도금·잔금 지급 시기, 인도·등기 시기, 해제·위약금 등 계약의 주요 사항에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원자료에는 호실을 지정받기 위해 일정 금액을 먼저 입금하고 이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한 분양 관계자의 카카오톡 대화도 제시됐다.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은 계약금을 '계약 체결 시'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플라이크 은평 분양 관계자는 수분양자에게 "천만원 입금해야 호실확정 그 밑으로 백만원단위로 입금하면 하루 지정"이라며 먼저 돈을 넣도록 안내했고, "5백입금하고 호실 지정 1일인데 수요일에 와서 5%의 나머지 입금하고 정계약서 쓰는 걸로" 하자고 했다. [사진=플라이크 은평 수분양자 비상대책위원회 제공]](https://newsfield.net/wp-content/uploads/2026/09/2026-09-17-22-23-23-571x600.png)
다른 지자체에서는 과태료 처분도 나왔다. 고양시는 지난달 21일 ‘더샵 일산엘로이’ 1·2·3단지 분양사업자인 우리자산신탁에 건축물분양법 제8조 위반으로 각각 2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은평구의 판단은 달랐다. 소액 선납금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반환되고 위약책임이 없는 ‘계약 교섭을 위한 증거금’으로 봤고, 계약금 전액을 받은 사례는 호실과 분양대금 등이 이미 특정됐다면 돈을 받은 시점에 사실상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판단했다.
은평구는 법제처 법령해석과 법원 판단 등을 근거로 계약서에 서명·날인한 날만을 계약체결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사례 역시 동·호수 등 분양목적물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금을 받은 사안이어서 플라이크 은평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 측은 선납 당시 계약의 중요 사항에 실제 합의가 있었는지는 계약별 조사가 필요한 문제라고 반박한다. 선납금도 별도로 반환된 것이 아니라 정식 계약 뒤 그대로 계약금에 충당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평구는 전체 계약을 조사하지 않았다. 구청은 뉴스필드에 “전체 756호의 분양계약서와 분양대금 입금내역을 일괄 제출받아 계약서 작성일과 최초 입금일을 대조하는 전수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원이 제기되지 않은 계약은 구체적인 위반 정황이나 증빙자료가 없어 조사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2018년 취임해 현재 3선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플라이크 은평 시행법인 설립과 2022년 분양, 2024~2025년 추가 선납 사례, 올해 민원 처리까지 사업의 주요 시점이 김 구청장 재임 기간에 포함된다.
은평구는 수분양자 73명의 집단민원이 제기되고 지난 7일 김미경 구청장과 면담이 이뤄진 뒤 분양사업자에게 이들 73명의 계약 관련 자료를 오는 2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은평구는 “종전과 다른 사실관계나 새로운 법적 쟁점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 여부를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구청장은 2022년 설 명절을 앞두고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 200여 상자를 보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은 같은 해 11월 김 구청장의 지시·개입 정황을 찾지 못했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당시 비서실 직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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