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롯데 신동빈 회장. (출처=롯데그룹)
경제 주요 기사

신동빈 롯데물산, 2804억 양평동 사업권 287억 ‘헐값 이전’ 논란…투명경영 ‘구멍’

롯데 신동빈 회장. (출처=롯데그룹)
롯데 신동빈 회장. (출처=롯데그룹)

‘투명경영위원장’ 사외이사는 의결 불참

부지·사업권 쪼개 PFV 이전하며 산정 근거 비공개

유일한 사외이사, 양평동 거래 의결만 빠지고 투명경영위는 개최 0회

신동빈 회장이 동일인(총수)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 롯데물산이 2804억원 규모 서울 양평동 개발 부지에서 개발 사업권만 287억7800만원에 떼어내 자회사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을 다룬 이사회 의결에는 회사의 유일한 사외이사이자 ‘투명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인물이 모두 불참했고, 정작 투명경영위원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 119번지 일원 부동산 개발 사업권을 자회사인 롯데한강선유PFV에 287억7800만원에 양도하기로 의결했다.

거래 방식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며 대금 지급 예정일은 이달 30일이다. 롯데한강선유PFV는 롯데물산이 양평동 개발을 위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 계열회사 편입을 앞두고 있다.

롯데물산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분 1.82%를 보유하고, 일본 롯데홀딩스(60.10%)와 호텔롯데(32.83%)가 지분 대부분을 쥔 회사다. 동시에 롯데물산은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 5.00%와 롯데케미칼 지분 20.00%를 보유해 신 회장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 2804억 부지 따로, 287억 사업권 따로…산정 근거는 비공개

롯데물산은 지난 3월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로부터 양평동5가 119번지 외 17필지(총 18필지) 토지·건물을 2804억5600만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와 합의해 매수인을 자회사인 롯데한강선유PFV로 변경했고, 거래 구조는 ‘롯데칠성음료→롯데물산→롯데한강선유PFV’로 재편됐다. 그 결과 2804억원짜리 부지와 별개로 사업권이 287억원으로 평가돼 별도 거래로 분리됐다.

사업권에는 개발 사업 관련 권리와 자격, 계약상 지위 등 권리·의무 일체가 포함되며, 개발 부지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상 매수인 지위도 함께 넘어간다.

부지 매입가 2804억5600만원은 양 당사자의 감정평가액 산술평균으로 산정됐다고 공시됐다. 반면 사업권 287억7800만원은 가치가 결정됐다는 사실만 공개됐을 뿐 평가기관과 평가방식이 확인되지 않는다. 외부 평가기관 참여 여부, 미래 개발수익 가정, 현금흐름할인법(DCF) 적용 여부, 할인율 수준 등 핵심 변수도 공시에 담기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업권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는 자산”이라며 “287억원이라는 숫자보다 어떤 논리로 해당 금액이 도출됐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인 만큼 가격 협상이 시장에서 이뤄지지 않아 산정의 객관성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히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투명경영위원장’ 사외이사, 양평동 의결만 불참…위원회는 개점휴업

롯데물산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단 한 명뿐인 사외이사는 원인철 이사로, 전 합동참모의장·공군참모총장 출신이며 사내 투명경영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담긴 이사회 운영 내역을 보면 원 이사는 최근 1년여간 공개된 이사회 의안 대부분에 참석했다. 그러나 양평동 부지 매매를 의결한 3월 25일 이사회에는 불참했고, 매수인 변경과 사업권 양도를 의결한 6월 9일 이사회에도 빠졌다. 양평동 거래의 두 차례 핵심 의결에서 회사의 독립적 감시 기능을 맡은 유일한 사외이사가 모두 자리에 없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양평동 부지 개발사업 PFV 설립을 승인한 4월 23일 이사회에는 사외이사가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불참이 양평동 부지·사업권 거래 의결에 집중된 점이 대비된다.

원 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투명경영위원회는 공시 대상 기간 구성만 돼 있을 뿐 개최 실적이 0건이었다. 대규모 내부거래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사내 견제 장치가 사실상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거래가 곧 문제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내부거래일수록 사외이사의 독립적 판단과 위원회의 사전 검증이 가격 적정성을 담보하는 장치인데, 그 절차가 비어 있으면 시장의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는 롯데물산이 그룹 부실 계열사 지원 부담을 떠안은 가운데 이뤄졌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롯데건설의 보증부 사모사채를 매입한 프로젝트금융회사 프로젝트샬롯에 연 8.54% 금리로 2000억원을 대여했고,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을 위해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1조6447억원 한도로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그룹 지원 부담 속에 롯데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 1125억원을 내고도 이자비용 등으로 1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물산이 사업권 287억원의 산정 근거와 이사회·위원회 운영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번 거래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