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는 정철동 대표이사 취임 이후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산 매각과 R&D 축소 등 ‘미래 경쟁력을 담보로 한 생존’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2년 사이 3,000명이 넘는 숙련 노동자를 내보내고 급여 총액을 1,300억 원 이상 쥐어짜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정작 정 사장의 보수는 오히려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 인건비·R&D 쥐어짜고 핵심 자산 팔아 만든 ‘흑자’

31일 LG디스플레이의 2023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별도 기준 2023년 3조 8,841억 원, 2024년 1조 8,00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6,24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연결 기준 2023년 2조 5,10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도 5,60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2025년에는 5,1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철동 사장 체제하에서 진행된 ‘뼈를 깎는 경영’의 칼날은 주로 직원들을 향했다.

먼저 인적 구조조정의 강도가 매서웠다. 2023년 말 2만7천716명이었던 정규직 인력은 2년 새 2만4천408명으로 11.93% 급감했다. 약 3천300여 명의 숙련 노동자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2023년 말 2조 2,692억 원이었던 연간 급여 총액은 2025년 말 2조 1,378억 원으로 약 5.8%(약 1,314억 원) 감소했다. 이는 정규직 인력을 2년 새 11.93%(3,308명)나 감축한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정철동 사장의 보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정 사장은 2024년 14억 2,400만 원을 받았고, 2025년에는 14억 5,500만 원으로 약 2.2%(3,100만 원) 인상됐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으로는 여전히 6,24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직원 3,300여 명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도 사장 개인의 보수는 늘어난 셈이다.
■ ‘비상 경영’ 중 슬그머니 올린 월급… 전임자보다 높은 ‘몸값’

보수 산정 방식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교묘하다. 정 사장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24년과 2025년 성과급(상여)을 일절 받지 않는 ‘책임 경영’의 모양새를 취했으나, 실제로는 매달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고정급(기본급+역할급)’을 상향 조정해 실질적인 수령액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월 기본급 6,500만 원과 역할급 5,200만 원을 합쳐 월 1억 1,700만 원 수준이었던 보수는 2025년 4월을 기점으로 월 1억 2,100만 원(기본급 6,720만 원, 역할급 5,380만 원)으로 뛰었다.
결과적으로 성과와 연동되는 상여금은 포기하는 척하면서도, 경영 실적과 무관하게 수령하는 고정 월급은 오히려 약 400만 원씩 인상하며 실속을 챙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2025년 4월부터 기본급과 역할급을 각각 인상하며 전임자인 정호영 전 대표의 보수 수준(월 1억 1,700만 원)을 넘어섰다. 직원들에게는 ‘보급형 패널(OLED SE)’ 출시 등 원가 절감을 독려하면서, 정작 본인의 고정 월수입은 약 400만 원씩 인상한 것은 비상 경영 상황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정 사장의 복리후생 성격인 ‘기타 근로소득’은 2025년 기준 1,480만 원으로, 전임 사장이 비상 경영을 본격화하던 2021년(900만 원) 대비 약 64%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대규모 인력 감축의 여파로 전체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총액이 전년 4,303억 원에서 4,147억 원으로 약 156억 원이나 위축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정철동 대표, 이사회 의장 권한으로 보수 인상 ‘셀프 가결’
무엇보다 이러한 ‘보수 역주행’ 결정은 정 사장 본인이 의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를 통해 ‘셀프 승인’되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월부터 이사회 의직을 수행해 온 정 사장은 2025년 3월 20일 열린 제3회 이사회에서 의장으로서 직접 ‘이사 보수 집행 승인’ 안건을 상정했다.
당시 정 사장은 본인의 보수 집행과 직결된 해당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고 직접 ‘찬성’표를 던져 가결시켰다.
경영진이 강조해온 고통 분담의 원칙이 무색하게, 의장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보수 인상을 확정 지은 셈이다.
■ 자산 매각으로 만든 ‘착시형 흑자’… 실상은 ‘미래 판 연명’
경영진이 보수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흑자 전환’ 역시 그 내실을 들여다보면 질적인 의구심이 남는다. 2025년 연결 포괄손익계산서에 기록된 당기순이익은 3,038억 원이지만, 이는 순수 영업의 결실이라기보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이라는 일회성 수익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외수익 중 ‘매각예정분류자산처분이익’ 항목으로 반영된 광저우 공장 매각 이익은 무려 7,594억 원에 달한다.
만약 이 일회성 자산 매각 수익이 없었다면, LG디스플레이는 2025년에도 연결 기준 약 4,556억 원의 당기순손실(적자)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재무제표상 나타난 LG디스플레이의 ‘체급’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1년 38.15조 원에 달했던 자산총계는 2025년 말 26.91조 원으로 급감했다. 불과 2년 만에 회사 자산의 25%인 약 9조 원이 사라진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인 유형자산이 20.2조 원에서 17.2조 원으로 줄어든 점은 향후 생산 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핵심 생산 인프라와 현금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소모되고 있다.
재무 건전성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2024년 말 307.7%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자산 매각을 통해 일부 상환했음에도 여전히 243.4%에 달한다. 2025년 기준 연간 발생 이자 비용만 1.15조 원으로,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5,17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이자로만 지출하고 있다.
■ 기술 경쟁력 포기하나… R&D 투자액 매년 감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성장의 핵심 동력인 연구개발(R&D) 투자의 위축이다. 중국 BOE와 CSOT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OLED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LG디스플레이의 R&D 행보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R&D 투자액은 2023년 2.40조 원(매출 대비 11.2%)에서 2024년 2.24조 원(8.4%)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21조 원(8.6%)에 그치며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절대 금액 기준으로 투자가 계속 쪼그라들면서,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철동 사장 체제의 LG디스플레이는 인건비 절감과 R&D 축소, 공장 매각 등을 통해 장부상 흑자를 달성했지만, 이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자산 규모가 4분의 1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혁신으로 평가받기에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