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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2월 29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사진=뉴스1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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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1주기 앞두고 ‘사장단 전원 유임’… 애경 오너家·김이배 대표 ‘자리 보전’

지난 2024년 12월 29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사진=뉴스1TV 캡처.
지난 2024년 12월 29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사진=뉴스1TV 캡처.

제주항공 2024년 영업이익 53.0% 급감, AK홀딩스 부채비율 328.7% 기록… “경영 안정화” 명분

애경그룹이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국내 최악의 항공 참사 (179명 사망) 이후 1주기(오는 29일)를 앞둔 시점에서 핵심 사장단을 전원 유임했다.

참사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진상 규명이 미수습된 2024년 12월 29일 무안 여객기 참사의 책임론이 불거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역시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故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의 아들이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AK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차남인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 오너 2세들이 기존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며 ‘형제 경영’ 체제를 공고히 했다.

그룹은 이번 인사의 공식적인 배경으로 “재무 구조 개선과 경영 안정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참사 책임론과 지주사 AK홀딩스의 심각한 재무 불안정(부채비율 328.7%)이라는 이중 위기 상황에서, 그룹이 ‘책임 회피’ 대신 ‘경영 체제 안정화’에 방점을 두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 실적 악화와 구조적 불안정 속 ‘경영 안정화’

이번 사장단 유임 결정은 제주항공이 직면한 심각한 실적 악화와 그룹 전체의 재무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제주항공은 2024년 영업이익이 2023년 대비 53.0% 급감한 799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29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연간 1,500억 원대 이상의 적자가 전망되는 등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더욱이, 그룹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328.7%까지 치솟아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는 등 재무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룹은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 구조를 유지했다.

장영신 회장의 아들인 채형석 부회장(사내이사)과 채동석 부회장(기타비상무이사)은 2024년 3월 29일 자 재선임을 통해 '연임횟수 4회'를 기록했다. 사진=AK홀딩스 2025년 3분기 분기보고서
장영신 회장의 아들인 채형석 부회장(사내이사)과 채동석 부회장(기타비상무이사)은 2024년 3월 29일 자 재선임을 통해 ‘연임횟수 4회’를 기록했다. 사진=AK홀딩스 2025년 3분기 분기보고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아들인 채형석 부회장(사내이사, 업무총괄 대표이사)과 채동석 부회장(기타비상무이사, 대외업무 지원) 등 오너 2세들은 기존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며 ‘형제 경영’ 체제를 이끌고 있다. 특히, 두 이사 모두 4회 연임된 상태이며, 임기는 2027년 3월 28일까지다.

이러한 오너 중심의 가족 경영 체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을 가지기도 하지만, 위기 시에는 책임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AK홀딩스는 자산규모 5조 3369억 원의 대규모 상장회사로 분류되는데, 현행 상법(제542조의8 제1항)은 이러한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외부 독립 인사(사외이사)로 채우도록 규정하여 오너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

AK홀딩스의 이사회는 총 8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 중 사외이사는 3명에 불과해 상법에서 규정한 ‘사외이사 과반수(5명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1·3월 두 차례 인사에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이 2명 이뤄진 반면, 임기만료로 이탈한 사외이사를 충분히 보강하지 않아 외부 감시 기능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오너일가 중심의 이사회 구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사외이사의 비중 저하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참사 미수습 책임과 ‘재무 전문가’의 유임

참사 수습 책임을 맡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유임은 참사 책임 소재와 재무 관리 역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여객기 참사는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진상 규명이 미수습 상태이며, 김 대표는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유임됐다.

유가족들은 사고 발생 11시간 만에 현장을 찾은 김 대표와 채형석 AK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격렬하게 항의했으며, “소통 부재, 대책 미흡” 등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300일 동안 진실 한 줄, 자료 한 장 못 받았다”며 사고 조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와 원본 데이터 공개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나아가 2025년 5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15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경찰에 형사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2025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참사기 관련 ‘예견된 참사’ 징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참사 직후 김 대표는 사고기의 이상 징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으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내역서에 따르면 사고 직전 2023년부터 모두 10차례 엔진 이상 메시지가 발생해 부품을 교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고장 발생은 모두 참사 당시 조류 충돌이 있었던 오른쪽 엔진에서 발생했다. 또한, 무안국제공항 관제탑 근무 환경의 열악함도 국감 도마 위에 올랐었다.

무안관제탑의 평균 근무시간(58.47시간)은 전국 관제탑 평균(48.08시간)보다 월등히 높아 항공안전 시스템 부재가 만든 인재라는 유가족 측의 지적에 힘이 실렸다.

2025년 10월 15일, 유가족 일부는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 측은 국내외 로펌의 의뢰를 받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킹스 카운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으며, 보잉 737-800 기종의 노후화된 전기·유압 시스템 결함과 복합적인 장비 결함이 안전한 착륙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제조상 과실 책임을 묻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 대표의 유임이 참사 수습 및 재판 대응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AK홀딩스 출신 재무 통인 김 대표에게 누적된 재무 구조 악화와 실적 회복이라는 이중의 난제를 집중 관리시키려는 실무 중심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창업주 일가 중심의 경영 구조를 위기 속에서도 공고히 하는 한편, 전문 경영인에게 재무적 부담과 안전 책임이라는 양면적 과제를 부여했다.

그룹은 경영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대형 참사의 근본 책임 소재와 취약한 지배구조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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