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단독] 현대건설, 수억원 ‘어반그로브몰’ 하자 투성… 건설사·시행사 대표 줄고소 당해]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에 위치한 상업시설 ‘고덕 어반그로브’의 분양 사업자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평택시의 수사 의뢰와 수분양자들의 고소·고발이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부분 호실은 신고 금액보다 수백~수천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가격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특히 분양대금은 법에 따라 ‘신탁사 명의 분양관리계좌’로 입금돼야 함에도 시공사 현대건설 명의 계좌로 청약금 뿐만 아니라 ‘계약금 잔액’을 입금한 정황이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캡처 등 증거자료로 제시됐다.

준공 이후 누수·하자 문제로 공실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분양 초기 절차의 불투명성까지 드러나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분양계약 효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평택시 “분양가 변경 신고 누락 확인”… 경찰 수사 의뢰
18일 뉴스필드 취재를 종합하면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EBC-1블록 49층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고덕 스카이시티’ 내 상업시설로 건립된 ‘고덕 어반그로브’는 585실 규모다.
분양사업자인 ㈜하나자산신탁과 시행위탁사 ㈜유리치 및 대표이사들은 2020년 8월 ▲분양가격 변경 신고 누락 ▲단 하루 ‘초치기 청약’ ▲계약 전 대금 수령 등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평택시는 “분양사업자가 신고한 금액과 실제 계약금액이 달라 건분법 제6조 제5항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지난 8월 7일 평택경찰서에 사법 조치를 의뢰했다. 이어 수분양자들도 8월 27일 시행·신탁사 대표 등을 건분법 위반 혐의로 분당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 쟁점은 ‘수의계약’ 해석… 신고가와 실제 계약가 달라
이번 사건의 핵심은 잔여 물량 수의계약 시에도 “제4항을 적용한다”고 명시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분법) 제6조 제5항 후문의 법리 해석에 달려 있다.
평택시는 국토교통부의 해석에 따라 제4항 적용이 분양신고번호, 분양대금 계좌 등 시행령 제9조의 필수 사항 준수를 의무화함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업자 측은 이 핵심 후문의 적용을 배척함으로써 시행령 제9조의 필수 기재 사항 적용 의무를 벗어나려 하는 만큼, 수사당국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신고가 위반 등 모든 혐의에 대한 최종적인 위법 여부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분양사업자 및 시행위탁자의 청문을 거쳐 “수의계약의 경우 금액까지 자유롭게 결정하여 할인 분양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사업자 측 주장”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평택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법령 해석을 근거로 반박했다.
건분법 제6조 제5항은 수의계약이라 할지라도 “분양계약 체결에 관하여는 제4항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4항 및 동법 시행령 제9조는 분양 계약서에 분양 신고 번호 및 신고 확인증 발급일, 분양 가격 등 공개 모집 시와 동일한 필수 사항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규정했다. 주무 부처의 판단은 수의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된 가격과 계약서상의 가격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신고가와 달리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시정 명령이 아닌 벌칙(제10조) 대상에 해당한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해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 계약서 ‘신고번호’ 누락·오기 반복… “허위 기재 혐의”
고소장에 따르면 분양사업자들은 2020년 8월 평택시로부터 ‘2020-주택과-분양신고-5호’를 발급받았으나 대부분의 계약서에는 ‘2020-○○’ 식으로 신고번호를 기재하지 않거나 근거 없는 ‘주택과-34397호’로 정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계약서는 수기로 번호를 삭제·수정하면서 수정 도장조차 찍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2025년 7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야 정식 신고번호가 ‘2020-5호’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피해자 질의에 “분양계약서에 신고번호와 확인증 발급일 등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된 경우, 건분법 제10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 모집공고문 ‘허위 일정’ 논란 및 ‘단 하루’ 초치기 청약
피해자들은 분양 당시 모집공고문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공고문에는 분양신고일(8월 12일) 다음 날인 2020년 8월 13일 공고가 나갔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로 어느 일간지에 공고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공고문에는 2020년 8월 18일 단 하루(오전 9시~오후 5시) 동안 견본주택 방문, 당첨자 발표(오후 5시 30분), 계약 체결(오후 6시)까지 총 585실 절차를 모두 완료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원고 측 확인 결과, 공고문에 명시된 추첨일(8월 18일)보다 10일 늦은 2020년 8월 28일에야 모델하우스가 오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 측은 공개추첨 당시 청약자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고 답했지만, 피해자들은 “청약 기간을 단 하루만 지정하거나 8시간 동안 모델하우스에서만 청약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희망자들의 참여 기회를 의도적으로 막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처럼 요식적인 공개모집과 임의적인 ‘초치기 분양’이 실재했다면 이는 분양 과정의 투명성을 해치고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한 건분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선착순 입금자 당첨’ 문자… “비밀 유지” 요청까지
특히 고소장에는 분양상담사와 수분양자 간의 문자 및 카카오톡 대화 캡처가 다수 포함됐다.
한 상담사는 고객에게 “당사 지정 시간 이후 입금자 중 가장 먼저 입금한 분이 당첨자입니다.”라고 안내했고, 또 다른 상담사는 “계약서 불출 시까지 비밀 꼭 유지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외에도 “억지로 당첨시켜 주겠다”는 상담사 발언이 확인돼 피해자들은 “비공개 초치기 분양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 청약금, 현대건설 명의 계좌로 입금… 신탁 절차 위반 소지
건분법 제6조 제6항 및 신탁계약 규정에 따르면, 분양대금은 반드시 분양신고자(신탁사) 명의의 분양관리계좌로만 입금돼야 하며, 시공사 계좌로의 입금은 ‘분양대금 사전 수령 금지’ 위반 소지가 있다.
피해자 A씨는 2020년 9월 9일 오전 10시 정각 ‘현대건설 주식회사’ 명의 신한은행 계좌로 청약금 3,000만 원을 송금했다. 입금 직후 ‘당첨 통보’를 받았고, 이후 계약 일정 안내 문자를 받은 내역이 고소장에 포함됐다.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초치기 시에는 사전 청약금 1,000만 원을 현대건설 시공사 계좌로 입금받았으며, 당첨자들에게는 청약금 환불이 불가함을 안내했다. 이는 계약 체결 전 분양대금의 일부를 수령한 것으로 건분법 위반 소지가 크다.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동일한 현대건설 계좌로 청약금을 송금한 뒤 며칠 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중개인은 “계약서 불출 시까지 비밀 유지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남겼다.
계약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신탁사 계좌가 아닌 시공사 계좌로 입금하게 했으며, 일부 분양자의 경우 계약 체결 전 계약금 10% 전액을 시공사 계좌로 먼저 받아 건분법 위반(계약 전 대금 수령 금지) 과태료 사유로 평택시청에 민원이 제기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신탁 절차를 무시하고 시공사 명의 계좌로 청약금 및 계약금 일부를 받는 것은 명백한 건분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 녹취록 “무조건 참여하세요”… 내부 물량 조정 암시
피해자 C씨가 확보한 상담사 녹취록에는 비정상적인 청약 독려와 내부 물량 조정 정황이 담겼다.
상담사는 “무조건 당첨되면 하는 거예요. 내일 초치기 무조건 참여, 화이팅입니다.”라며 참여를 독려했고, 또 다른 대화에서는 “우리 회사 통해 단타 수요자 5명 이상 접수됐어요. 그중 누가 당첨돼도 사모님이 가져가는 거예요.”라는 발언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이를 “사전 조정 또는 당첨 대리 정황”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식 절차를 회피하고 선착순 입금자 중심으로 분양을 진행했으며, 공고문에 허위 일정을 기재하는 등 조직적인 건분법 위반 정황이 드러났다”며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고소인 측은 “현대건설 명의 계좌로의 선입금, 신고번호 누락, 초치기 일정 통보 등 정황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건축물분양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원고 측 법무법인은 분양사업자가 계약 체결 전에 대금을 수령하거나 수의계약 시 필수 사항(신고번호 등)을 누락한 행위가 건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건분법 제10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의 형사 처벌 대상이며, 계약 전 대금 수령은 제12조에 따라 1억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것.
실제 유사 사례로 김해시는 행정심판 후 과태료 부과를 결정한 선례가 있으며, 속초시도 과태료 부과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원고 측은 건분법상 계약금은 법정 기재사항을 포함한 계약서 작성 시에만 받을 수 있으므로, 시행사 측이 주장하는 구두계약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아가 초치기 분양, 시공사 계좌를 통한 청약금 수령, 계약서 신고번호 허위·누락 등 절차적 하자는 수분양자가 계약 무효 또는 해제를 주장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이며, 벌금형 이상 확정 시 분양계약 효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행위탁사 ㈜유리치 측은 뉴스필드와의 통화에서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며, 경찰 조사 일정을 평택·분당 경찰서와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소인 측 주장은 이해하지만, 내부 법리 검토 결과 분양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사항은 없다는 구두 의견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택과 분당에 거의 동일한 내용의 고소·고발이 제기돼 있어 ‘대표이사 거주지 등을 고려해 분당경찰서로 이송을 요청했으며,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성실히 출석해 사실관계를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택시가 요구한 과태료 관련 의견서도 이미 제출했으며, 시가 별도로 법률 자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 해명 요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시의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모든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은 분양대금 수령 계좌와 관련하여, 상가 계약의 특성상 계약 변심이나 해지가 잦아 청약자들의 편리한 환불 처리를 위해 자사 명의의 계좌를 ‘가계약 계좌’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신탁사 명의의 계좌로 입금할 경우 환불 처리가 복잡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가계약 계좌로 입금된 청약금은 실제 본계약 체결 시에는 신탁사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