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남부고용지청 앞, 열악한 근무 환경 고발…민주노총 등 연대 목소리 높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일반사무업종본부(본부장 이승현) 삼성화재애니카지부(지부장 김인식)가 7월 14일 서울남부고용지청 앞에서 대규모 거리 행진과 집회를 벌였다. 교통사고 조사원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을 포함한 가장 기본적인 4대 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에 맞서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회사의 공채로 입사했음에도 기본급이 없고, 목숨을 담보로 도로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는 최근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 소식을 전하며 시작됐다. 불과 며칠 전인 7월 8일, 남양주시 별내 제1외곽순환 고속도로에서 출동 서비스 노동자가 3중 추돌 사고 현장에서 2차 사고로 차량과 중앙 방호벽 사이에 끼이는 참변을 겪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는 교통사고 조사원들이 현장에서 늘 직면하는 2차 사고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김인식 삼성화재애니카지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오늘 이 투쟁은 삼성과의 투쟁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4대 보험 없이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끝까지 행진을 완수하여 국회 앞에 서서 현 정부에 노동자들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자고 독려했다.
■ “산업재해 예방 및 보상 대책 시급”…민주노총, 노조법 개정 촉구
민주노총 홍지욱 부위원장은 “가장 열악하고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노조법 2, 3조 개정을 통해 위험한 현장 노동자들의 사고 예방과 충분한 보상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며, 교통사고 조사원들의 요구가 노조법 2조 1항의 ‘근로자 정의’ 부분에 해당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무금융노조 이승현 본부장은 교통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하는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너무나 분노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현 본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유보되는 상황을 스스로 단결하여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 바뀐 정권이 교통사고 조사원들에게 산재보험뿐만 아니라 4대 보험까지 적용시키는 결정을 내려 그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서울남부고용지청 앞 집회를 끝내고, 근로복지공단으로 이동했다. 사회를 맡은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부상을 당하고 질병이 걸렸을 때 산재를 신청하면 승인하는 기관”이자 “회사 측이 산재보험 가입 대상 노동자를 누락시켰을 때 이를 적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화재애니카 사고 조사원은 23년 올림픽대로 사고 조사 중 빗물 우수관 덮개 사이에 다리가 빠져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 대신 통원 치료를 선택하고 아픈 몸으로 운전하며 사고 조사를 해야 했다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증언했다. “기본급이 없어 하루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아파도 편히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를 전했다.
■ “산재보험은 선택 아닌 권리”…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회복 촉구
사무금융노조 안상일 KSNET지부장은 연대사를 통해 “죽을 만큼 고되고 위험한 일인데 근로자가 아니라고 외면당하는 이 현실”에 분노하며, 이는 단순히 삼성화재 애니카 지부만의 문제가 아닌,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에 걸린 문제라고 규정했다. 안상일 지부장은 “산재보험이 선택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가 되어야 하고, 근로기준법이 일부의 특혜가 아닌 모든 노동자의 기본 안전 장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조법 2, 3조 개정 또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국회로 향한 발걸음은 이어졌다.
근로복지공단 방문 후, 국회로 행진했다. 사무금융노조 오희정 부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특히 비가 오나 새벽이나,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항상 현장에 나가는 고생하는 노동자”라며, 그럼에도 4대 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지적했다.
오희정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힘으로 바꾼 현 정권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정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으로 김인식 지부장은 “직업 종류 차별 없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을 전면 시행할 것을 강력히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오늘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4대 보험 없이 일하는 모든 약자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투쟁의 길잡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은 현행 법규와 현실 간의 괴리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