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리 종사자들의 파업을 단순히 ‘급식 중단’이라는 불편함으로만 치부해온 우리 사회의 냉소적 시선에 대해, 한 고등학생이 던진 묵직한 질문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노동의 가치를 숫자가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 학생의 외침은 교육 현장의 민주주의 실태와 노동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 파업보다 부끄러운 건, 우리의 냉소
“부끄러운 건 이틀간의 파업이 아니라, 그 앞에서 우리가 보인 냉소와 조롱입니다.”
최근 대전 둔산여자고등학교 한 학생은 학교 복도 파업 조리 종사자들에 대한 공감을 촉구했다. 특히 일부 교사와 학생들의 냉소적 태도를 목격한 이 학생은 자신과 동급생들의 태도를 돌아보며 뼈 있는 반성을 담은 글을 남겼다.
학생은 글에서 조리 노동자들의 파업을 단순히 급식 중단이나 불편함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답게 일하고자 하는 절박한 외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단순한 의견 표현을 넘어, 학교 내 민주주의와 학생회 운영 방식, 다수 중심의 분위기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문제까지 날카롭게 짚고 있다.
학생은 급식 노동의 현실을 설명하며, “무거운 식자재, 뜨거운 불, 기름 증기 속에서 하루하루 감내해온 노동자들의 몸은 성한 데가 없을 정도”라며, “지금껏 우리가 누려온 정상적인 급식은 비정상적인 노동 환경 위에 세워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쟁의는 단지 급식을 멈추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요청하는 목소리”라며, 파업의 본질을 외면한 일부의 감정적 비난을 비판했다.
학생은 학교 측과 학생회의 대응도 짚었다. 학교는 조리원들의 상황 설명 없이 안내문을 배포했고, 학생회는 다수의 의견을 이유로 조리원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성명을 내고 서명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목소리 속에 묻힌 소수의 생각이 있었다”며, 학생은 침묵이 동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이렇게라도 용기를 내어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생회는 익명 의견 수렴 등 소수 의견이 안전하게 표현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노동조합, “우리를 향한 빛 같은 목소리… 감사합니다”
해당 학생의 글은 둔산여고 급식실에서 일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조합원들에게 전달되었고, 이들은 감동과 감사의 답신을 보냈다. 노동자들은 “출근길에 마주한 한 장의 종이가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며, “학생의 자보는 헌법재판소 판결문보다도 더 큰 울림이었다”고 밝혔다.
조합은 학교의 일방적인 ‘석식 중단’ 조치와 불통의 행정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하며,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와 함께 안전한 일터와 건강한 급식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해당 학생은 글 말미에 “나는 이 글을 단지 한 학생이 아닌, 미래의 노동자가 될 사람으로서 쓴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가 감수하는 불편함은 조리원 선생님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권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회 운영이나 학내 의사결정 방식은 학생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정립해 나갈 문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결국 한 학생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노동을 단순히 ‘비용’과 ‘편의’의 문제로 환산해온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미래 세대가 오늘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타인의 권리에 공감하는 법을 스스로 배워가는 동안, 정작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어른들은 여전히 다수의 편리함 뒤에 숨어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