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원, 돌봄노동자 집단해고 사태… 사실상 체불임금 포기 요구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폐원 결정과 함께 해고 예정인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 권리 포기 합의서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사원 해산 결정과 집단해고 문제를 강력히 비판하며,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운영지원 조례 폐지를 의결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공포했다. 이에 따라 서사원 이사회는 해산을 의결했고,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서사원은 설립 5년 만에 폐원하게 되었다. 서울시는 오는 7월 31일까지 모든 서비스를 종료하고, 10월 31일까지 폐업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사원 측이 해고될 예정인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포기하는 개인합의서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사원 해산을 규탄하며, 돌봄노동자 집단해고와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서사원 윤재삼 복지기획관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서사원의 청산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어린이집은 6월 30일, 모두돌봄센터와 장애인활동지원
기관 5곳은 7월 31일까지 모든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서울시민의 공공돌봄을 책임져온 수백 명의 노동자가 별다른 대책 없이 7월 31일부로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서사원이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들에게 2023년 임금협약을 통해 지급해야 할 임금 인상분을 아직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해도 1인당 330만 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원 사측은 “근로관계 종료로 인하여 본인이 지급받아야 할 제반 급여 및 여타 모든 금액을 수령하였음을 인정합니다”라는 내용과 “본인은 본인의 회사와의 고용관계 및 회사로부터의 근로종료로 발생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며, 본인의 회사와의 고용관계 및 근로종료와 관련하여 회사와 그 임직원 및 회사와 이해 관계가 있는 여타 당사자에 대하여 행정상 또는 민·형사상 제소 기타 어떠한 형태의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희망퇴직 합의서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체불임금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다름없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일부 시의원과 이사회 몇 사람,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인만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해산되고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이 해산 결정의 정당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약자인 이용자들과 함께 끝까지 공공돌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서사원의 졸속 폐원을 보면서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가 떠올랐다”며, “극히 일부의 결정으로 지난 2019년부터 서울시민의 공공돌봄을 책임져온 서사원이 문을 닫게 되다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폭주로 사회적 비난을 받은 후 2019년 다시 개원한 진주의료원 사태를 상기시키며, 서사원의 폐원 결정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지적했다.
오대희 서사원 지부장은 “해산 계획 통지는 지난 금요일 퇴근 무렵 문자 통보가 전부였다”며, “합의서에는 사측과 연관된 모든 문제나 정보를 문제 삼지 말고 사직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사측의 합의서 작성 강요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돌봄의 공공성을 위해 일하고 싶다. 끝까지 이용자들의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서사원 폐원으로 해고 위기에 처한 김정남 서사원지부 사무국장은 “민간시설에서 일할 때와 달리 한쪽 발이 의족인 장애인 이용자를 이동 보조할 때 작업치료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는 이러한 시스템을 서울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까워서 서사원을 해산시키는 것인가?”라며 서울시의 퇴행하는 공공돌봄 정책을 비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재수 지회장은 “보편적 복지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이제 공통의 아젠다다. 오세훈 시장이 공공돌봄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행한다면, 주권자들은 다시 그를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민과 약자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청산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시민과 노동자들과 함께 토론해 공적 돌봄의 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