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 박근혜 정부 장관과 이명박 정부 차관 내정…보수정부 출신 사외이사 후보 논란
KT는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 정부 환경부 차관 출신인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이에 대해 보수정부 출신 사외이사 내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사외이사 최종 후보로는 최양희 한림대 총장, 윤종수 김앤장 고문,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포함되었다. 곽우영, 이승훈, 조승아 후보는 주주 추천을 받은 인사로 알려졌다.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으며, 윤종수 김앤장 고문은 이명박 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 전반을 수립하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T의 사외이사 후보 선정은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KT는 사외이사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삭제하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자격요건 변경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아닌 산업 전반적인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새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선정과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은 KT의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논란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KT는 대표이사 후보 선임 기준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 의결권 ‘50% 이상’에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했으며, 연임 후보의 경우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는 KT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시도했다는 비판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후보 선정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 새노조는 “인선자문단의 구성과 후보 선정 기준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선정된 후보가 어떤 주주의 추천인지 등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연달아 무산되는 가운데, KT 이사회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KT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는 이사회가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차기 대표이사로 KT 출신 이사를 선임해왔기 때문이다. KT노조는 이에 대해 이사진의 사퇴와 비상 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며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KT는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투명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업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대표로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KT 이사회는 경영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9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번 신규 사외이사 선임은, 정부 색깔 맞추기로 해석된다”며 “정관 변경 역시 전문성이 없더라도 정부 여당 입맛에 맞는 인사를 세우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