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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나경원의 경제와 문재인의 경제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를 두고 여야의 논란이 한창이다. 같은 숫자를 가지고 여야가 워낙 판이하게 다른 해석을 하니 국민들은 어느 것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2년 반이 무엇 하나 잘한 것이 없는 완전한 실패의 국정 운영”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를 선언했다. “경제 성장을 그토록 자신했던 정권이지만 결국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아 버릴 위기이고, 튼튼했던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끝내 포기할 줄 모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국민은 일자리와 소득을 모두 잃었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우리 경제는 그렇게 어려워진 것일까? 그리고 지금의 경제 상황이 실패한 경제로 불려도 좋을 만큼 심각한 상황일까?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해서 실패라는 주장

최근 나온 통계청의 발표를 근거로 언론에서는 비정규직이 80만 명이나 늘어나 폭증했다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쏟아냈다. 통계청 발표의 근거가 된 해당 조사는 비정규직의 실태를 알기 위해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용동향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3만5천 가구 대상의 설문조사를 통해 경제활동인구의 동태를 분석하고 매년 8월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조사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 지위와 관련된 부분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질문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추가적 질문이 기존의 응답에 변화를 일으켜 추세와 다르게 상당히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까 과거의 질문이라면 정규직으로 조사되었을 사람들, 즉 기간제로 일하는 사람들도 비정규직에 포함됐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바뀜으로 인해 추가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50만 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기준이 바뀌고 질문이 달라졌다는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 규모가 급증”했다는 기사들만 주로 나간 것이다.

또 전년 대비 증가한 30만 명의 경우도 첫째, 전체적으로 지난해 대비 60세 이상 인구가 55만 명 증가했는데, 이들 60세 이상은 비정규직의 비중이 대단히 높아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난 것이었다. 둘째, 임금 근로자가 51만 명 늘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비율로 비정규직의 비율 3분의 1만 해도 17만 명이 늘어난 것이고, 셋째,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많이 늘어났는데, 이들 여성 근로자들은 시간제를 선택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난 것이었다. 즉, 비정규직 80만 명 증가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비난할 것이 못 되는데, 이런 자세한 분석은 물론이고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도 언론의 정정보도가 없으니 여전히 국민들은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51만 명의 임금 근로자가 늘었는데, 같은 달 같은 표본에서 실시한 다른 조사에 따르면 상용직이 49만 명 늘고 일용직이 2만 명 늘었다. 9월 평균 고용률 66.7%는 19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이래로 역대 최고치로 평가되고 있다.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대로 평가되며, 상용직 비중도 69.5%로 최고 수준이다. 이런 고용지표로 보더라도 젊은 층이나 40대는 나빠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고용의 양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경기가 좋다는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좋은 상태다. 고용률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 등의 9월 지표에서도 미국보다 좋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서 실패라는 주장

최근 기재부의 발표를 근거로 지난 3/4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로 둔화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지표를 보고 보수 언론들은 경제 위기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 초에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2.6에서 2.7%로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여러 기관의 전망을 보면, 대체적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 2% 달성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경제 성장률 지표는 주로 전기(前期)와 비교한 숫자들이다. 0.4%라는 것은 이전 분기를 100으로 기준 삼아 비교할 때 0.4%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간 보게 되면 전기 대비로는 항상 이렇게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일종의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것인데, 올해도 보게 되면 지난해 4분기 0.9에서 올해 1분기 -1.4, 3분기에 1.0, 이렇게 항상 왔다 갔다 했다. 한번 올라가면 다음 분기에는 내려가는 그런 지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변화를 보려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연율로 봐야 한다. 연율로 봐야 성장률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즉, 순 수출 효과가 연율로 2.0%일 때 지난 2/4분기 대비로 3/4분기에는 감소해서 -0.1%포인트를 깎아먹었다고 해도 연율로 비교해 지난해와 대비하면 1.2%포인트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2.5% 성장하는 것으로 전망했는데, 2% 미만의 낮아진 경제 성장률을 근거로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관계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가지고 경제가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런데 경제 성장률이 다시 높아진다거나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 모두는 사실 근거가 상당히 약하다. 국제적 경기 상황의 역동성이 너무 높아서 예전처럼 안정적인 전망을 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지난해 경제 전망을 할 때 한국은행은 “올해 5월 이후에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완화될 것이고, 따라서 수출이 회복될 것이며, 반도체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미국 경기가 굉장히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중국도 6% 수준의 성장률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를 주도하는 주변국의 상황을 보면, 중국과의 거래가 마이너스 18%를 기록했고, 홍콩과의 무역은 마이너스 33%, 대만도 마이너스 21%로 중화 경제권의 경제 상황 악화가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홍콩 문제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보이지도 않고,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지적한 반도체 경기 회복도 근거가 취약하다. 단기적 등락은 있지만, 공급 물량은 계속 늘어가고 있고, 전체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엄청 다운돼서 앞으로도 반도체에서 나는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플랫폼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감소가 작동하고 있는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도체에서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여전히 난망한 실정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 경제 성장률과 국민경제 간의 괴리가 커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경제 성장률이 국민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 그러한 단계를 지나버린 상황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경제 성장률이 1% 이하,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데도 국민경제는 나빠지지 않고 있다. 내수나 정부지출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 기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복지 수준이나 고용의 질이 높아 경제 성장률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와 체감 경제 간의 괴리

그런데 고용 자체도 늘어나고 고용율도 높아지며, 비정규직도 줄어드는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좋아지는 데도 실제로 체감 경제는 왜 나쁘게 느껴질까? 그것은 실제로 경제활동인구의 다수를 이루는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 종사자의 비율이 너무 높다. 미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6.3%, 캐나다 8.3%, 스웨덴 9.8%, 독일 10.2%, 일본 10.4%, 프랑스 11.6% 수준이다. 2018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5.4%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특히 이들 자영업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은 숙박업, 음식점업, 금융보험업, 도소매업, 건설업, 택시 등 운수업, 부동산 중계업, 그리고 이미용 등 개인 서비스업으로 특별한 기술력이 없다면 망할 수 있는 고위험 업종에 속한다. 이들 대부분의 업종들이 경기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부분의 고용은 241만 명으로 총 취업자 숫자로 비교해보면, 약 9%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은 OECD 국가들 평균의 50% 수준, 선진국의 30% 수준에 불과하다(2017년, 2019년 2월 발표). OECD의 자료로 2013년 당시,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이 7.6%일 때 덴마크는 34.9%, 노르웨이 34.6%, 영국 23.5%, 프랑스 19.8%로 우리나라보다 3~4배나 높았다. 2013년 OECD 평균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21.3%인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2.36배나 적다.

경제가 발달한 나라들이 복지를 확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제가 발전한다는 말은 산업구조가 고도화된다는 말이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자본이 집중되고, 제조업에서도 자동화가 일어나고 건설부문 조차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전체적으로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조세정책을 통해 대기업과 자본가들에게 모인 부를 재분배하고, 적극적 복지정책을 통해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돌봄과 노후보장 등 국민의 고정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산업구조도 고도화되고 있는데, GDP 대비 복지 지출은 여전히 OECD 국가들보다 10%포인트 이상이나 적다 보니, 국민들은 쓸 돈이 없고 사회서비스 부분의 고용은 적어 전체적으로 공공부분의 일자리가 적다. 그리고 일자리가 적으니 다수의 국민들이 자영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경기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되고, 거시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아도 다수의 국민들의 체감 경제는 어렵게 느껴지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좋아진 것으로 발표된 지난 9월 고용동향을 비롯해 2019년 월별 고용동향 발표를 보면, 36시간 이하의 취업자가 크게 증가하고 36시간 이상 취업자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36시간 이하의 근로자는 소비 여력이 약하다. 이들 36시간 이하 근로자는 다수가 정부가 만든 공공 취로 사업과 같이 임시직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0세에서 49세 사이의 중산층 허리에 해당하는 가장들의 정규직 고용이 줄고 있다. 그 원인이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든, 산업구조의 변화에 있든,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사실 자체를 숨길 필요도 없고 왜곡해서도 안 되지만, 사실이나 객관적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주관적 경제 전망이 실제로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 민간부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 등 내수에도 영향을 주고, 언론의 동향에 따라 정부지출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잘못된 전망과 평가가 계속되면 실제로 경제가 나빠진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가시 돋친 비난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실패했다는 주장을 믿지는 않는다. 오히려 야당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지게 하고, 구체적인 대안 없이 비난만 일삼는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경제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그렇게 느껴지는 원인과 구조를 세세하게 살펴서 대응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어려운 계층에게 필요한 복지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나라 경제에서 수요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그리고 순 수출이다. 민간소비가 위축돼 있고 수출이 어려울 때, 당연히 정부지출을 늘려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고 상식이다. 지난해 정부가 전년 대비 9.8% 정도의 예산을 증가시켰고, 이것은 예상되는 경제 성장률인 2.2%의 4배 이상의 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지출을 통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가는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정부의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으로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결산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지자체들의 세계잉여금과 순(純)세계잉여금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세입에서 세출을 제외한 못쓴 돈을 일컫는 세계잉여금의 규모가 최근 5년간 91% 증가해 69조 원이나 됐고, 세계잉여금에서 이월금 등을 제외해 자율적으로 쓸 수 있었음에도 남긴 돈인 순 세계 잉여금의 규모가 5년간 116% 증가한 35조 원에 이르렀다. 즉 중앙정부가 예산을 증액해도 지방정부가 쓰지 않아서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낮은 것이 지적됐다. 따라서 확장적 재정정책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각 부처와 지방정부들이 이런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경을 통해 투입하려는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이 지방정부에 묶여 있었던 것인데, 이런 것을 세세하게 챙겨야 한다.

그리고 복지 지출도 늘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가처분 소득 증가로 경제가 살아날 수준으로는 못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수요 측면에서도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밝혀진 대로 지난 3분기의 경우도 정부 부문의 경제 기여는 높은데 민간 부분의 경제 기여는 아주 낮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부분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액과 속도 면에서 보다 과감한 지출이, 그리고 방법과 내용 면에서 좀 더 구체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겠지만, 결국 국민은 경제와 민생을 기준으로 투표할 것이다. 노동정책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대기업 방문을 늘리고, 재벌 총수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자주 만드는 것만으로는 경제와 민생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고, 그것으로 평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성찰하고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그래서 촛불의 염원이 꼭 성취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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