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창사 이래 첫 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K-뷰티 신화’의 균열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경영진은 거액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챙기고, 대주주인 (주)LG는 ‘적자 배당’에 상표권 사용료·임차료까지 더해 매년 수백억 원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최근 3개년 사업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LG생건의 영업이익은 2023년 4천870억 원에서 2024년 4천590억 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1천707억 원으로 급감해 3년 만에 3천163억 원(64.95%)이 줄었다.
■ 영업이익 3년 새 ‘반토막’ 이하…첫 연간 적자에도 전 CEO는 성과급 수령 후 사임
특히 2025년에는 실적 악화가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매출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6조 3천555억 원에 그쳤고,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858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에 빠졌다.
여기서 자회사에 투자한 다른 주주들의 이익분을 제외하고 오직 LG생활건강의 몫으로만 산출한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1,001억 원에 달해, 회사가 실제 체감하는 손실 규모는 전체 적자 폭보다 훨씬 컸다. 주력인 뷰티(화장품) 부문에서만 976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1조 5천766억 원, 영업이익 1천78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4.9%에서 +6.8%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영업이익이 24.3% 감소하는 등 ‘바닥 다지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적은 내리막이었지만 경영진의 주머니는 두둑했다.
이정애 전 대표이사 사장은 2022년 12월 취임 이후 2025년 10월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용퇴하기까지 약 3년간 총 47억 5천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3년에는 급여 14억 800만 원을 받았으며, 취임 첫해인 만큼 성과급은 지급되지 않았다. 2024년에는 급여 14억 500만 원에 상여 3억 5천100만 원을 더해 총 17억 5천600만 원을 수령했다. 2025년에는 10월 퇴임 전까지의 재임 기간에 급여 13억 5천200만 원과 상여 2억 3천400만 원 등 총 15억 8천600만 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주목할 대목은 성과급 산정 구조의 역설이다. 2024년에 지급된 상여금 3억 5천100만 원은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됐지만, 당시 영업이익 4천870억 원은 전년 대비 31.5% 급감한 수치였다. 2025년 초에 지급된 상여금 2억 3천400만 원 역시 2024년 실적을 기준으로 했는데, 이 역시 영업이익이 4천5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한 상태였다.
실적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매년 억 단위 성과급이 지급된 셈이다. 회사 측은 이사회가 정한 성과인센티브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해당 기준이 실적 악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퇴임 임원들의 퇴직금 규모도 상당했다. 18년 3개월을 재직한 차석용 전 부회장은 2023년 퇴임하며 퇴직금 60억 2천800만 원을 포함해 총 76억 3천900만 원을 수령했다. 2024년에도 19년 3개월 재직한 김홍기 전 사장이 퇴직금 20억 1천만 원(보수 총액 23억 4천1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김병열·박선규·박헌영 전 임원이 각각 퇴직금 9억 7천100만 원·8억 9천200만 원·8억 7천600만 원을 챙겼다. 2024년 퇴임 임원 4명의 퇴직금 합산만 47억 4천900만 원에 달한다.
■ 적자에도 (주)LG에 수백억 배당…지주사·구광모 회장 향하는 ‘수익 체계’

더 큰 문제는 실적 악화와 무관하게 대주주인 (주)LG로 현금이 이전되는 구조적 수익 흡수 체계다. (주)LG는 LG생활건강 지분 34.7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주)LG의 지분 42.54%는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쥐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 발생한 이익은 배당을 통해 지주사로 이전되고, 최종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수익으로 귀속되는 구조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25년에도 보통주 1주당 2천 원(중간배당 1천 원 포함)의 현금 배당을 강행했다. 별도 재무제표상 흑자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적자 배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년간 배당 총액과 (주)LG의 귀속 추산액을 보면 2023년과 2024년 각각 588억 원(귀속 약 204억 원), 2025년 336억 원(귀속 약 117억 원)으로, 3년 합산 (주)LG의 배당 수령액은 약 525억 원에 이른다.
배당 외 현금 유출도 이어졌다. LG생활건강이 (주)LG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와 임차료 등 기타비용은 2024년 약 172억 원, 2025년 약 166억 원이었다. 배당금과 이를 합산하면 2024년에는 376억 원 이상이, 적자를 기록한 2025년에도 283억 원이 (주)LG로 이전됐다. 최근 2년간 배당과 기타비용을 합친 금액만 약 660억 원에 달한다.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올해 1월 LG생건 지분을 7.00%에서 5.96%로 축소하며 이탈 신호를 보냈다. 공격적인 브랜드 확장의 결과로 2025년 단종 브랜드에서만 298억 원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등 내실 경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피소 소송 건수도 2024년 15건에서 2025년 17건으로 늘었다.
미국 화장품 업체 ‘더 크렘샵’과의 지분 분쟁에서는 지난해 5월 ICC 국제중재재판소가 LG생건의 콜옵션을 유효하다고 판정하며 승소로 일단락됐다. 당초 1천446억 원까지 부풀었던 잠재 부담액을 919억 원 수준으로 낮추는 성과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선주 현 대표이사 체제에서 추진해온 유통채널 재정비와 북미 사업 다각화 전략의 영향으로 2026년 1분기 북미 매출이 35% 급증하는 등 긍정적 신호도 포착되지만, 중국 매출 회복 지연과 브랜드 경쟁력 약화는 여전한 숙제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적 악화의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과 대주주가 보상만큼은 확실히 챙기는 구조에 대해 일반 주주들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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