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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근로자 숨져도 신인도평가 감액 안돼… 대기업 특혜 여전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건폭몰이 지침’…대기업 특혜도 여전
건설노조 신고 포상 횟수 따라 감액 벌점 상쇄

국토부가 지난 9월 7일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제도 개선안이 대기업 특혜가 여전하고 건설사와 건설노동자 간 갈등을 유발하는 ‘건폭몰이 지침’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11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북구갑, 국토위)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개정안을 마련하고 9월 1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202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사업자의 상대적인 공사수행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지표로서 매년 건설업계의 순위를 보여주는 일종의 ‘성적표’이다.

시공능력평가는 공공공사에서 공사종류 등에 따라 입찰에 참여 가능한 기업 수준을 정하고, 민간공사에서 신탁사, 재건축 조합 등 시행사에서 입찰 참여 제한과 시공사 선정의 평가 근거로서 부실공사 등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번 개선안은 가시적인 신인도평가 감액 수치는 증가됐지만, 사망사고 만인율은 상시근로자 대비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건설현장 수와 상시근로자 수가 많은 대기업은 감액 벌점을 피해 갈 가능성이 높다.

적격심사에 사용되는 ‘신인도 평가’ 는 공사에 참여하는 업체에 대하여 얼마나 믿고 공사를 맡길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실제 2021년 현대건설과 태영건설은 동일하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시공능력평가(2022년)에서 상시근로자 수가 많은 현대건설은 재해율 관련한 신인도평가 감액이 안됐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태영건설은 신인도평가(공사실적액 X 5%)가 감액됐다.

HDC현대산업개발도 2021년 광주 학동 참사로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의 재해를 유발했지만 ‘시민’ 사망자는 공사현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2022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재해율 관련 신인도평가 감액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새롭게 신설된 불법행위 근절노력 항목은 건설사의 불법행위 신고 결과 포상 횟수(노조불법행위·불법하도급 등)에 따라 공사실적액에 4% 가점을 받게 된다.

포상 횟수마다 신인도평가액(공사실적액X4%)이 가액되는 방식으로 ▲부실벌점 ▲공사대금 체불 ▲불공정거래 ▲하자 ▲안전 ▲환경 등에서 받은 감액 벌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이번 개선안은 국토부가 건설사들을 앞세워 건설노조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노사 간 갈등을 유발하는 ‘건폭몰이 지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조오섭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안전·하자·임금체불·불법하도급 등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며 “시공능력평가의 근본 취지를 흐리는 비정상적인 평가항목을 바로잡아 건설현장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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