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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2차 파업 앞둔 의료연대본부 ‘보라매병원’ 인력부족 실태 폭로

서울시장 면담 촉구 기자회견 진행

22일 오전 10시 시청 앞에서 ‘보라매병원 인력부촉 해결을 위한 서울시장 면담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23일 2차 파업을 앞두고 보라매병원의 인력부족 실태를 폭로하며 사태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책임을 묻고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서울시의 책임을 강조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정부는 7차 대유행을 공식화했다. 저희는 또다시 두렵습니다. 이리가라고 하면 이리가고 저리가라고 하면 저리가고 갑자기 감염병동 갔다가 또다시 일반병동으로 가는 그런 되풀이되는 업무에 또 시달릴 것입니다. 이미 떠나간 동료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서울시에 요구합니다. 서울시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인력을 대폭 증원할 계획을 세워서 내일 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제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서울대병원분회 김혜정 부분회장은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절한 마음을 호소했다.

“‘서울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보라매병원의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지 못하고 이제 거리로 나와서 환자를 돌보기 위한 것을 얘기하기까지 서울시는 왜 아무런 역할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든 간호사들이 그리고 보라매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이제는 여기서 일하다가는 환자들을 모두 죽이겠다라고 하는 그 절박함 때문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제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당장 나와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현장 실태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보라매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안세영 부분회장은 인력이 부족해 환자보호자에게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어제 와상환자 한 분이 퇴원을 하시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셨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면회도 안되기 때문에 보호자분은 수시로 전화를 하셨고 병원에 찾아오셨습니다. 보호자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그 전화와 보호자 면담으로 다른 일들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고, 보호자에게 죄송하지만 너무 전화를 하시면 환자에게 가는 손길이 줄어든다는 얘기를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서 일하는 고경애 간호조무사는 인력부족이 환자안전에 위협이 되는 현실을 설명했다.

“보호자들은 병원에서 다해준다는 말만 믿고 환자분을 입원시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다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세수도 제대로 못해드리는 현실입니다. 치매환자와 섬망이 와서 침대를 내려오려는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과 보호자의 동의로 신체억제대를 적용합니다. 그래도 낙상환자는 발생하고, 낙상하고 이마에 찢어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낙상합니다. 30명에서 42명의 환자를 간호조무사 1인이 돌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서울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보라매병원 간호조무사 인력을 충원해주십시오”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인력충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화장실 갈 일이 생길까봐 무서워 물 한 모금조차 마실 수 없고, 불규칙한 수면 패턴 때문에 신체 여기저기서 균형이 깨집니다.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약을 달고 살고, 환자와 만날 때마다 손에 끼얹는 소독제로 인해 손등이 부르트다 못해 까져 딱지가 뒤덮이는 건 간호사에게 있어 익숙한 일입니다. 관절과 근육 이곳저곳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는 모든 간호사에게 있어 이미 일상적인 일입니다. 높은 업무 강도, 복잡한 병원 생활의 고충, 건강 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지금도 사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핵심적인 방법은 바로 인력 투입입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팀장은 “우리는 코로나19시기를 지나면서 의료역량의 핵심은 인력, 그 중에서도 간호인력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상대란 시기 정부가 발표한 병상이 허수병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은 인력이 없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은 인력충원도 없이 병원 안에서 스스로를 갈아넣으며 팬데믹을 견뎌내 왔습니다. 극한의 노동강도를 버텨내면서 코로나 확진자 진료에 투신했습니다. 팬데믹시기 병원에서 내몰린 취약계층 진료를 계속한 것도 보라매병원이었습니다. 서울시는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에게 현장에 남아달라고 애원해도 모자랄 판에 노동자들을 더 몰아붙이는 지금과 같은 인력부족 상황을 방치하지 마십시오. 어느 병원보다도 선도적인 인력배치수준으로 운영되어야 할 서울시의 공공병원의 노동환경을 이렇게 방치해온 것에 서울시는 부끄러워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당장 인력충원 방안 마련하십시오!”라고 발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후 노동조합은 서울시 시민건강국 팀장에게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보라매병원과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11월 23일 내일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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