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상속세 개편의 주요 근거로 활용해온 해외 민간 보고서의 데이터가 부정확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 가운데, 참여연대가 이를 ‘부자 대탈출’이라는 허구적 프레임에 기반한 여론 왜곡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9일 논평을 통해 대한상의가 검증 없이 사용한 통계가 상속세를 둘러싼 담론을 어떻게 왜곡해 왔는지 지적하며, 정부와 국회에 상속세 본래 목적에 맞는 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 ‘2400명 탈한국’ 주장은 허구… 국세청 자료와 17배 차이
대한상의는 앞서 영국 이민 컨설팅 업체 ‘Henley & Partners’의 보고서를 인용해 국내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그 규모가 세계 4위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 8일 임광현 국세청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고액 자산가(자산 10억 원 이상) 해외 이주 신고자는 139명에 불과했다. 이는 대한상의가 주장한 수치와 17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다. 또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비율도 고액 자산가(25%)가 전체 평균(39%)보다 낮아, 상속세 회피를 위한 대규모 이주설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러한 통계의 부실함은 국제적으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국제 NGO인 조세정의 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는 2025년 6월 발표한 「The Millionaire Exodus Myth」 보고서를 통해 해당 업체가 링크드인(LinkedIn) 등 비즈니스 포털의 정보나 비공개 샘플 데이터를 무리하게 추정해 통계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를 관측된 현실이 아닌 ‘감세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복 소비된 프레임’으로 평가하며, 국내에서 제기된 ‘상속세 공포 담론’ 역시 근거가 부족함을 명확히 했다.
■ “상속세는 기업 아닌 개인 과세”… 왜곡된 감세 논리 바로잡아야
참여연대는 대한상의가 주장해온 ‘기업 계속성 저해’나 ‘이중과세’ 논리 역시 과세 구조를 혼동한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상속세는 기업이 아닌 자산을 이전받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며, 주식 매각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지분 구조의 변화일 뿐 기업의 존속 문제와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또한 소득세와 상속세는 과세 대상과 시점이 다른 만큼 이중과세 규정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명목 최고세율은 높지만 각종 공제와 가업상속공제(최대 600억 원) 등을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낮은 편이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상속세를 기업 경영의 문제로 왜곡하며 감세를 추진해 왔다”며 “상속세는 자산 불평등을 조정하는 보완적 장치인 만큼, 이제는 허구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본래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태원 회장 사과와 재발 방지 지시… 대통령 “민주주의 적” 엄중 문책
사태가 확산되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7일 “책임 있는 기관인 만큼 면밀히 데이터를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대한상의에 지시했다. 이에 대한상의는 같은 날 사과문을 내고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실관계 및 통계의 정확성을 충실히 검증하고 내부 시스템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과는 정치권의 강한 비판 속에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관련 언론사 칼럼을 공유하며 “법률에 의한 공식 단체인 대한상의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강조하며 강력한 대응 의사를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