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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복지국가에서 배우는 현대중공업 사태의 올바른 해결 방안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최근 언론에는 송철호 울산 시장이 현대 중공업의 물적 분할에 반대해서 삭발하는 사진이 나오더니, 지난주에는 거제시에서 대우해양조선의 노조원들이 ‘실사 저지’를 외치며 몸에 쇠사슬을 묶고 출입구를 막는 사진이 보였다. 해당 기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울산과 거제를 넘어 인접한 부산, 창원 그리고 경남 지역주민들까지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으므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한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워낙 거대한 사업장이다 보니, 대한민국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서 우리 모두 숨을 죽이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하고 불안하다.

현대중공업 사태의 원인과 경과

조선 산업이 어려워 진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 원인도 국제적 경기 침체로 선박 발주가 줄어든 것과 국내 인건비의 상승으로 중국을 넘어 인도와 동남아의 값싼 조선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에서 뒤쳐진 것, 세계 1등부터 5등까지 싹쓸이 하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저가로 수주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여 온 것, 그리고 조선 산업을 주도해왔던 특정 재벌들의 경영과 소유의 문제점 등이 겹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됐어야 할 기업 구조조정을 ‘시장이 최선’이라고 방치해두고 있다가 일을 키워서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조선 산업이 어려워지자, 이미 STX와 소규모 조선소들은 문을 닫거나 외국에 팔렸고 기업들이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고 구조조정을 해 왔다. 현대중공업도 위기 타계 전략으로 2016년도에 분사 카드를 내놓았다. 거대한 몸집을 6개로 나눠 조선 부문과 비조선 사업 부문을 분리해 각각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구조조정이 추진됐던 것이다. 우선, 전기전자는 현대일렉트릭 앤 에너지로, 건설장비는 현대건설기계로, 그리고 로봇산업은 현대로보틱스 등으로 분할하고,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엔진 부분을 묶어 존속법인 현대중공업으로 독립시키는 등 4개의 사업부를 수평적 형태의 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그 일환으로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주도해서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KOSE)을 두고, 그 아래네 지금 울산에 있는 선박 제조 부분인 현대중공업과 현대 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그리고 기업 결합 승인 후엔 대우조선해양까지 실제로 선박을 만드는 4개의 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노조는 물적 분할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주총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5일간 점거하면서 강력히 반발했고, 현대중공업 측은 주총 당일인 6월 3일 노조의 반발로 주총 장소 진입이 불가능하자 장소를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해서 주총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기물 파손과 폭력으로 인해 양쪽의 고소 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주주총회에서 법인 분할을 의결한 현대중공업은 대우해양조선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절차의 하나로 각종 설비 등 유형 자산의 현황과 작업 공정률 등 자산과 시설을 파악해야 했다. 이를 위해 대우해양조선을 방문한 실사단의 출입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대우해양조선 노조와 지역주민들이 온몸으로 저지하는 반대 투쟁을 벌였다.

물적 분할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대우해양조선을 현대중공업으로 합병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하니, 단일 기업으로는 회사가 너무 커져서 국제적으로 특정 업체가 한 산업분야에 과도한 점유율을 가지는 경우 소위 말하는 ‘공정거래법’과 같은 해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 저촉이 될 우려가 있어 현대중공업을 분사를 통해 기업의 크기를 줄여야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역으로 한국해양조선으로 합병되면 21.2%의 시장 점유율이 되면서 법인 분할을 해도 기업결합심사 통과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립과 갈등의 주요 내용

지금의 사태는 모두 조선 산업을 구조조정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노조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노조의 주장은 법인 분할을 할 경우 울산에 남게 되는 선박 제조 회사인 현대중공업이 부실해진다는 것이다. 법인 분할 후 알짜 자산과 현금은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가고 현대중공업은 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이다. 분할 후 한국조선해양 자산은 11조3천억 원, 부채는 1,600억 원으로 부채가 거의 없게 되는데 비해, 울산에 남게 되는 현대중공업 자산은 13조2천억 원, 부채가 7조 원으로 대부분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 즉 분할 전 부채비율이 62.1%인 상황에서 향후 한국해양조선의 부채비율은 1.5%로 낮아지고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115.8%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측과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달리 설명한다. 즉, 현대중공업의 부채 7조 원 중 3조1천억 원은 선수금과 충당부채인데, 선수금은 선박 수주 시 받는 일종의 계약금으로 회계 상의 부채로 분류될 뿐이지 실제로는 현금 형태이며, 충당부채 역시 선박 인수 거부 등 혹시 모를 부실에 대비해 쌓아둔 것이므로 아무 문제없이 공정이 진행되면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중공업의 실제 부채는 4조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사측과 산업은행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법인 분할 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중복 업무가 통합될 것이고, 불필요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알짜배기인 지주회사와 분할되면서 부채를 떠안게 되면, 기존의 근로조건과 성과급, 그리고 복리후생 등이 악화될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타타자동차에 인수되었던 쌍용자동차나, GM에 인수되었던 군산 대우자동차 등의 사례로 볼 때, 기존의 지적 재산권과 상표권 등이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넘어가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이는 곧 직원들의 임금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분사로 ‘현대중공업 터보기계’ 분사에 이어 지게차 부문, 태양광사업 부문, 로봇사업 부문 등 총 3개 부문의 분사를 추진했을 때도 노조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고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분사를 반대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으로 손꼽히는 ‘현대중공업 직원’ 신분에서 ‘자회사’ 직원이나 ‘관계사 직원’ 신분으로 바뀔 경우 연봉이나 처우 등에서 변화 혹은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역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우려도 노조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울산에서 가장 큰 기업의 하나인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되면, 서울에 본사를 둔 한국조선해양이 실질적으로 본사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서 울산은 단지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밖에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울산 지역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중공업 직원과 가족 그리고 관계 회사의 근로자들이 울산 시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물적 분할에 따른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는 울산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소 조선소의 폐업으로 지역경제가 주저앉은 전북 군산과 경남 고성의 사례를 볼 때,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개연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울산에서는 민주당 출신의 송철호 시장이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을 막기 위해 삭발 투쟁을 하고 있고, 다수가 자유한국당인 지역 국회의원들이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과 본사 이전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절대성을 주장하고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산업은행이 지역과 산업을 고려하는 등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하면서 산업은행이 주채권자로서의 역할보다도 지역 경제를 고려한 역할을 해 달라는 기존의 입장과 다른 주장을 했다. 심지어 현대중공업의 제2대 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이 주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동조하는 정치인도 나오고 있다.

복지국가에서 배우는 바람직한 산업 구조조정 방안들

우선 현안으로 떠올랐고, 지역 주민과 노동조합의 반대로 법인 분할이나 인수합병 등의 과정이 차질을 빗게 되었기 때문에 당장 급해진 사측과 노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정치인들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굳이 서울로 이전하지 않아도 되도록 중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울산과 거제에 걸쳐 진행되는 현대중공업의 갈등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봉합해도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5대 산업으로 손꼽히던 조선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통신과 반도체, 제철과 철광, 정유와 유기화학 산업 등이 모두 정도와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기를 맞고 있고, 변화의 전환점에 서 있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중공업 사태는 이런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첫째,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조선업의 세계적인 메카였던 스웨덴 말뫼시의 경험이다. 스웨덴의 말뫼는 그 나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데, 우리나라의 울산과 거제를 합한 정도의 최대 조선 산업 도시였다. 12세기부터 오랫동안 항구 도시로 명성을 이어가던 곳이었으나 1990년대 조선업이 쇠락하면서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인 코쿰스가 문을 닫게 되었다. 당시 말뫼의 상징이었던 골리앗 크레인이 2003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리게 되자, 골리앗 크레인이 한국으로 실려 가던 날 많은 말뫼 시민들이 그 장면을 눈물로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스웨덴 정부와 말뫼시는 조선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낮아지자, 회사가 도산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지난한 협상과정을 통해 노-사-정 합의를 이루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나서 말뫼를 상징하던 골리앗 크레인 자리에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자리 잡게 되었고, 과거 대형 조선소가 있었던 장소에는 현재 의학, 바이오, 정보기술(IT) 분야에 걸친 여러 첨단기술 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과학, 기술, 연구, 학술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말뫼는 더 이상 낙후되고 녹슨 조선 산업의 유적지가 아니다. 이제 아름다운 수변 공간, 친환경적 주거단지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FP)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등 최첨단 연구 중심의 쾌적한 도시로 발전했다.

당시 근로자들에게는 해고된 후에도 평소 받던 임금의 80%를 2년 동안 지급됐고, 자녀들의 교육이나 부모님 돌봄과 지역 주민들의 노후소득 보장, 그리고 해고된 근로자들의 재취업과 재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졌기 때문이다. 즉, 말뫼가 이렇게 변화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들 간의 성실한 협상 노력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스웨덴의 복지국가 정책이 뒷받침을 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망하는 것이 당연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버티기와 정부의 수혈 정책으로 좀비 기업으로 살아남아 연명을 하게 되면, 그 만큼 산업적 대응이 느려지고, 경제적 비효율이 누적되게 된다. 좀비 기업의 의미 없는 연명을 위해 국가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추락한다는 것인데,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를 통해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노후소득 보장과 각종 돌봄, 그리고 일자리까지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럴 때라야 산업과 기업에 대한 즉시의 구조조정이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혁신적 경제성장과 함께 노동생산성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자본이 손해를 보는 것이지,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어도 노동자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유능한 경영자들이 새로운 산업과 분야로 옮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합리적인 변화와 효율적인 선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런 복지국가 시스템이 유리하다는 것을 자본가들도 알아야 한다.
 
둘째, 노동자와 지역 사회의 입장에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구조를 만들었던 독일 폭스바겐의 사례이다. 폭스바겐은 독일의 니더작센 주의 폭스버르크 시에 있는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다. 폭스바겐의 승용차 계열은 지주회사 및 대중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Volkswagen)을 중심으로 영국의 벤틀리(Bentley), 프랑스의 부가티(Bugatti), 그리고 폭스바겐의 형제 기업이었던 포르쉐(Porsche)가 포함되어 있다. 폭스바겐의 상용차 계열에는 폭스바겐 상용차(Volkswagen Nutzfahrzeuge, VWN)와 스웨덴의 만(Man) 자동차, 그리고 덤프트럭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스카니아(Scania), 그리고 독일의 아우디(Audi)와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Lamborghini)도 폭스바겐 소속이다.

그런데 거대한 폭스바겐 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니더작센 주에는 폭스바겐 자동차 회사의 주식을 일정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사는 설립자인 포르쉐-피에히 가문에서 주식의 50%를 가지고 있지만, 소재지인 니더작센 주에서 2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준 공기업이다.

폭스버르크 시민들의 다수가 폭스바겐 자동차 회사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고 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니더작센 주의 주력 산업이 자동차 산업과 관련 산업들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따라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법제화하고 있는 독일 연방법에 더해, 2중 안전장치의 하나로 주 정부가 자동차 회사의 주식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분사나 이전, 해외 공장 건설 등이 지역 경제와 지역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노동자의 경영 참여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경영 참여가 보장되도록 지배구조를 통해 법적인 뒷받침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주식의 약 10%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는 국민연금 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들이다. 우리나라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독일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국민연금이 가진 지분을 일정 정도 울산시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우해양조선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투입한 10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은 국민들이 낸 세금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산업은행이 가진 채권을 거제시가 매입하거나, 경상남도에서 일정 부분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 출자하는 방법을 통해 대우해양조선의 합리적인 발전과 거제 시민들의 삶이 같이 보장되고, 조선 산업의 합리화를 통한 중장기적인 생존 보장과 지역 경제의 발전이 상호 연동되는 방법도 중장기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기존의 주력 5대 산업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기존의 산업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정리하면서 새로운 바이오나 의약산업 등을 육성하는 전략이 부분별로 모색돼야 하겠지만, 그런 변화가 가능하기 위한 기업지배 구조의 변화와 정부 시스템의 변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기업을 자유로운 시장에 방치해 두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경제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미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거대 주력 산업에 정부 차원의 개입이나 지분 참여 등 복지국가의 입장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또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세계 경제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산업은 언제나 변화될 수 있고, 또 적절하게 변화돼야 한다. 산업 구조조정은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의 결과로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산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기존의 업체가 문을 닫는 곳도 생기고 근로자들이 해고되는 문제도 발생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고가 곧 살인”이 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신기술의 도입이나 산업과 기업의 합리적 구조조정조차 불가능하다. 이제 복지국가는 산업 발전의 측면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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