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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관계자들이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쳤다.
사회·경제

김충현 노동자 산재 사망, 발전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 폐지” 총력 투쟁 예고

2025년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관계자들이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쳤다.
2025년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관계자들이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쳤다.

9일,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가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향후 강력한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죽음의 발전소, 이제는 끝장내자!’라는 절규와 같은 구호 아래 진행되었으며, 김충현 노동자의 희생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구조적 비극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는 2018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 반복되는 죽음의 그림자, 태안화력발전소

지난 6월 2일, 태안화력 기계공작실에서 홀로 작업하던 고 김충현 노동자는 회전체 기계에 끼이는 비극적인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현장의 외주화된 작업 구조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됐다.

■ 위험의 외주화, 바뀌지 않은 현실

강성규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여는 발언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수많은 안전 약속이 있었음에도, 발전소 현장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위험천만한 업무는 여전히 하청 업체에 맡겨져 있었고, 인력 충원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홀로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 김충현 노동자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희생되었음을 강조하며, 더 이상 죽음을 방치할 수 없기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늘부로 총파업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올여름 전력 피크 시기에 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싸울 것이며, 공공운수노조 25만 조합원도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 다단계 하청 구조 속 희생된 동료

투쟁 발언에 나선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 지회장은 고 김충현 동지가 자신의 직장 동료이자 구조적인 외주화의 명백한 희생자임을 역설했다. 한전KPS가 다단계 하청 구조를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을 지휘하고 통제하면서도 법적인 책임은 교묘하게 회피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1년 단위 계약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 속에서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으며, 근속도 인정받지 못하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신입’ 취급을 받는 부당한 현실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김 지회장은 이미 관련 증거들을 확보했으며, 이번 사망 사고를 계기로 법적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히며 더 이상 비정규직의 희생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 생존을 위한 투쟁, 존엄한 노동의 권리

송상표 금화PSC지부장은 “오늘도 무사히”라는 짧은 인사말이 이토록 간절하고 슬픈 기도가 될 줄 미처 몰랐다고 비감하게 말했다. 그는 김충현 동지 역시 고 김용균 노동자처럼 홀로 작업하다가 구조 요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왜 유독 비정규직만이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심지어 죽음마저 하청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발전소가 더 이상 생계를 위한 터전이 아니라 생존을 건 전쟁터가 되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전기를 생산하지만, 그 전기가 노동자의 피와 희생으로 만들어져서는 결코 안 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존엄하게 일할 권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발전 비정규직의 강력한 요구사항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음의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정부와 관련 기관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첫째, 고 김충현 동지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둘째, 한전KPS와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셋째, 위험 작업에 대한 2인 1조 작업 의무화와 안전 장비 전면 설치를 요구했다. 넷째, 하청 비정규직을 포함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및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총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 여름 전력 피크기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올여름 전력 피크 시기에 맞춰 전국적인 공동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는 향후 유가족과 함께 ‘故 김충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끝까지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6년 전 고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 사항이 아직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지적하며,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대정부 요구안에는 고 김용균 특조위의 ‘죽음의 외주화 중단’ 약속 이행, 한전산업개발의 공공기관화 추진, 발전소 폐쇄 시 전원 고용 보장과 지역사회 붕괴 방지를 위한 수의계약 도입, 그리고 폐쇄 발전소 노동자 우선 고용을 위한 정책 명문화 등 총 8가지 세부 요구가 명시됐다.

발전비정규직연대는 이번 투쟁이 더 이상 비정규직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결단이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외침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발전소가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로 거듭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싸워나가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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