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 29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들 노동자의 복직 요구 집회에서 발생한 이른바 ‘구사대 폭력’과 관련해서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아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울산동부지청은 현대차가 파견근로자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폐업한 사내하청업체 이수기업의 해고 노동자 29명 전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노동부가 문제 삼은 것은 현대차가 이수기업과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법에서 정한 파견근로 형태로 노동자들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현대차 공장에서 수출용 차량을 옮기는 업무 등을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24년 5월과 7월 두 차례 판결에서 해당 업무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차량 이송 업무가 자동차 생산공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였다. 일부 노동자는 판결에 따라 현대차에 직접 고용됐지만, 이번 시정지시 대상인 해고 노동자 29명의 고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2024년 9월 30일 해고됐다. 노동계는 현대차가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해 온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해고한 데 이어 복직 요구 집회까지 물리력으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3월 13일과 4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폭행당하고 천막 등 집회 물품을 빼앗겼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현대차 보안운영팀 소속 직원들이 동원됐으며, 이러한 행위가 우발적인 충돌이 아닌 조직적인 집회 방해였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시민 1,120명은 지난해 10월 현대차의 파견법·노동조합법·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며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다. 노동부는 올해 2월 감독에 착수했고, 조사 기간을 연장한 끝에 지난 10월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다.
■ 불법파견은 인정, 부당노동행위는 불인정…민변 반발
문제는 노동조합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수기업이 폐업해 해고자들이 더 이상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대차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란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거나 노조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노동부는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 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노조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민변은 이 같은 판단에 반발했다. 2021년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따라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이수기업 해고자들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이어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지위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에 직접고용 시정지시 이행을, 노동부에는 구사대 폭력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안미숙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 대표는 현대차가 오는 11월 12일까지 해고자 29명을 조건 없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은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도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인정하기까지 장기간 감독을 지연한 데다 부당노동행위 판단에서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직접고용 시정지시와 관련해 시정지시서를 분석한 뒤 내부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오는 11월 12일까지 해고 노동자 29명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할지가 우선적인 쟁점이다. 이와 별개로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판단에 대해 민변과 노동계가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집회 방해 및 폭력 의혹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