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이사회 의장 셀프 겸직’에 제동을 건 가운데, 대표이사도 아닌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OK캐피탈 이사회 의장을 쥐고 있는 사례가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전날 발표한 대형 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결과와 각 사 공시를 종합한 결과,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등이 CEO 또는 오너 자격으로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스스로 약화시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OK캐피탈은 대표이사가 아닌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2024년 12월 OK캐피탈 기타비상무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한 그룹 총수(동일인)로, 회사 대표직은 맡지 않으면서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이끌고 있어 권한에 견줘 책임이 모호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최 회장은 의장을 맡고도 지난해 이사회 의결에 상당수 불참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이 바뀔 때마다 산정된 그의 출석률은 구간별로 67%, 8%, 91%로 들쭉날쭉했고, 특히 지난해 3∼7월 구간에는 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다른 이사들이 대부분 100% 안팎의 출석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미리 지정해 두는 제도다. 사고가 터졌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를 사전에 가릴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은행권은 2024년, 대형 금융투자사·보험사는 지난해 각각 도입됐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여전사와 7천억원 이상 저축은행으로 적용 대상이 넓어진다.
다음 달 도입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여전사 24곳과 7천억원 이상 저축은행 33곳 등 57곳으로, 이 가운데 91%에 해당하는 22개 여전사와 30개 저축은행 등 52곳이 시범운영에 참여했다. 금감원은 이들이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분석해 사전 컨설팅을 마쳤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 경영관리 임원에 대한 책무 쏠림 ▲ 금융영업 관련 책무의 중복·누락 ▲ 책무구조도 기재 미흡 ▲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등이 주요 미흡 사항으로 꼽혔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CEO의 의장 겸직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선임할 때는 그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주요 금융지주가 이미 법 취지에 맞춰 CEO와 의장을 분리한 것과 달리 카드·캐피탈·저축은행 업권에서는 겸직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기구인 만큼 CEO가 의장까지 맡으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표적 겸직 사례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거론된다. 정 부회장은 2003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장기간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아 왔으며, 현대카드는 올해 3월 이사회에서 책무구조도를 승인하면서도 같은 날 정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다시 선임했다.
이 밖에 앞서 일부 언론은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가 지난해 취임과 함께 의장직을 겸했고, 김영우 BC카드 대표와 정상호 롯데카드 대표, 한국투자저축은행 전찬우 대표, OK저축은행 정길호 대표 등도 CEO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지난해까지 유지하던 겸직 체제를 올해 폐지하고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주주가 의장을 맡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오너이자 최대주주(지분 20.7%)로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으며,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의장직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투자·보험사 시범운영 당시에도 겸직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런 관행이 업계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책무가 특정 임원에게 과도하게 몰린 사례도 적발됐다. 한 회사의 경영관리부서장은 본업인 인사·보수 업무 외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내부회계관리, 자금 대출 등 금융영업까지 떠안아 모두 19개의 고유 책무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임원에게 유사한 여신심사·자금대출 책무를 나눠 주면서 임원별 책임 범위를 구분하기 어렵게 적거나 일부 책무를 누락한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임원의 전문성과 책무 간 관련성,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따져 책무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배분하고, CEO와 의장 겸직 시에는 이해상충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컨설팅 결과를 받은 금융사들은 다음 달 2일까지 개선된 책무구조도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제도의 실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금융사 부담을 덜어주되 고위경영진의 책임 강화 방안을 모색해 제도 안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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