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이 정용진 이마트 회장 개인의 위기를 넘어 신세계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문제로 번지고 있다. 불매운동과 주가 급락이 이마트를 직격하는 사이,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쌓아올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은 계열 리스크에 묻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에서는 ‘남매 독립경영’ 선언 1년 반 만에 터진 이번 사태가 사실상의 분리경영을 넘어 법적 계열분리를 앞당기는 결정적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완전한 법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이마트와 ㈜신세계 법인 간 상호 지분율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상장사 기준으로 상호 출자 지분율이 3% 미만이 되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법인을 동일 기업집단에서 제외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28.85%를,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29.17%(2026년 3월 자사주 소각 후 기준)를 각각 보유하며 사실상 독립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계열 고리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 ‘3%’ 고리가 끊기지 않는 한, 한 쪽의 리스크는 다른 쪽으로 전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매출 3.9배 이마트 제친 백화점…㈜신세계 주주들 ‘브랜드 훼손’ 계열분리 압박
㈜신세계의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978억원으로 전년 동기(1,323억원) 대비 49.5% 급증,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10.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연결 영업이익은 1,783억원(영업이익률 2.5%)으로, 매출 규모(7조1,234억원)가 신세계(1조8,471억원)의 3.9배임에도 이익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이마트 할인점 본업은 전년 동기 대비 11.9% 개선세를 보였다. 문제는 계열사 투자 손실이다. 이마트의 1분기 지분법손익은 전년 동기 +114억원에서 올해 -414억원으로 528억원 급전직하했다. G마켓·SSG닷컴 등 정용진 회장이 주도한 대형 투자들이 여전히 연결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탱크데이 사태가 터지기 나흘 전인 5월 14일 이뤄진 이마트 이사회 결정이다. 스타벅스 불매 여파와도 무관하게, 이마트는 부실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에 총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이미 이사회에서 결의한 상태였다. 현금 2,400억원에 이마트 명일점 토지·건물 현물 2,600억원을 더한 규모다.
현금 납입은 6월 25일, 명일점 현물 납입은 8월 24일 예정이다. 이마트의 알짜 점포 자산이 부실 계열사를 살리는 ‘방패’로 동원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사채를 기초로 설립된 SPV(에스이엔씨피닉스 1~4차)에 대해 사모사채 6,500억원의 자금보충의무도 별도로 부담하고 있다.
탱크데이 이후 스타벅스 주간 결제액은 321억원에서 236억원으로 26.3% 급감했고, 이마트 주가는 5월 15일 이후 한 주 만에 10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25% 가까이 내려앉았다. 정용진 회장이 오너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 입을 다문 채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 날에는 주가가 5% 추가 하락했다. 증권가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이유로 이마트 목표주가를 기존 16만7,000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세계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마트 부문과의 조속한 선 긋기 없이는 백화점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이 오빠 경영의 부실 처리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연 717억 스타벅스 배당 흔들…리스크 공고화하는 신세계푸드 합병 ‘7월 강행’
이마트에 스타벅스는 단순 자회사가 아니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67.5%를 보유, 연간 약 717억원의 배당을 수취해온 핵심 캐시카우다. 지난해 이마트가 수취한 전체 배당금 1,412억원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이 스타벅스에서 나온 셈이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이 수익 기반이 직접 흔들린다. 더 심각한 것은 오는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스타벅스 선불카드 전액 환불이다. 스타벅스가 보유한 선불카드 선수금은 4,276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 중 상당액이 추가로 유출될 전망이어서 배당 재원 훼손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외부 논란과 별개로 구조 개편 일정이 예정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마트는 탱크데이 사태 직후인 5월 21일 신세계푸드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일을 오는 7월 23일로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이 3월과 4월 두 차례 “이사 충실의무 위반 소지”를 이유로 정정신고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지만 일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교환비율은 이마트 보통주 1주당 신세계푸드 0.5031313주다.
역설은 여기서 생긴다. 신세계푸드의 스타벅스코리아 납품 규모는 연간 2,135억원으로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1조2,332억원)의 약 17%에 해당한다. 신세계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끌어안을수록 스타벅스 불매 리스크가 이마트 연결 재무제표에 더 촘촘히 박히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불매 여파가 장기화되면 신세계푸드 실적 악화가 이마트 연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경로가 더 강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가 오너 리스크와 불매 여파로 흔들리는 사이, ㈜신세계는 재무 방어에 들어갔다. 탱크데이 논란 이튿날인 5월 19일 채무증권 발행 절차를 개시했고,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나온 5월 26일 3,400억원 규모의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 채무 상환을 위한 차환이지만, 계열 전반의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백화점 부문이 이마트발 리스크와 선을 긋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적 계열분리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SSG닷컴(외부 투자자 올림푸스제일차 지분 30%, 관련 파생상품부채 1,221억원)을 비롯해 신세계의정부역사 등 이마트·㈜신세계가 공동 출자한 계열사 구조를 모두 풀어야 한다. 신세계건설 수혈과 불매 여파로 이마트 재무 여력이 쪼그라든 지금, 그 실탄이 남아 있느냐는 물음표가 오히려 계열분리 시계를 늦출 변수다.
이번 탱크데이 사태가 ‘경영 분리’를 ‘지분 3% 청산’으로 전환하라는 압력을 얼마나 높였는지, 7월 23일 신세계푸드 주식교환 완료 이후 두 남매의 다음 행보가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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