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현금 511억으로 급감… 현금은 마르는데 배당은 인상
‘오너 일가 사촌 김선희 부회장 체제’ 영업현금 32% 오너·지주사 유출
매일유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실질적인 현금이 최근 3년 만에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 악화 속에서도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지주사와 계열사로 흘러 들어가는 수수료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자회사의 고혈을 짜내 지주사를 배불리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CFO를 거쳐 2014년부터 대표이사(부회장)로 12년째 경영을 총괄하며 지주사 수수료 구조와 계열사 거래 체계를 설계·운영해온 인물이 바로 김선희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해 최상위 지배기업인 매일홀딩스에 ‘판매 및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109억 원을 지급했다. 2025년 매일유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511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으로 번 현금의 약 21%가 고스란히 지주사 수수료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 수수료의 성격은 공시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매출액 연동 여부 등 산출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외부에서 적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통상 브랜드 사용료나 경영관리 서비스 명목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구체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023년 1,511억 원에서 2025년 511억 원으로 급감하는 동안, 지주사로 향하는 수수료 구조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 영업현금 66% 급감에도 오너 계열사 수수료 446억 원 ‘고수’
현금 유출은 지주사에 그치지 않는다. 물류를 담당하는 특수관계사 제이피로지스틱스에 2025년 한 해 237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 회사의 오너 관계다.
제이피로지스틱스는 매일유업 창업주 고(故) 김복용 회장의 장녀이자 현 오너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여동생인 김진희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매일유업이 물류를 오너 일가 직계가 운영하는 회사에 외주화하고 연간 237억 원을 지급하는 구조인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엠즈파트너스에 69억 원, 엠즈푸드시스템에 31억 원 등 오너 계열사로 향하는 수수료성 지급을 모두 합산하면 연간 446억 원을 웃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511억 원의 87%에 달하는 규모다.
더 자극적인 숫자는 배당이다. 매일유업은 2025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1,300원을 결정했다. 전년(1,250원)보다 50원, 4% 인상이다. 배당 총액은 95억 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023년 대비 66% 쪼그라드는 동안 배당은 오히려 늘린 것이다. 2023년에는 영업현금 대비 배당 비중이 5.7%였으나, 2025년에는 18.6%로 3배 이상 높아졌다.
배당 총액 95억 원 중 최대주주 매일홀딩스의 몫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31.79%를 적용하면 약 30억 원이다. 수수료 109억 원에 이를 더하면 매일유업에서 매일홀딩스로 직접 흘러 들어가는 현금은 연간 약 139억 원, 영업현금의 27%에 달한다.
범위를 넓히면 수치는 더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오너 일가와 관련 재단 등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은 57.53%로, 이들이 가져가는 배당만 약 55억 원에 달한다. 지주사 수수료 109억 원과 합산하면, 영업으로 번 현금 511억 원 중 약 164억 원, 즉 32%가 오너 일가와 지주사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 직원 1인당 자사주 50만 vs 김선희 RSU 6.56억… ‘불편한 보상 격차’
이처럼 현금이 계열사로 빠져나가는 와중에 회사 내부 보상 구조를 들여다보면 불편한 대비가 드러난다.
회사는 2025년 임금동결을 결정하면서 일반 직원 1,915명에게 현금 대신 자사주 28,725주를 위로금으로 나눠줬다. 1인당 평균 15주 수준이다. 주가로 환산하면 1인당 50만 원 안팎의 주식을 받은 셈으로, 이마저도 당장 팔 수 있는 현금이 아니다.
반면 김선희 대표이사(부회장)의 2025년 보수 총액은 18억 5,800만 원이다. 급여 12억 원에 성과 상여 6억 5,600만 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여기서 핵심은 상여금 지급 방식이다. 이 상여금은 현금이 아니라 RSU, 즉 회사 자사주로 지급됐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란 말 그대로 일정 기간 팔지 못하는 조건이 붙은 주식인데, 매일유업의 경우 지급 후 3년간 매각이 금지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지출 없이 임원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즉 직원도, 경영진도 모두 ‘주식’을 받았지만 그 무게는 천지 차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전년과의 비교다. 공시에 따르면 김선희 부회장의 2024년 보수 총액은 27억 7,900만 원이었다. 그중 RSU 상여만 15억 7,600만 원에 달했다. 2025년 보수가 18억 6,000만 원으로 줄어든 것은 RSU 상여가 6억 5,600만 원으로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7% 감소한 결과가 성과 연동 상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급여 자체는 두 해 모두 월 1억 원(연 12억 원)으로 동결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직원에게는 임금동결을 통보하면서, 부회장 급여는 손대지 않은 것이다.
이 구조의 중심에 있는 김선희 부회장은 매일유업 창업주 고(故) 김복용 회장의 장남인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창업주 일가 방계 혈족으로, 오너 일가로 분류된다.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MBA를 마친 뒤 BNP파리바, UBS 등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장 전무로 영입됐다. 2014년 국내 유가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선임된 뒤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재까지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지금의 지주사 수수료 구조와 계열사 거래 체계가 형성·유지된 시기는 사실상 김 부회장의 재임 기간과 겹친다. CFO 출신으로 재무 구조를 직접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그 구조의 수혜를 동시에 받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이 늘어났지만 내막은 복잡하다. 배당 총액의 57% 이상이 오너 일가와 관련 재단 등 특수관계인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에서, 소액주주에게 돌아오는 실질 환원 효과는 제한적이다. 회사 현금이 줄어드는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의 배당 수준이 지속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현금흐름이 계속 악화된다면 자본지출 여력이 먼저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본업인 유가공 부문 영업이익은 2023년 588억 원에서 2025년 396억 원으로, 2년 만에 32.6% 급감했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연결 기준) 영업이익률도 4.1%에서 3.3%로 내려앉아, 본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전사 수익성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오너 일가·지주사 방향 유출 비율이 영업현금의 30%를 넘어선 가운데, 매일유업의 미래 투자 여력은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