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회장 임금 인상분 약 1천만 원 거부, 변호사 5인 선임 3년 8개월 5심 소송… 비용 전액 회사 부담
최대주주 김병관 전 의원, 소송 기간 이사직 없이 배당만 약 162억 원 수령 추정
게임업계 중견기업 웹젠(대표이사 김태영)이 노동조합 지회장의 임금 인상분과 인센티브 지급을 둘러싼 분쟁을 지방노동위원회부터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5단계 모두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고, 소송비용도 전액 회사 부담으로 확정됐다.
그 사이 김태영 대표를 포함한 사내이사 3인(김태영·김난희·연보흠)은 2022~2025년 보수로 약 36억 원을 수령했고, 스톡옵션 공정가치 약 54억8,000만 원이 비용으로 계상됐다.
최대주주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기간 배당으로만 약 162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 ‘임금 1,000만 원’ 두고 3년 8개월 사투… 대법원, 부당노동행위 최종 확정
7일 본지가 입수한 1·2·3심 판결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는 지난 4월 30일 웹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상고비용도 전액 웹젠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21년 4월 설립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조합원 약 60~70명)로 거슬러 올라간다. 웹젠은 2021년 11월 단체협약을, 2022년 6월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 제11조 제3항은 근로시간면제자(풀타임 노조 전임자)의 인센티브·연봉 인상액을 ‘조합원의 전체 평균(조합원 총액/조합원 수)’으로 산정하도록 명시했다.
문제는 노사 갈등으로 조합원들이 체크오프(조합비 일괄공제) 동의를 꺼리면서 시작됐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상 민감정보로, 개별 동의 없이 조합원 명단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노영호 지회장은 2022년 8월 9일 웹젠 담당 팀장에게 ▲직원 전체 평균 적용 ▲동일근속 동일직종 평균 적용 ▲노조 실태조사 결과(조합원 평균) 적용 등 세 가지 대안을 공식 제시했다.
웹젠 측은 이틀 뒤인 8월 11일 세 가지 방안을 모두 거부했고, 2023년 5월 동의 조합원 24명의 명단이 추가 제출됐을 때도 “전체 명단이 아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22·2023년 임금 인상분과 인센티브 지급이 1년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웹젠 측의 논리는 단체협약이 정한 산정 방식을 지키려면 명단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달리 봤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실현이 어려운 방안을 지속 요구하며 오랜 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용자의 불이익 취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 서울고등법원도 노조가 제시한 세 가지 대안을 “합리성이 있는 대안이었다”고 인정했다.
주목할 점은 웹젠이 별도 형사 절차에서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아 이를 행정소송에서 정당성 근거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검찰이 불기소한 것은 형사소추 기준이 행정절차보다 엄격하기 때문이며, 임금 미지급 행위가 불이익 취급에 해당한다는 점은 검찰도 인정했다”며 이를 배척했다.
사건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2023년 10월) → 중앙노동위원회(2024년 2월) → 서울행정법원(2025년 1월) → 서울고등법원(2025년 12월) → 대법원(2026년 4월)으로 이어진 5단계 모두에서 웹젠의 패소로 끝났다. 앞의 두 단계는 행정심판 절차이고, 뒤의 세 단계는 웹젠이 직접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 겸 IT위원장은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납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자금이 아닌 공적인 회사 자산을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 대법원 패소한 날 자기주식 소각 기준일… 결과적으로 김병관 지배력 강화
웹젠은 행정소송 1·2심에 변호사 4인, 대법원에는 5인의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3년 8개월의 쟁송을 이어갔다. 1·2·3심 재판부 모두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웹젠)가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인 소송비용 금액은 소송비용 확정 절차를 통해 별도로 결정되며, 현재 사업보고서에는 별도 항목으로 공시되어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분쟁이 이어진 2022~2025년 김태영 대표이사(지분율 0.45%, 157,262주)를 포함한 사내이사 3인(김태영·김난희·연보흠)은 보수로 약 36억 원을 수령했고, 스톡옵션 공정가치는 약 54억 8,000만 원이 비용으로 계상됐다.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김태영 대표에게 행사가 1만7,500원의 스톡옵션 10만 주, 김난희·연보흠 이사에게 각각 5만 주씩 총 20만 주가 추가 부여됐다.
김태영 대표는 같은 기간 배당으로 약 2억6,263만 원을 추가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내이사 김난희(지분율 0.03%, 10,400주)의 배당 추정액은 약 1,737만 원이다. 최대주주 김병관(지분율 28.61%, 9,900,791주)은 소송 기간 대부분 이사직 없이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배당으로만 약 162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법원이 4월 30일 웹젠의 부당노동행위를 최종 확정한 같은 날 웹젠은 자기주식 소각 기준일로 설정했다. 앞서 웹젠은 2월 11일 이사회 결의와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자기주식 3,634,309주 소각을 결정했으며, 감자는 5월 4일 완료됐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총수는 34,600,884주에서 30,966,575주로 감소했다.
자기주식 소각으로 전체 주주의 지분가치는 높아졌지만, 최대주주 김병관 전 의원의 지배력 역시 강화됐다. 보유 주식 수 변동 없이 김 전 의원의 지분율은 기존 28.61%에서 감자 완료 후 약 31.97%로 상승하게 된다. 부당노동행위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날과 최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기준일이 겹친 것이다.
노조 측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법원이 이를 확정한 이번 사건은 기업의 ESG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세우면서도 정당한 노동 처우를 두고 장기 소송을 이어온 행보는 ‘거버넌스 리스크’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노영호 지회장은 “3년 넘는 법정 다툼 동안 김태영 대표와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 없었다”며 “이제라도 진심을 담은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